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파니 영, 미국에서 아티스트로 무르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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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파니 영, 미국에서 아티스트로 무르익다~
  • 황영화 기자
  • 승인 2018.08.09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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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파니 영은 첫 싱글 '오버 마이 스킨(Over My Skin)'을 발표했다. 사진 / 유니버설뮤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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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황영화 기자]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폭염을 잊게 만드는 청량한 전화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확한 반달 모양의 눈웃음이 자연스레 연상됐다.

티파니 영(29)이다. 그룹 '소녀시대'의 바로 그 티파니다. SM엔터테인먼트를 떠나 미국 '패러다임 탤런트 에이전시'와 계약, 홀로서기를 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는 티파니의 고향이다. 2004년 이곳의 한인축제에 참가했다가 SM에게 발탁돼 한국으로 왔고, 연습생을 거쳐 소녀시대가 됐다. 한국 이름 '황미영'에서 '영'을 따 '티파니 영'이 됐다.

6월29일 티파니 영은 첫 싱글 '오버 마이 스킨(Over My Skin)'을 발표했다. 1990년대 R&B 사운드를 가미한 클래식 팝이다. 한국계 최초로 빌보드 싱글 차트 1위에 오른 그룹 '파 이스트 무브먼트'와 그래미상에 빛나는 프로덕션팀 '스테레오타입스'의 조너선 입이 프로듀싱에 참여했다.

노래는 그간 가려졌거나 숨겨져 있던 티파니의 매력을 길어 올린다. "나를 판단하지 마"(you don't judge me)라고 노래한다. 한 여성으로서의 자각이 느껴진다. 최근 티파니 영의 행보와 맞물린다. 여성으로서뿐 아니라 아티스트로서의 인식과 맥락이 맞닿아 있다.

최근 성소수자에게 공개 러브레터를 쓴 것이 보기다. '성소수자 프라이드 달'(Gay Pride Month)을 맞이해 빌보드가 세계 팝문화 권위자들에게 LGBT, 즉 성수자 커뮤니티를 향한 러브레터를 부탁했는데 티파니가 이에 응했다.

아이돌의 외피에만 안전하게 둘러싸여 있으면, 힘들 법한 일이다. 빌보드가 빌보드 차트를 휩쓴 '방탄소년단'(BTS)을 높이 평가한 부분 중 하나는 '성소수자(LGBTQ)의 권리' 등 한국사회에서 금기시된 것들을 노래했다는 점이다. 한국에서 이런 금기는 여자 아이돌에게 더 가혹하다. 티파니 영의 용기를 높이 사야 하는 이유다.

그녀는 LGBT 커뮤티니에 감사를 표한다고 썼다.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문화적으로 오해를 받아 방황하고, 혼자라고 느끼던 시간들이 있었다. 자신에 대한 사랑, 무조건적인 사랑과 수용, 표현의 자유 그리고 희망에 대한 것들이 내게 영감을 줬다"는 것이다.

안정된 한국에서의 모든 것을 버리고 서른 살 나이에 미국으로 떠나 버린 그녀는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다. 티파니 영의 첫 싱글 커버 장면은 '오버 마이 스킨', 이 말 뜻 그대로다. 자신을 가린 투명한 비닐을 찢고 있는 티파니의 얼굴은 어느 때보다 자신감이 넘치고 빛난다.

 "'오버 마이 스킨'에는 '나는 쿨해졌다' '신경을 안 쓴다'는 뜻도 있어요. (소녀시대로 데뷔한 지) 10년이 넘었고, 서른살도 맞았는데 당당하고 쿨한 모습으로 새롭게 시작하고 싶었어요. 미국에서도 제게 '너의 정체성은 무엇이냐' '네가 갖고 있는 메시지'는 무엇이냐고 계속 질문을 던져요. 제 스토리가 중요하다는 거죠. 저 스스로에게도 많이 했던 질문이에요. '오버 마이 스킨' 뮤직비디오에 감정이 이끄는대로 움직임을 담아낸 이유죠."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소녀시대는 K팝 역사에 오래도록 기억될 걸그룹이다. 외모와 음악적 역량뿐 아니라 자신감과 성취욕이 넘치는 전문직 여성을 가리키는 '알파걸'의 영역을 만들어냈다. 항상 꾸민 채 예쁜 모습만 보여주는 '포스터 걸'로서의 걸그룹을 넘어선 것이다.

 2016년 7월 이화여대생들이 미래라이프대학 설립에 반발해 본관 점거 농성을 벌일 때 경찰 앞에서 새로운 세상을 꿈 꾼다며 소녀시대의 데뷔곡 '다시 만난 세계'를 불렀다. 젊은 세대에 대한 소녀시대의 영향력을 확인한 순간이다.

