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松 건강칼럼] 평화 중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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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松 건강칼럼] 평화 중재자
  • 박명윤 논설위원
  • 승인 2018.09.01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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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피 아난 UN사무총장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이 2016년 2월 14일 뮌헨 안보국제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 /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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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박명윤 논설위원] 아프리카계 흑인으로는 처음으로 유엔 사무총장(제7대, 재임 1997-2006)을 역임한 코피 아난(Kofi Atta Annan)이 지난 8월 18일 향년 80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아난 전 총장은 스위스 베른의 한 병원에서 짧은 기간 투병하다 세상을 떠났다고 스위스 소재 <코피아난재단>이 밝혔다. UN사무총장 재임 기간 주요 성과로는 AIDS 확산 방지, 빈곤 퇴치, 지역분쟁 중재 등이 있다.
 

 반기문(潘基文) 전 UN 사무총장은 코피 아난 전 사무총장의 서거 소식에 애도의 성명을 발표했다. 반 전 총장은 “나의 전임자인 아난 전 총장의 때 이른 죽음에 대해 그의 부인과 유족에게 전 세계인들과 모든 유엔 동료들과 함께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유엔의 원칙과 이상을 지키려고 했던 그의 비전과 용기는 늘 존경받고 기억될 것”이라고 추모했다. 

 “지난 15년 동안 아난 전 총장과 나는 전 세계 모든 사람의 평화와 발전, 인권을 위해 긴밀히 협력해왔다”며 “그는 유엔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유엔의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일에 누구보다 활발히 매진했다”고 말했다. 반기문 전 총장은 코피 아난이 사무총장으로 재직할 당시인 2001년 유엔총회 의장 비서실장을 지냈다. 그리고 아난 총장 뒤를 이어 제8대 사무총장 자리에 오른 인연 등으로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나나 아도 가나 대통령은 아난 전 총장의 유가족에게 보낸 조문사절(使節)을 통해 “그는 글로벌 표상이자 외교관, 정치인으로서 완전한 국장(國葬)으로 장례를 치르기에 걸맞다”라고 말했다. 아도 대통령은 아난 총장의 별세 소식 직후 “정부와 국민은 위대한 동포의 사망 소식에 슬퍼한다”며 1주일간 전국에 조기(弔旗)를 게양하도록 지시했다. 아난 전 총장의 장례식은 9월 13일 가나에서 국장으로 치러진다.   

 필자는 아난 UN사무총장과 직접 대면한 적은 없으나, 아난 총장 부부가 2006년 5월 한국을 방문했을 때 부인(Mrs. Nane Annan)과는 5월 15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개최된 에이즈(AIDS)관련 간담회에서 만났다. 간담회에는 우리나라 에이즈 관련 대표자 36명이 참석했다. 당시 필자는 한국에이즈퇴치연맹(Korea Federation for HIV/AIDS Prevention) 상임고문으로 호텔에서 영부인을 영접했으며, 간담회 참석자들을 대표하여 환영사를 했다. 

 사단법인 한국에이즈퇴치연맹은 AIDS 예방을 위한 홍보, 교육, 상담, 조사연구 그리고 국제협력 사업을 효과적으로 수행함으로써 우리나라 국민과 외국인의 건강을 증진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1993년 국내 최초로 설립된 에이즈 예방 전문단체이다. 연맹은 홍보ㆍ교육사업, 성(性)매개감염병 예방사업, 에이즈상담소 운영, 동성애자와 성매매여성 및 외국인 에이즈예방 지원사업, 청소년 또래지킴이사업 등을 지속적으로 펼쳐왔다.  

 스웨덴 출신 변호사인 난 아난 여사는 간담회에서 “남편과 나는 에이즈 환자들을 만나왔고 에이즈 감염인의 인권보호를 사명으로 살고 있다. 이를 위해 많은 나라의 대통령, 지도자들과 지역 공동체 대표들을 만나고 있다”며 “에이즈 퇴치를 위해 보여줄 것은 지도력이다. 여기 와보니 여러분이 지도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 같다. 한국은 아직까지는 감염인이 적으나 여러분의 지도력만이 현실을 유지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간담회 참석자들을 격려했다. 

 에이즈(AIDS: Acquired Immune Deficiency Syndrome)는 ‘후천성면역결핍증’으로 병원체인 HIV(Human Immunodeficiency Virus,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에 감염돼 체내의 면역 기능이 저하되어 사망에까지 이르는 감염성 질환이다. HIV 감염인은 체내에 HIV를 보유하고 있어 타인에게 전파력은 있지만, 에이즈 환자로 이행되기 전 단계를 말한다. AIDS 환자는 에이즈환자 판정기준에 속하는 사람을 말한다. 
 

 HIV가 1981년 발견 후 세계적으로 7730만명이 감염되었고, 3540만명이 에이즈관련 질환으로 사망했으며, 현재(2017년) 약 3690만명이 감염자로 살고 있다. 우리나라 HIV/AIDS 신고 현황(2017년)은 1,191명이 신규로 신고 되었으며, 내국인은 1,009명(남자 959명, 여자 50명), 외국인은 182명(남자 130명, 여자 52명)이다. 연령 구성은 20대가 33.2%로 가장 많으며, 30대 24.3%, 40대 17.8% 순으로 20-40대가 전체의 75.2%를 차지하고 있다.

