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976년 판문점 ‘도끼만행사건’ 때의 대응
선의를 악의로 되돌려 주는 북한 대화 때는 미소로, 대응 때는 엄격하게
북한이 개성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가 하면 연일 우리 정부와 대통령을 향해 조폭식 악담을 쏟아내자 청와대가 마침내 참지 못했는지 "무례하다". “기본적인 예의를 갖추기 바란다"고 되받아친 일은 오랜만에 기개 넘치는 정부를 본 것 같아 속이 다 후련하다. 문 대통령도 “최선을 다했지만 굉장히 실망스럽다”고도 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까지 “금도를 넘었다”고 비난했다. 지극히 당연한 반응이지만 워낙 북한에 관대하던 사람들 입에서 나온 말인 만큼 귀를 의심케했다.
사람이 한 번 물러서면 자꾸 뒷걸음질 치게 된다. 상대가 얕잡아 보고 더 거칠게 압박하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북한을 살살 달래면 뭔가 나올 줄 알았다. 그러나 늘 그래왔듯이 돌아오는 건 입에 담지 못할 욕이요, 협박이었다. 일개 개인이든 국민이든 국가든 자존심을 버리면 예종의 길로 들어선다. 그런 의미에서 1976년 8·18 도끼만행사건 때의 우리측 대응를 반추해 보자.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공동경비구역에 제1공수여단을 투입, 사건의 발단이 된 미루나무를 잘라버리고 북한군 초소들을 박살냈다. 미국은 동해상에 항모전단을 배치하고 B-52를 띄워 압박했다. 결국 김일성은 군사정전위원회을 열자고 제의하고 유감을 표했다. 사실상의 사과였다.
우리는 북한에 늘 당당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쩔쩔매는 버릇이 생겼다. 좌파정부가 유독 심하다. 무슨 약점이라도 잡혔는지 궁금할 지경이다. 한민족이라는 정서적 동질감 때문에 무조건 감싸고 드는 것도 아닐텐데 정말 의아하다. 글로벌시대에 한 민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늘 이리떼처럼 눈을 부라리는 것도 괴이하다. ‘386’을 주축으로 한 친북집단도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공산당은 레닌, 모택동 이래 늘 그래왔듯이 하나를 양보하면 둘을, 둘을 양보하면 셋을 요구한다. 우리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면 보일수록 더 심하게 도발할 것이다. 이런게 그들의 본 모습임을 다시 한 번 되새기자. 우리가 종전선언 어쩌고 하는 동안 북한은 확고한 핵 보유국으로 자리잡았다.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대화를 할 때는 미소로, 대응을 할 때는 엄격하게 해야 하는 법이다. 국민들은 우리의 자존심을 지키고 앙양시켜 줄 정부에 박수친다. 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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