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공소시효 임박, '속앓이 하는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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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공소시효 임박, '속앓이 하는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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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3.04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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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들, 공소시효 만료에 "두번죽이나" 분통

[시사주간=장지환기자]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에 대한 업무상 과실치사죄 공소시효가 속속 도래하면서 검찰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조사를 최대한 서둘러 보겠다는 입장이지만 수사 대상의 전문성과 업체 반발에 따른 진실 규명 난항 등 여러 이유로 기대만큼 속도가 나고 있지 않은 탓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가습기 살균자 사망 피해자들도 크게 술렁이고 있다.

4일 가습기 살균제 전담 수사팀인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이철희)에 따르면 검찰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실태 조사를 벌이는 한편 가습기 살균제의 인체 유해성 인과관계 수사를 병행하고 있다.

수사팀은 우선 정부가 가습기 살균제와 실제 피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한 피해자들을 중심으로 진술을 확보하고 있다. 가습기를 사용한 환경,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기간, 피해의 정도 등에 대한 내용을 수집하고 이를 토대로 관련 업체의 과실을 물을 수 있는지 여부 등을 따지고 있다.

검찰은 가족 단위의 피해군을 꾸리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정부가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은 피해자 등을 포함해 다수의 피해자를 수시로 불러 면담을 진행하고 있다. 검찰은 이 작업이 4월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피해자들의 공소시효와 관계없이 전수조사를 다 하고 있다"며 "하루라도 빨리 기소하고 처벌할 수 있게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함께 진행 중인 인체 유해성 규명은 예상보다 훨씬 더딘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무엇보다 관련 업체의 반발이 수사 속도를 내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사망자 중 70%가 사용했던 제품의 제조사 옥시레킷벤키저가 정부의 자사 제품 '유해성 검증 실험 결과'를 반박하는 자료를 제출했기 때문이다. 이 업체는 정부 실험 조건 등이 잘못됐고 이에 따라 자사 제품은 폐손상 발병과 인과관계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당 자료는 국립대 실험을 거쳐 대형 로펌 법률자문까지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기존 정부가 발표한 실험 결과와 옥시레킷벤키저가 제출한 자료를 비교, 분석하는데 많은 시간을 쏟고 있다. 이를 위해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을 구하고 있지만, 일부 전문가들의 비협조적인 태도로 관련 작업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무더기로 제출하는 고소장도 검찰로선 말 못할 속앓이 대상이다.

앞서 피해자들은 가습기 살균제를 유통, 판매한 옥시레킷벤키저·롯데마트·홈플러스 등의 전·현직임직원들을 살인죄로 처벌해 달라며 검찰에 고발장을 냈다.

지금까지 피고발인으로 이름을 올린 이들은 모두 112명에 달한다. 피해자들은 애경, SK케미칼, 이마트 등에 대한 고발도 차례로 진행할 예정이어서 피고발인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다른 검찰 관계자는 "고발장이 추가로 접수될 때마다 새로운 내용이 있는지 살펴봐야 하고 살펴보고 있다. 시간이 추가로 더 소요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가 지루한 행보를 보이고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의 공소시효 문제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피해자와 유족들은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공소시효 문제로 더이상 죄를 물을 수 없다면 그간 보낸 고통의 시간을 어떻게 보상받겠냐고 토로하는 것이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이런 식으로 진행된다면 결국 당사자 간 민사소송도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가습기 살균제 제조업체들이 자기들 제품과 인체 유행성과의 인과관계를 부정하며 검찰 수사를 지연시키는 상황을 용납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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