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 변호사]법정 스릴러 대가 '존 그리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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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 변호사]법정 스릴러 대가 '존 그리샴'
  • 황영화 기자
  • 승인 2017.07.12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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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 변호사' 국내 번역·출간. 사진 / 문학수첩 

 

[시사주간=황영화 기자] "금요일이라 법정의 모든 이가 기진맥진해 있다. 나는 여드름투성이에 멍청하고 버릇없는 녀석에게 한 시간동안 장광설을 늘어놓았다. 놈은 가디가 악마를 소환해 사고를 치 당시 예배에 참석했다고 주장한다. 솔직히 말해 법정에서 엉터리 증거를 볼 만큼 봐왔지만, 이렇게까지 저질은 처음이다. 거짓인 건 둘째치고 사건과도 무관하다. 다른 검사라면 이 따위 증언에는 신경도 쓰지 않을 것이다."(35쪽)

법정 스릴러의 대가 존 그리샴이 쓴 '불량 변호사'가 국내 번역·출간됐다.

거대 로펌 소속의 거물 변호사 이야기는 아니다. 소설의 주인공 서배스천 러드는 거리의 변호사다. 존 그리샴은 서배스천 러드를 중심으로 다섯 개의 사건을 서로 긴밀하게 엮어, 조각나고 일그러진 사법 제도의 치졸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폭로한다. 

그는 파산 소송, 부동산 거래 확정, 유언, 소유권 증명, 계약, 이혼, 입양 사건은 맡지 않는다. 대신 누구나 꺼리는 소송을 전담한다. 마약 중독자, 악마를 숭배하여 여자아이 두 명을 죽였다는 문신을 한 아이, 사악한 연쇄 살인범 등. 

이타적이라거나 희생적인 사람이라서 이런 사람들을 변호하는 것은 아니다. 부조리한 현실을 아무렇지 않게 용납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모든 사람이 공정한 재판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며, 실제로 부당한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재선을 꿈꾸며 표 얻는 데만 혈안이 된 시장, 목적을 위해서는 납치, 유괴도 불사하는 경찰 간부, 작전이라는 미명 아래 선량한 시민을 총살하고도 법을 방패 삼아 형사 소송 면제권을 주장하는 주 정부와 경찰 조직, 개인의 이기심을 채우다 못해 폭파와 살인, 탈옥을 감행하는 희대의 범죄자, 위선적인 변호사를 추종하며 서배스천 러드를 조롱하는 시민들. 

막장에 치닫는 상황에서 변호사가 취할 수 있는 마지막 선택은 하나다. 똑같이 막장으로 내달리는 것이다. 그래서 이 거리의 변호사는 '불량 변호사'가 되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표면적으로 서배스천 러드의 적수는 '정의 수호'의 가면을 쓰고 '권력 수호'를 일삼는 사법 제도다. 그는 주 정부·검사·경찰 등 관료 체제와 권력에 맞서 거리의 사람들을 변호한다. 그러면서도 본인이 어째서 형사 변호인이 됐는지 아연해한다.

"나는 거의 매달, 진실도, 진실이 자기편이 아니라는 점도 알면서 거짓말을 하고, 부정행위를 하고, 의사 진행을 방해하고, 범죄를 은폐하고, 윤리를 무시하고, 유죄판결을 받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하는 독선적인 검사들을 상대한다. 그러므로 나는 그런 인간들, 그런 종자들을 잘 안다. 자기가 곧 법이요, 따라서 법을 초월할 수 있다고 믿는 법률가 나부랭이 말이다."(25쪽)

"나는 외로운 총잡이, 체제와 싸우고 불의를 증오하는 불량배다. 내가 지금 여기 있는 이유는 당신들의 아버지에게, 또 당신들에게 일어날 일 때문이다."(179쪽) 

각별히 아끼는 이종 격투기 선수 타데오 자파타의 우발적 살인을 변호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의리, 그의 유일한 직원이자 경호원이며 조수이고 막역한 친구인 파트너를 향한 우정, 아들 스타처를 향한 애틋한 부정과 사랑이 그려진다.

이해관계가 다른 다채로운 인물을 작품 전반에 골고루 배치해 부조리한 현실을 입체적으로 보여 주는 동시에 21세기 한국 사회에서도 흔히 마주할 수 있는 낯익은 현실을 보여준다. SW

hy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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