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패러다임, '관계회복'으로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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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패러다임, '관계회복'으로 바뀐다
  • 강대오 기자
  • 승인 2017.12.22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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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벌위주→갈등조정' 전환 모색
'학교폭력 사안처리 흐름도 개선안'. 사진 / 서울시교육청

◇가해학생 1~3호 조치는 학생부에 미기재 제안  

◇조희연 교육감 "학교폭력 처리 패러다임 바꾸겠다"

◇서울교육청, '학교폭력 사안처리 제도 개선안' 마련

◇교육지원청에 '학폭심의위원회' 설치...중대사안 이관

[시사주간=강대오 기자서울시교육청이 학교폭력 사안처리 프로세스에 있어 '갈등조정 기간'을 신설해 학교장에 자율권을 부여하고 경미한 사안을 다루게 하는 내용의 제도 개선안을 내놨다. 처벌에 초점이 맞춰진 현행 학교폭력 사안처리 과정에 부작용이 많다고 보고 '관계회복'으로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22일 서울시교육청은 학교폭력 사안처리로 인한 학교 현장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학교의 교육력을 회복하기 위해 '학교폭력 사안처리 제도 개선안'을 국회와 교육부에 제안한다고 밝혔다.

서울교육청 학생생활교육과 조영상 과장은 "이제는 학교 폭력의 관점을 바꿔야 한다"며 "이번 제도 개선안은 학교폭력 사안처리 과정을 처벌위주에서 관계회복으로 전환해 학생과 학부모는 갈등에서 관계개선으로, 학교는 교육력 소진에서 교육력 회복으로 교육의 본질을 살리는데 역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개선안의 핵심 내용으로 학교폭력 사안 처리 흐름에 있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개최 전까지 '갈등조정 기간'을 신설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현행 매뉴얼에서는 학교폭력 발생시 단순한 말다툼 등 경미한 사안조차 모두 자치위원회에서 심의하도록 돼 있다. 

이에 따라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이 서로 화해할 수 있는 기회가 없으며 학교장에게는 교육적 해결을 이끌어내는 자율적 권한이 부여되지 않는다는 게 서울교육청의 설명이다.

실제 학생 간에 경미한 다툼이 발생했을 때 이를 처리하지 않았을 때 행정적으로 교사에게 책임이 지워지기에 학교는 모든 사안을 학교폭력으로 처리하는 경향이 있다. 이에 불만과 민원, 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김승혜 청소년폭력예방재단 학교폭력SOS지원단장은 "두 학생이 싸웠다가 화해를 해도 둘 다 가해자와 피해자 처리가 된다"며 "서로 화해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고, 학교에서 교육적으로 해결하면 문제가 안 생길 수도 있는데 학교폭력 사안으로 처리되니까 민원과 소송 등 문제가 되는 것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갈등조정 기간 운영을 통해 통해 피·가해학생 모두가 운영에 동의하고 화해가 이뤄진 단순 경미한 사안은 학교장 종결처리 후 자치위원회에 보고하도록 하자는 게 서울교육청의 제안이다. 

조 과장은 "화해를 하는 경미한 사안은 학교장 자율권을 확대해서 학교장에 권한을 주자는 것"이라며 "학교폭력 사안 중에서 심각한 상처를 입는 경우는 많지 않고 친구들 간의 말다툼이나 욕설이 대부분이다. 이런 사안에 대해 회복적 생활교육 측면에서 학생들의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개선안에는 가해학생 조치 1~9단계 중 경미한 사안에 해당하는 1~3단계는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지금은 가해학생의 모든 조치를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해야 한다. 이 때문에 학교를 상대로 한 소송도 급증하고 있고 학교가 법적 분쟁의 장이 되고 있다는 게 서울교육청의 판단이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경미한 조치에 해당하는 제1~3호는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지 않도록 해 학교가 법적분쟁에서 벗어나 본래의 취지인 피해학생 보호와 치유, 가해학생 선도와 재발방지 등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개선안에는 교육지원청에 '학교폭력심의위원회(가칭)'를 설치하고, 학교폭력 사안 중 일부를 교육지원청에서 담당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학교폭력심의위원회는 법률가, 의사, 경찰관, 교원 등이 포함된 학교폭력전문가로 구성해 심의에 대한 전문성을 높였다. 학교폭력심의위원회로 이관하는 사안은 2개 이상의 학교 학생이 관련된 사안(공동자치위원회), 관련 학생이 다수(예 5인 이상)인 중대 사안 등으로 한정키로 했다.

서울시교육청이 이 기준에 따라 시뮬레이션 한 결과 전체 학교폭력 심의대상의 약 25% 정도가 교육지원청 학교폭력심의위원회 이관에 해당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교육청에 특별행정심판위원회 성격의 '학교폭력재심특별위원회(가칭)'를 설치해 불복 절차를 일원화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를 통해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의 재심기관 이원화로 인한 혼란을 해소하고, 학교 설립 유형에 따라 불복 절차의 기회가 달라지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특별위원회는 국·공·사립학교의 피·가해학생 모두의 재심과 행정심판 절차를 통합해 운영하고, 재결주의 원칙을 적용해 행정소송은 학교장의 결정이 아닌 '특별위원회'의 결정에 대해서만 제기할 수 있도록 했다. 

재결주의(裁決主義)는 원처분(학교장, 심의위)에 대해서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없고, 행정심판(특별위원회)의 결정에 대해서만 행정소송을 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기존의 제도상으로는 피·가해학생, 국․공․사립학교에 따라 재심기관, 행정심판, 행정소송, 민사소송이 다르게 적용되는 불합리성이 있다"며 "특별위원회를 통해 재심기관에서의 피·가해학생 조치에 대한 모순된 결정을 방지하고 학교는 행정소송 등의 분쟁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서울시교육청은  '학교폭력 사안처리 제도 개선안'을 국회와 교육부에 건의해 학교폭력 관련 제도 개선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는 계획이다.

조희연 교육감은 "이번 제안은 기존의 학교폭력 사안처리 제도가 학교현장에서 본래의 취지에 맞게 피해학생의 보호와 가해학생의 선도와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보완하고 학교가 갈등과 분쟁의 장이 되는 것을 막고자 마련한 것"이라고 밝혔다. SW

kdo@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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