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이식 환자 국내 첫 출산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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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이식 환자 국내 첫 출산 성공
  • 강대오 기자
  • 승인 2018.04.03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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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3월 심장이식 수술을 받은 이씨의 출산은 국내 심장이식 환자중 처음이다. 사진 / 시사주간 DB

서울아산병원, 이은진씨 올초 2.98kg 건강한 남아 출산

임신전 이식장기 거부반응 등 종합적으로 평가해 임신여부 결정

병원측 "임신중 지속관리 받으면 심장이식 환자도 출산 가능해"

[시사주간=강대오 기자] 조산과 유산의 가능성이 높아 임신이 어렵다고 알려진 심장이식 환자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출산에 성공했다.

3일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주인공인 이은진(37)씨는 지난 1월9일 서울아산병원에서 건강한 2.98kg 남자아이를 출산했다. 

2013년 3월 심장이식 수술을 받은 이씨의 출산은 국내 심장이식 환자중 처음이다.

그동안 국내에서 간이식, 신장이식 환자의 출산 소식은 있었다. 그러나 흉곽장기인 심장이나 폐이식후 임신을 하는 경우 태아의 선천성 기형과 자연유산 확률이 높다는 해외연구결과 등으로 가임기 심장이식 환자의 불안과 두려움이 컸다. 

그러나 임신전 주치의와 함께 이식 장기의 거부반응, 콩팥이나 간기능, 복용 중인 약물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임신 가능 여부를 결정했다. 임신기간중에도 지속적인 관리를 받는다면 심장이식 환자도 건강한 아이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 이번 출산을 통해 확인됐다고 병원측은 전했다.

이씨는 10년전 지역병원에서 심장근육의 문제로 심장이 비대해지는 확장성 심근병증을 진단받았다. 투병하던 중 상태가 악화돼 2013년 서울아산병원에서 심장이식 수술을 받았다. 

그는 심장이식 수술 후 헬스 등 운동으로 꾸준히 건강관리를 해왔으며, 2016년 결혼 후 임신을 계획했다. 남편과 시댁은 임신 후 이씨의 건강을 염려해 만류했지만, 엄마가 되고 싶은 은진 씨의 뜻을 꺾을 수 없었다. 같은 심장이식 환자인 친정엄마의 전폭적인 지지도 임신을 결정하는 데 큰 힘이 됐다. 

이씨는 지난해 3월 임신 후에도 자주 병원을 찾아 정기적으로 이식된 심장의 기능과 거부반응의 유무, 고혈압이나 당뇨 등이 발생하는지를 관찰했다. 다행히 임신 중 체중과 약물 조절이 잘 됐고 건강에도 크게 문제가 없었다.

올해 1월 출산을 앞두고 마취과에서는 심장이식 수술력이 있기 때문에 전신마취 후 제왕절개를 권유했다. 그러나 전신마취는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을 직접 볼 수가 없기 때문에 이씨의 심장질환 관리해 온 심장내과 김재중 교수가 '척추마취 후 제왕절개를 해도 될 것 같다'고 마취과를 강하게 설득했다. 첫 출산의 기쁨을 마음껏 누리라는 배려였다. 

2.98kg의 건강한 사내아이를 낳자마자 분만실에서 아이의 얼굴을 본 이씨는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성인 심장이식의 증가와 소아 심장이식 후 생존율 향상에 따라 심장이식을 받은 가임 여성은 해마다 늘고 있다. 국내에서는 국립장기이식센터(KONOS)가 업무를 시작한 2000년 이후 현재까지 1391건의 심장이식이 있었다. 이들 심장이식 수혜자의 32%가 여성이었으며, 여성 수혜자들 중 대략 3분의 1이 가임기 여성이었다. 

김재중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그동안 간이식, 신장이식 환자의 출산은 간간이 보고됐지만 심장이식 환자의 출산은 국내에서 처음"이라며 "이식 수술이 필요할 정도로 심장이 나빠져 있는 상태에서는 대부분 정상적인 임신과 임신 유지가 어렵다. 그러나 이식 후 1년 이상이 경과해서 이식된 심장의 기능이 안정적이고 건강이 회복된 경우 담당 의사와의 충분한 상의와 건강상태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임신을 시도할 지 결정한다"고 말했다. SW

kdo@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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