18세 학생의 죽음에도 실습생은 힘겨웠다

2019-10-30     임동현 기자
지난 2017년 현장실습 중 사고로 사망한 이민호 군의 추모제에서 한 참석자가 촛불을 들고 있다. 사진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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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임동현 기자] 201711월 제주도의 한 음료 제조공장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18세 고교생 이민호 군이 기계를 점검하던 중 제품 적재기 벨트에 목이 끼는 사고를 당했다. 이군은 공장 직원이나 관리자 없이 홀로 작업을 했고 기계 주변에는 안전벽이 설치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는 결국 열흘 만에 꽃다운 목숨을 잃었고 업체 대표와 공장장은 업무상과실치사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

현장실습 고교생의 사망 소식과 함께 실습생들이 임금을 받지 못하거나 연장근로 및 야간, 휴일근무를 하는 등 노동을 착취당하고 안전 대책도 없이 무방비로 사고에 노출되어 있는 상황이 밝혀지면서 학생들의 안전과 학습권이 침해당하고 학생들을 부당노동으로 내모는 행태를 바꾸어야한다는 여론이 거셌다.

이에 교육부는 2017년 말 "학생을 노동력 제공 수단으로 활용하는 '조기취업 형태의 현장실습'을 전면 폐지하고 교육프로그램에 따라 실습지도 및 안전 관리 등을 하는 '학습중심 현장실습'만 허용한다"고 밝히면서 현장 전수 점검과 상담센터 운영, 학교평가 및 예산지원 체제 개선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공개된 감사원의 감사 결과는 현장실습을 하는 학생들이 여전히 부당노동과 위험에 노출되어 있어 실습생 사망 이후에도 여전히 노동 환경이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 확인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교육부가 현장실습생의 안전 강화를 목적으로 2018년부터 현장실습제도를 변경하면서 근로계약 미체결, 임금 미지급 등 현장실습생의 근로자 신분 요소를 배제한 결과, 현장실습생은 노동 관련 법령에 규정된 산업안전 관련 최저기준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또 이들을 근로자 신분에서 배제하면서 참여기업은 현장실습생에게 최저임금 상당의 급여가 아닌 현장실습 수장을 자율적으로 지급할 수 있게 됐는데 그로 인해 지난해 현장실습생의 42.6%가 주당 34시간 현장실습을 한 후 참여기업으로부터 수당을 받지 못하고 수당 지급도 최저임금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금액을 주는 것으로 나타나 현장실습생들이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용노동부는 "현장실습생을 노동 관련 법령상 근로자로 볼 수 없어 참여기업에 대한 안전점검을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참여기업에 대한 지도 및 감독을 하지 않고 있으며 현장실습 참여기업에 대한 안전점검을 담당하는 '시도교육청 현장실습협의체' 등 기구들이 만들어졌지만 이들 역시 구체적인 안전 점검 계획도 만들어지지 않았고 형식적이고 '대충 때우는 식'으로 안전점검을 해 '2의 제주 사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 기구들의 위원들 98.6%는 산업안전 전문가가 아닌 직업계고 담당교사 등으로만 구성됐고 '해당 업체의 안전 및 보건관리 수준은 적절한가?'라는 1개 항목만을 기준으로 참여기업을 선정하는 등 체계적인 산업안전 점검항목도 갖춰지지 않았다. 안전관리 실태 파악도 실습 현장이 아닌 외부 별도의 공간에서 현장실습생과의 면담으로 끝내는 식이라는 게 감사에서 밝혀진 내용이다.

현장실습 참여기업 선정 역시 문제로 지적됐다. '직업교육훈련 촉진법' 등에는 인력파견업체, 산업재해 다발기업, 임금체불기업 등은 현장실습을 엄격히 제한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지난 3(2016~2018)간 교육부와 현장실습 제한기업 정보를 가지고 있는 고용노동부 간의 업무협조 체계가 갖추어지지 않아 시도 교육청 및 직업계고가 현장실습 제한기업 정보를 알지 못하면서 506개 학교의 학생 2,675명이 327개의 산업재해 다발기업 등 현장실습 제한기업에서 현장실습을 하게 됐다.

감사 결과가 나온 뒤 교육부는 30"1월에 마련한 '현장실습 보완방안'에 따라 올해부터 산업체에서 최저임금의 70% 이상을 지급하도록 현장실습 수당지급 기준을 제시했고 월 20만원의 현장실습 수당을 추가 지원하고 있다"고 밝히고 학교전담노무사제도 도입 등으로 안전 점검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생들을 근로자로 인정할 경우 혹사 및 강제노동 등의 부작용이 더 많기에 학습중심으로 바꾸었다. 오랫동안 근로중심으로 하다가 이번에 새로 바꾸다보니 예상하지 못한 문제들도 많이 발생해 혼란이 있었던 게 사실이고 감사원도 이를 지적한 것이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1월 보완 방안을 발표했고 지난 주 교육관계 장관회의에서도 고용노동부와 제한기업 공유를 약속하고 시스템 협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안전점검도 지방 단위로 나가고 노무사를 지정해 점검하는 등 강화를 했다. 법적으로 수당 지급을 강제할 방법은 없지만 학생들이 직접 평가를 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만약 선도기업이라고 해도 수당 지급을 안 하거나 부당한 노동 행위가 있다는 학생들의 평가가 나오면 바로 그 기업을 제외하고 새로운 기업을 받아들이는 형식으로 해서 양질의 기업들이 참여하는 시스템으로 가려한다"고 밝혔다. 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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