글로벌한 감각의 세련됨, 멋스런 태도의 티파니 영은 이런 소녀시대의 이미지에서 큰 지분을 차지한다. 상대방 남자를 칭찬하고 치켜세우듯 하지만 결국 자신 같은 여자에게 어울리는 남자가 되라는 내용의 소녀시대 '미스터 미스터'에서도 "나를 빛내 줄"이라고 노래한 티파니다.

티파니는 그동안 자신이 쌓아온 모든 것이 "SM과 소녀시대 덕분"이라고 했다. 그녀는 여전히 소녀시대 멤버다. 소녀시대는 소속사는 다르지만 20년이 되도록 여전히 한팀인 보이그룹 '신화' 'god' 같은 활동을 예고하고 있다.

"SM에서 멤버들과 함께 한 시간 덕분에, 아티스트로서뿐만 아니라 한 사람으로서도 정정당당하게 설 수 있어요. 멤버들과 떨어져 있어도 애틋한 감정이 계속되는 이유죠. 엊그제가 저희 데뷔 기념일(8월5일)이었어요. 서로에게 축하 메시지를 돌리느라 스마트폰 메신저 단체 대화방이 폭발했죠. 하하. 멤버들과 함께 지낸 지 벌써 14년인데 늘 소중하고 서로에게 감동을 주죠. 시간이 지날수록 멤버들에게 감사해요. 제가 힘을 내게 만드는 존재들이라 더 도전할 수 있거든요. 멤버들에게 징징거리기도 하는데 윤아의 '힘내요'라는 말 한마디에 바짝 정신을 차려요."

팬들도 빼놓을 수 없다. 짧게 한국에 와 자신의 생일인 이달 1일 팬들과 시간을 보낸 그녀는 가을에 제대로 된 팬미팅을 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티파니는 이미 첫 솔로 앨범을 내놓았다. 2016년 미니 앨범 '아이 저스트 워너 댄스(I Just Wanna Dance)'를 발표했다. 글로벌한 음악 감각으로 무장한 티파니 덕분에 짜임새 있는 팝 음반이 탄생했다는 평을 받았다.

복고 사운드와 모던한 감각의 그루브 그리고 몽화적인 티파니의 보컬이 어우러진 일렉트로 팝 댄스 장르의 동명 타이틀곡은 지금 들어도 세련됐다. 라이브 공연을 준비하면서 최근 이 곡을 밴드 버전으로 연습했다는 티파니는 "지금 불러도, 어떠한 편곡을 해도 듣기 좋은 곡"이라며 웃었다.  

이 앨범에 실린 또 다른 곡 '왓 두 아이 두(What Do I Do)'는 티파니의 첫 공식 자작곡이다. '오버 더 스킨' 작곡, 작사에도 참여했다. "직접 곡을 만들다보니 장르의 뿌리를 연구하고 작곡가까지 공부하게 된다"면서 "곡마다 악기를 강조하는 법도 다양하게 하면서 작업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정해진 틀 안에서 작업하다 보면 강박관념이 생기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마음과 생각을 더 열게 됐어요. 예전에 '멜로디가 좋은 것을 만들자' '가사가 마음에 드는 것을 만들자'라는데 주력했다면 지금은 곡의 멋스러운 것뿐만 아니라 몸을 절로 움직이게 하는 흥이 나는, 마음과 생각이 열리는 것에 대해 더 신경을 써요."

티파니는 배우의 꿈을 위해 현지에서 연기학교를 다니고 있다. 한국에서 별 다른 노력 없이도 캐스팅 러브콜이 쇄도할 그녀가 틈이 날 때마다 드라마와 영화 캐스팅 오디션도 보러 다닌다. 뮤지컬 영화 '라라랜드' 속 연기 지망생 '미아' 같은 삶을 살고 있다. 오디션장에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에 올라섰는데, 또래들이 모두 같은 대본을 들고 있는 상황이 펼쳐진다.
 
 "지금 상황이 되게 새로워요. 혼자 걸어 다니거나, 택시를 타죠. 그런데 새로운 것을 경험하면 경험할수록, 믿을 수 있는 제 것이 늘어나요. 잘 안 됐을 때 '무엇이 부족했지'라며 끊임없이 체크하죠. 연기를 공부하면서 음악작업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어요. 가사를 볼 때 더 많이 생각하게 되고, 노래를 부를 때도 그 뜻에 대해 더 생각하게 되죠."

세계를 누비는 후배 아이돌이 많이 늘어나 있는 것이 너무 멋지다면서 모든 아이돌에게 박수를 보내줘야 한다고 성원했다. 이러한 그녀의 꿈은 "(삶의) 끝까지 노래하는 것"이다. 2007년 데뷔 이후 인터뷰 때마다 '꿈이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에 한결 같은 대답, 지금 역시 한 자도 다르지 않게 말했다. 여기에 첨언할 것이 생겼다. "아이돌 하면, '아티스트'라는 수식이 (저로 인해) 자연스럽게 떠올랐으면 해요." '아티스트'의 음절 하나하나에 스타카토가 분명히 얹혔다. SW

hy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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