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트래시...언론 감시인가, 기자 ‘품평’인가

저질보도 ‘박제’·비판하는 리포트래시 가장 많은 건수 언론사는 ‘조중동’ 조국 사태 등 정부 비판 기사도 ‘나쁜 기사’·‘싫어요’ 최다 기사 비판, 기자 ‘품평’ 가나...“왜곡된 여론이 정의로 포장돼”

2020-02-12     현지용 기자
사진=리포트래시

[시사주간=현지용 기자] 사실 왜곡 또는 허위·과장·편파 보도 등 저질보도 문제가 언론계에 대두되자, 시민이 이를 기록하고 언론을 감시하는 ‘기사 평가 사이트’가 인기를 끌고 있다. 반면 이들 사이트는 극단적인 기자 품평 및 편향적인 선별 등 어긋나는 평가로 비판의 목소리도 받고 있다.

12일 언론사의 보도 기사를 스크린샷, 아카이브 등 방법으로 저장해 문서화하고 이를 평가하는 웹사이트는 크게 ‘리포트래시’, ‘노룩뉴스’, ‘기레기 추적자(페이스북)’ 등 총 3곳으로 알려져있다. 이 중 현재까지 가장 활발한 웹사이트는 리포트래시다. 리포트(Report)와 영어의 ‘쓰레기(Trash)’를 합친 합성어로, 저질보도를 겨냥한 의도로 풀이된다.

해당 웹사이트는 메인 소개에서 “기레기와 기사를 박제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저질보도 기자인 ‘기레기’의 기사를 문서화 하고 보존해 온라인 망신, 디지털 낙인인 이른바 ‘박제’를 시킨다는 목적이다.

사진=리포트래시

시민의 언론감시 수요는 수십 년간 언론에 고질적이던 저질보도 문제가 쌓인 결과라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시민은 단순 기사를 받고 보기만 하는 여론 내 피동적인 존재에서, 직접 비판하고 이를 취합해 여론을 만드는 위치까지 올라왔다고 평가할 수 있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말한 프로슈머(Pro-sumer, 생산과 소비 역할을 모두 하는 참여형 소비자)적인 것과도 비슷한 모습이다.

리포트래시에서 가장 많은 제보 기사 건수를 차지한 언론사는 ‘조중동’이었다. △조선일보 2905건, △중앙일보 1957건, △동아일보 990건 등 국내 대표적인 보수 성향의 거대 일간지가 가장 많은 기사 비판 등 주목을 받는 형태다.

반면 언론감시, 언론비판이 현 정부에 관련된 비판 기사도 ‘나쁜 기사’로 간주해 비난한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지난해 국론분열로 가장 큰 논란을 빚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는 현재까지도 조 전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 관련 보도를 이어오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리포트래시 순위에서 가장 많은 ‘싫어요’를 받은 언론사는 진보 언론 계열인 ‘한경오(한겨레·경향신문·오마이뉴스)’ 중 한 곳인 경향신문(5만7587건)이 받았다. 특히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경향신문에서 집중적으로 보도한 조국 관련 검찰 수사 보도 등이 대부분 몰려있었다.

사진=리포트래시

이 같은 비판은 심하면 ‘기자 품평’까지 기록되고 있다. 리포트래시는 각 언론사 기자별로 이름과 얼굴, 메일주소 등 신상정보를 짜고 가짜뉴스, 악의적 헤드라인, 헛소리·선동, 사실왜곡 등 항목으로 제보 기사를 분류하고 있다. 이 중 가장 많은 악평을 당한 기자는 조국 사태 당시 관련 보도를 집중적으로 한 모 기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기자 품평은 심하면 해당 기자에 대한 인신공격의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12일 직장인 전문 익명게시판 앱인 ‘블라인드’의 한 네티즌은 리포트래시에 대해 “조국, 여당 관련 기사를 쓰면 박제당하는 곳”이라며 “시민을 위한 언론이 실시간으로 왜곡된 여론이 정의로 포장된다”고 성토하기도 했다.

한편 다른 네티즌은 문재인 대통령 지지층의 과도한 흑백논리도 비판하면서 “이름 걸고 기사를 쓰면 이러한 품평은 감내해야한다”며 “그 안에서 기자 얼굴 공개로 불거지는 인신공격 또는 성희롱은 별개의 문제”라며 선을 긋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공정한 보도만큼 공정한 보도 비판이 정착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 SW

hjy@economicpo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