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기스 콘의 춤] 문명 뒤에 숨은 야만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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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기스 콘의 춤] 문명 뒤에 숨은 야만성
  • 황영화 기자
  • 승인 2018.04.03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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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마음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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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황영화 기자] 프랑스 작가 로맹 가리의 소설 '징기스 콘의 춤'이 국내 번역·출간됐다.

가리는 징기스 콘의 입을 빌려 '문명'이란 이름 뒤에 숨은 '야만성'을 경고한다. 콘의 우스꽝스러운 언행을 통해 인류의 범죄를 비웃고, 역사적 비극을 미화하는 모든 예술 작품을 경계했다.

소설은 콘이 자신의 기이한 존재 방식을 소개하면서 시작한다. 아우슈비츠에 수용됐던 전직 유대인 희극배우 콘은 SS대원 샤츠에게 총살당한 뒤 악령이 된다. 이후 22년째 샤츠 주변을 맴돈다.

소설이 출간된 1967년은 '나치 독일'로의 회귀가 막 이뤄지려던 시기였다. 작품을 통해 가리는 과거를 망각한 듯 부활의 기지개를 켜는 독일에 반기를 든다.

전후 리히트의 일급 경찰서장이 된 샤츠는 관할 구역 가이스트 숲에서 발생한 희귀한 연쇄 살인 사건으로 골머리를 앓는다.

리히트 마을 전체를 미궁에 빠뜨린 사건은 특이할 만한 단서도 없고, 살해 동기조차 명확치 않다.

다만 희생자 42명은 모두 남자. 이들은 바지를 벗은 채 황홀경에 빠진 표정을 짓고 있을 뿐이다. 콘은 그 와중에도 특유의 유머와 재치로 샤츠를 약 올리며 그에게 끊임없이 죄책감을 불러일으킨다.

"의식이란 인간을 전제한다. 인간이라고 생각하니 유난히 경계심이 든다. 신이라면 별로 걱정되지 않는다. 우리는 그의 한계를 안다, 그리 대단치 않다는 것을. 하지만 인간에겐 한계가 없다. 그들은 무슨 짓도 할 수 있다. "(182~183쪽)

소설은 2부로 넘어가면서 본격적으로 혼란스러운 양상을 보인다. 콘과 샤츠의 목소리가 자꾸만 뒤섞이고, 소설의 끄트머리에 가서는 화자인 '나'가 콘에서 작가 자신으로 바뀌기도 한다.

이 작품은 오늘날까지도 종종 연극으로 상연한다. 작품에서 콘이 경고하듯 인류의 덧없는 욕망은 계속 무수히 많은 희생자를 양산한다.

옮긴이 김병욱씨는 "지난해 말 '파블로 피카소 문화재단'은 공연 안내문에서 이 작품의 현대성을 '익살맞으면서도 불편한 한 편의 보드빌처럼 쓰였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공연에서 '베스티올 극단'은 인간 정신의 복잡성, 정신분열 지경에 이른 현실과 지각의 장애를 무대에 올린다"며 "이 작품에서 가리는 언제나 희생양을 찾는 부조리하고 잔혹한 세계의 초상화를 제시한다. 1967년 출간한 이 작품은 지금 이 시대 현실과 잘 공명한다"고 평가했다. 마음산책 SW 

hy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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