 연세대 의대 감염(感染)내과 김준명 교수 등 국내 7개 의과대학 공동 연구팀이 2006년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한국 HIV/AIDS 코호트(cohort)’에 등록된 18세 이상 HIV 감염인 1474명(남 1377명, 여 97명, 평균나이 41.7세)을 대상으로 감염 경로에 대한 역학조사 결과에 따르면 감염인의 성(性)접촉은 동성간 34.2%, 양성간 25.9%, 이성간 34.6%로 집계됐다. 이외의 감염 경로는 수혈 및 혈액제제, 마약주사 공동사용, 감염 경로 모름 등으로 나타났다.   

 1988년 1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세계보건장관회의에서 회의에 참가한 148개국이 에이즈 예방을 위한 정보교환, 교육 및 홍보, 인권존중 등을 강조한 ‘런던선언’을 채택했다. 국제연합(UN)은 12월 1일을 ‘세계에이즈의 날(World AIDS Day)’로 정했으며, 지난해 제30회 세계에이즈의 날을 맞아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주최, 한국에이즈퇴치연맹 주관으로 행사를 실시했다. 
 

 故 코피 아난 前 UN사무총장은 1938년 영국 식민지 시절의 가나(Ghana)에서 한 부족장의 후손으로 태어났다. 가나는 아프리카 서부의 기니만(灣)에 면한 연안 국가이며, 1874년 영국의 식민지로 되었다가 1957년에 독립했다. 코피 아난은 포드재단 후원으로 미국 매칼레스터대학 경제학과를 나와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경영학 석사를 취득했다. 
 

 아난은 1962년 세계보건기구(WHO) 예산행정담당관으로 임용되었으며, 이후 유엔난민기구(UNHCR) 고등판무관, 예산담당관 등을 거치며 인사, 예산, 감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다. 1993년 당시 갈리 유엔 사무총장에 의해 유엔평화유지군(PKO) 담당 사무차장으로 발탁됐다. 1997년 UN직원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사무총장으로 선출되었다. 아난 사무총장은 세계 각지 분쟁 해소에 힘을 기울였으며, AIDS 확산방지, 빈곤퇴치 등에 공헌한 공적으로 2001년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1998년 ‘서울평화상’을 수상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으며, 2006년에는 서울대학교에서 강연을 했다.  

 ‘세계의 대통령’으로 불리는 유엔 사무총장(Secretary-General of the United Nations)은 복잡다단한 국제문제들을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결해야 하는 위임을 받은 ‘중재자’이기도 하다. 제3대 사무총장을 역임한 우 탄트는 “유엔 사무총장직은 지구상에서 가장 변화무쌍하며 흥미 있고 도전적인 정치적 직업”이라고 말했다. 사무총장의 위상과 역할이 실로 대단하다는 뜻이다.
 

 1945년 10월 24일에 공식 출범한 국제연합(UN)에 존재하는 6개의 주요 기관은 유엔 총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유엔 사무국(UN Secretariat), 유엔 국제사법재판소, 유엔 신탁통치이사회 등이다. UN산하 전문기구에는 세계보건기구(WHO), 유엔개발계획(UNDP), 국제연합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 식량농업기구(FAO), 국제연합아동기금(UNICEF) 등 다양한 기관이 있다. 유엔 회원국은 193개국이며, 대한민국과 북한은 UN에 1991년 9월 17일 동시 가입했다.
 

 유엔 사무총장은 특정한 자격요건이나 선출 절차 없이 대륙(大陸)별 안배와 관례라는 비공식적 원칙으로 선출된다. 사무총장 후보는 UN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추천 절차를 거치는데, 안보리 국가 중 상임이사국 5국을 포함한 9개국의 찬성을 받은 후보 가운데 최다득표를 하는 후보가 최종 추천된다. 안보리가 지명한 단일후보자에 대해 유엔총회에서 토론이나 투표 없이 박수로 최종 선출되는 것이 관례다. 임기는 5년이며, 연임이 가능하다.
 

 역대 유엔 사무총장은 다음과 같다. 제1대 트리그브 할브란 리(Trygve Halvdan Lie, 노르웨이) 1946-1952년 재임, 제2대 다그 함마르셸드(Dag Hammarskjold, 스웨덴) 1953-1961년 재임, 제3대 우탄트(U Thant, 미얀마) 1961-1971년 재임, 제4대 쿠르트 발트하임(Kurt Josef Waldheim, 오스트리아) 1972-1981년 재임, 제5대 하비에르 페레스 데 케야르(Javier Perez de Cuellar, 페루) 1982-1991년 재임, 제6대 부트로스 갈리(Boutros Ghali, 이집트) 1992-1996년 재임, 제7대 코피 아난(Kofi Atta Annan, 가나), 1997-2006년 재임, 제8대 반기문(Ban Ki-moon, 대한민국) 2007-2016년 재임, 제9대 안토니오 구테헤스(Antonio Guterres, 포르투갈), 2017-현재. 

 필자는 25세에 UN직원으로 임용되어 1965년 1월부터 1989년 12월까지 25년간 국제연합아동기금(UNICEF)에 근무할 당시 UN 사무총장은 제3대 우 탄트, 제4대 발트하임, 제5대 케야르 사무총장 등 3명이었다. 사무총장(Secretary-General)은 유엔직원(official of the United Nations)에게 UN여권/통행증(United Nations Laissez-Passer) 발행하며, 여권 소지자는 외교관에 준하는 예우를 받는다. 필자는 UN재임기간 동안 UNLP를 세 차례 발급받아 사용했다. SW

pmy@economicpost.co.kr

 글/ 靑松 朴明潤(서울대학교 保健學博士會 고문, 대한보건협회 자문위원, 시사주간, 아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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