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찰부 아는 선배 있다” 육군 3사단, 부조리 신고 장교 색출

“뛰다 쓰러져도 괜찮다“, 관물대 불시 뒤집던 육군 3사단 신임 대대장, 부조리 적은 ‘마음의 편지’ 투고 장교 색출 인사평정 불이익 압박 “난 처벌 없다. 큰 코 다친다“ 1대1 호출 면담 “녹음파일 내놔”...센터 상담 장교까지 추궁

2020-11-18     현지용 기자
사진=셔터스톡

[시사주간=현지용 기자] 육군 3사단에서 신임 대대장이 부대 내 부조리를 투고한 장교를 인사압박까지 가하며 색출하려한 실태가 드러났다. 3사단은 만취한 대대장이 병사 수백명을 한밤중 얼차려 시키고 병사 관물대를 불시점검하는 등 군인 인권 침해 이력이 깊어 논란이 예상된다.

18일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육군 3사단 71포병대대 A 대대장은 지난 6월 말부터 약 5개월 동안 ‘마음의 편지’로 상급부대에 자신의 비위에 대해 신고한 장교들을 색출하려 했다. 지난 6월 말 사단 집체교육 과정에서 사단 감찰참모 주관 하에 이뤄진 근무여건 보장 및 부조리 유무 설문조사 이후, 해당 대대장이 그 결과를 갖고 신고자 색출에 나선 것이다.

육군 3사단은 지난 3월 11일 부대 진단 명목으로 빈 병사 생활관을 불시점검해 관물대 자물쇠를 무단 해체하고 병사 짐을 뒤지는 등, 장병 인권 침해 논란을 받은 바 있다. 특히 3사단 71포병대대는 당월 만취한 대대장이 한밤중에 병사 300명을 얼차려 시키며 제세동기가 있으니 (뛰다) 쓰러져도 괜찮다”고 폭언·가혹행위를 한 부대다. 이번 마음의 편지 신고 장교를 색출하려한 A 대대장은 해당 얼차려 가혹행위로 보직 해임된 전임 대대장의 뒤를 이은 신임 대대장이다.

A 대대장은 설문지 제출 이후 대대장실에 장교들을 집합시키며 “불만·애로사항이 있으면 나에게 말하거나 지휘계통 따라 (나에게) 보고하면 되지, 왜 사단 감찰부에 말하느냐. 나도 감찰부에 아는 선배 있다. 쓰면 모를 줄 아냐”며 인사평정 불이익 압박 및 휘하 장교들에 1대1 면담으로 신고자를 색출하고 나섰다.

지난달에는 초급 장교들을 집합시켜 “마음의 편지 워터마크도 지워서 썼던데 아주 치밀한 친구다”, “이런 건 (프린트가 아닌) 자기 글씨로 써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하는 등 노골적인 색출 의지까지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 A 대대장은 동월 29일 군인권센터에 상담한 것으로 추정되는 장교까지 호출해 해당 장교에게 휴대폰 및 녹음 여부, 녹음 파일 제출 등을 대놓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장교들 사이에서 네가 신고했다는 것처럼 와전되어 소문이 돈다. 누가 유언비어를 퍼뜨려서 너를 음해하려는 거 아닐까”라거나 “외부기관에 신고하는 거 잘못된 거다. 남자 대 남자로 신고 안 한다고 약속할 수 있나”, “난 처벌 받을 거 없어, 너 정말 큰 코 다친다”라는 강한 협박까지 가했다.

군인권센터는 A 대대장의 행태와 3사단 감찰실의 신고자 보호 의무 유기에 대해 군인복무기본법 및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위반을 근거로 강력히 비판했다. 센터는 “병사 가혹행위와 관물대 불시점검으로 언론에 문제가 제기됐음에도 신고자 색출 시도까지 해 사단 지휘부는 장병 인권 보호 의지가 없는지 의심스럽다”며 “해당 대대장과 감찰실에 즉각 보직해임 등 엄중 처벌을 요구한다. 수많은 사건·사고 사례로 미뤄 볼 때, 신고 체계 무력화는 곧 사건·사고로 이어지는 심각한 문제”라 말했다. 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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