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산 이어 항공업 '눈독'… 한진칼 노리는 반도건설 속내는?

반도건설, 한진칼 지분 추가 매입 8.28% 보유  3대 주주 등극… '회사 경영 목적' 공식 선언  한진家 경영권 분쟁 '키맨'? 사업 다각화 구상?

2020-01-14     이보배 기자

항공업계 끌어안기에 나선 건설사들의 행보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지난해 말 아시아나항공을 전격 인수한 HDC현대산업개발 권순호 사장은 신년사를 통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기점으로 새롭게 도약하는 HDC현대산업개발을 만들어 나가자"고 강조했고, 최근에는 반도건설이 한진칼 지분을 8.28%까지 늘리며 '경영 참여'를 공식화했다. 한진家 경영권 분쟁 키맨으로 등극한 반도건설의 노림수를 전망했다. <편집자주>

한진칼 지분을 꾸준히 매입해 온 반도건설은 지난 10일 한진칼 지분을 8.28%까지 늘렸다고 공시, 3대 주주에 오르며 업계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사진=반도건설

[시사주간=이보배 기자] 2014년 촉발된 '땅콩회항' 이후 잇따른 갑질파문에 이어 가족간 경영권 다툼 등 바람 잘 날 없는 한진家에 반도건설이 '키맨'으로 급부상했다. 지난해 10월 한진칼 지분 매입 관련 최초 공시 이후 "단순 투자 목적"이라고 일축해 온 반도건설이 최근 한진칼의 지분을 추가로 매입하며 '3대 주주'로 올라선 것.

특히, 지분 매입 배경을 종전의 '단순 투자 목적'에서 '회사의 경영 목적'이라고 공식 선언하면서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의 '캐스팅보트' 역할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올렸다.

◆반도건설, 한진칼 지분 종전 6.28%→8.28%로 확대

지난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반도건설은 계열사인 ▲대호개발(3.62%) ▲한영개발(3.82%) ▲반도개발(0.85%)을 통해 한진칼의 지분을 추가 매입해 종전 6.28%에서 8.28%까지 보유지분을 확대했다.

이로써 반도건설이 보유한 한진칼의 주식(8.28%)은 그레이스홀딩스(이하 KCGI) 17.29%, 델타항공 10.0%에 이어 세 번째로 높고, 지난 11월 한진칼이 공시한 분기보고서 기준 조원태 회장(6.51%),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6.49%), 조현민 한진칼 전무(6.47%), 이명희(5.31%) 정석기업 고문 등 한진家의 지분보다 많다. 그레이스홀딩스는 국내 행동주의 사모펀드인 KCGI 산하 투자목적회사다.

공시 3일 전인 지난 7일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은 한 인터넷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한진칼 주식을 최근에도 샀고 앞으로 더 살 수도 있다"면서도 "조양호 회장과의 친분을 고려해 투자 목적으로 사왔다. 경영권 참여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말할 단계가 아니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한진家 경영권 분쟁의 중심에 있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사진=시사주간DB

하지만 업계에서는 단순 투자 목적은 아닐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터뷰에서 '아직'이라고 시점을 한정했고, 한진그룹의 경영권 다툼이 정점에 올랐을 때 꾸준히 주식매입을 이어온 이유에서다.

실제 지난해 10월8일 처음으로 한진칼 주식 매입 여부에 대해 공시한 반도건설은 꾸준히 보유 주식을 늘려왔다. 이전부터 한진칼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보유 지분 5% 초과 시 공시해야 한다는 법률에 따라 ▲대호개발(2.46%) ▲한영개발(1.75%) ▲반도개발(0.85%) 총 5.06% 지분을 보유한 이후부터 공시를 시작한 것.

◆지난해 10월 5.06% 지분 보유 후 첫 공시… 석달 간 42회 추가 매입

이후 10월과 11월 두 달 동안 '대호개발'은 두 차례의 추가 매입으로 한진칼 지분율을 2.58%로 확대했고, '한영개발'은 22회에 걸쳐 한진칼 지분을 추가로 매입해 보유 지분은 2.85%로 늘었고, 반도개발은 기보유분을 유지해 반도건설 보유 지분이 총 6.28%로 늘어났다고 12월6일 공시했다.

이어 12월 한 달 간 '대호개발' 10회, '한영개발' 8회에 걸쳐 주식을 추가로 매입한 반도건설은 지난 10일 매입 결과를 공시하면서 지분 매입 목적을 '회사 경영 목적'이라고 공식화 했다. 앞서 지난해 10월과 12월 두 차례 공시에서 '경영 참가 목적 없음'이라는 확인서를 첨부한 것과 대조적이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54호 제1항 각 호에 따른 주식 보유 목적은 ▲임원의 선임·해임 또는 직무의 정지 ▲이사회 등 회사의 기관과 관련된 정관의 변경 ▲회사의 자본금·배당·합병·분할과 분할합병 결정 ▲회사의 해산 등이다.

이와 관련 반도건설은 지난 10일 "각 호 사항에 대한 세부적인 계획은 없으나, 향후 회사의 업무집행과 관련한 사항이 발생할 경우 회사 및 주주,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을 충분히 고려해 적법한 절차 및 방법에 따라 회사의 경영목적에 부합하도록 주주로서 관련 행위들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당장 오는 3월 조원태 회장의 재신임이 걸려있는 주주총회에서 권 회장이 어떤 입장을 보일 것인지 업계의 관심이 뜨거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반도건설이 한진칼 3대 주주에 오르면서 한진家 경영권 분쟁 키맨으로 급부상, 오는 3월 예정된 한진 주주총회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일각에서는 주총에 앞서 한진家의 가족간 분쟁이 봉합된다면 조 회장이 재신임 되겠지만 반대의 경우, 권 회장이 조 회장을 제외한 나머지 최대주주 일가와 손잡고 조 회장을 밀어내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고 예측하고 있다.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5.31%)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6.49%), 조현민 한진칼 전무(6.47%)의 지분율을 모두 합하면 18.25%로 반도건설(8.28%)과 손을 잡는다면 불가능한 전망도 아니기 때문이다.

◆한진家 경영권 분쟁 개입 보다 '사업 다각화' 가능성도…

또 다른 편에서는 권 회장이 한진家 경영권 분쟁에서 한발 물러나 KCGI 같은 한진 비우호 지분과 결탁, 조씨 가문으로부터 경영권을 빼앗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지만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그런가 하면 앞서 권 회장이 오는 3월 한진칼 주주총회 이후에도 지분을 더 사들일 것이라고 밝힌 것과 관련 주총 개입 가능성이 적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최근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 HDC현대산업개발처럼 사업영역을 확대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는 것.

이에 대해 반도건설 측은 "사업 다각화 등 목적에 대해 구체적으로 검토된 바 없다"는 입장이지만 정부의 규제 강화 기조로 건설업이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한진칼의 경영권에 관여하며 사업 사업 포복을 넓혀나갈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특히,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이한 반도건설이 "올해를 퀀텀점프의 새로운 원년으로 삼아야겠다"고 밝힌 만큼, 보유 지분을 꾸준히 늘려 그 동안 고수했던 한우물 경영에서 벗어나 한진칼이 영위하고 있는 항공, 부동산, 호텔, 레저 등 다양한 사업에 대한 경영참여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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