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류칼럼] “‘착한 철수’는 이제 ‘바보 철수’가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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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류칼럼] “‘착한 철수’는 이제 ‘바보 철수’가 되는가?”
  • 시사주간 편집국
  • 승인 2016.03.05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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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대통령후보 양보 때 전철 밟지 말아야
 

[시사주간=주장환 논설위원] 철수는 착하다. 옛 교과서에 나오는 ‘바둑이와 철수’는 착하고 다정다감한 이야기로 어린이들의 감성을 자극했다. 정치 불신이 최고조에 달했던 2012년 대선을 전후에 ‘안철수 신드롬’이 불었을 때 사람들은 마치 교과서에서 툭 튀어나온듯한 철수의 모습에 낭만까지 느꼈다. 

그것은 의사였던 안철수가 컴퓨터 백신을 개발하고 무료로 나눠주는 선행이 ‘키다리 아저씨’ 이미지에 오버랩 된 덕분이기도 했지만 뭔가 어수룩해 보이는 인간미가 뺀질뺀질한 정치판에서 매우 이질적이고도 신선하게 다가 왔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 이미지는 자고나면 서로 트집 잡고 삿대질하고 고함치고 난장판을 만드는 기성 정치인들의 모습과는 전혀 달라서 새 희망에 부풀게 했다. 국민들 모두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세상의 한 축을 바꿀 거라는 기대감을 가진 많은 사람들이 한동안 새로운 희망의 꿈을 꿨다. 속마음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안보만 빼고 다 진보”라는 말도 북한의 폭력과 공갈에 시달리던 국민들의 마음을 안도케 해줬다. 

그러나 그는 2011년 서울시장 후보직에 이어 2012년 대통령후보직도 양보함으로써 지지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줬다. 당시 두 사람에게 양보하지 않았다면 서울시장이나 대통령이 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국민들은 누가 안철수의 뒷덜미를 잡고 정권교체의 기회를 앗아가 버렸는지 다 안다. 그래도 그는 “정치를 바꾸고, 정권을 바꾸어 국민의 삶을 바꿀 수 있다면 자신에게 주어진 소명을 다하는 것”이라며 오히려 두둔했다.  

새정치민주연합에 몸을 담았던 안철수 의원은 당내에서 직접 겪어보고 나서야 그들의 정체를 파악했다. 고민 끝에 전당대회를 주장했으나 거부당하자 더 이상 바보같은 짓을 안 하겠다며 탈당해 국민의당을 만들었다. 우여곡절이 있었으나 사람들은 다시 그에게 기대감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 

그런데 더민주는 ‘바지사장’ 김종인을 내세워 야권연대의 낚싯줄을 던졌다. 상대의 힘이 약해지자 바로 치고 들어오는 분열책동이다. 얼핏 돕는 것 같아 보이지만 상대를 지리멸렬시켜 항복하도록 하는 기만전술인 것이다.  

이 전술에는 “안철수 빼고 다 돌아와라”는 기기묘묘한 책략이 있다. 여기에 반응한 국민의당은 각자의 셈법에 따라 논쟁과 전투로 말려 들어가고 있다. 2011~12년 서울시장 선거와 대선에서 친노-종북들이 안철수의 발목을 분질러 놓았던 때와 다를 바 없다. 

이번에도 만약 안철수 대표가 말려든다면 그는 더 이상 ‘착한 철수’가 아니라 ‘바보 철수’가 될 것이다. 안철수는 2011년 서울시장을 박원순에게 양보하고 나오면서 “진정으로 좋은 세상,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데 관심이 있었던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양보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떼거리-떼쓰기에 독선과 오만, 기득권에 연연하는 낡은 진보, 종북, 이런 프레임에 갇혀 한 발자국도 앞으로 못나가는 이들이 좋은 세상,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데 어떤 역할을 했는지 안 대표는 되물어 봐야 한다. 

4일 심야 의원총회에서 야권통합에 거부하기로 당론을 모았으나 여전히 ‘솥밑에서 장작 빼기 ’ 식의 시도는 계속될 것이다.  

북베트남군이 잘 사용했던 전법 중에 ‘연꽃전략’이 있다. 이 전략은 내부 동조자들로부터 취약한 정보를 얻어 내부알력과 분열을 조장하는데 자주 사용된다. 국민의당은 통합과 비통합 여부에 따라 각 의원들의 당선 가능성이 달라지므로 지속적으로 공격당하면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지도부가 연약해 진다.
 
안 대표는 집의 구조물에 달라붙어 묵묵하고도 끈질기게 구멍을 내는 내외부 흰개미를 잡지 못하면 또 말려들 가능성이 높다. 그의 향후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다.  SW

jj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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