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동대문에서 불황을 논할 수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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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동대문에서 불황을 논할 수 없다고?
  • 김경수 기자
  • 승인 2018.12.20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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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오후 서울 동대문시장 인근에 차들만 다닐 뿐 관광객들의 모습은 드문드문 보여 한적한 모습을 자아냈다. 사진 / 김경수 기자    

[시사주간=김경수 기자] 지난 19일 오후 11시께 취재를 위해 동대문을 찾았다. 추위가 어느 정도 풀린 날씨였지만 동대문을 찾은 구매자들은 곳곳에 드문드문 보일 뿐 전체적인 분위기는 썰렁했다. 동대문 거리는 짐 보따리를 들고 이동하는 상인들만 분주할 뿐불과 5~6년 전만 해도 활기가 넘쳤던 동대문의 밤은 이젠 불황이라는 말을 대신 달고 있다.

어려워도 이렇게 어려울 수 있나!”

잇따른 경기 악화와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자영업이 위태로운 가운데 호황이라 불려왔던 의류업계마저 역풍을 피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동대문은 대한민국 패션 일번지다. 의류 창업 첫 관문이 바로 동대문시장으로 불리고 있으며, 동대문역사문화공원(DDP)을 중심으로 형성된 1.3km 길이의 동대문시장은 매일 밤 전국 각지에서 올라오는 도·소매 의류 상인들과 외국인 관광객들로 불야성을 이뤄왔다.

기자는 지난 19일 오후 동대문을 대표하는 한 패션타워를 찾아갔다. 정문 초입부터 ‘SALE’이라고 써놓은 매장들이 이곳저곳 눈에 띄긴 했지만 정작 옷을 구입하는 손님들은 눈에 띄지 않았다.

여성복을 판매하는 김모(37·)씨는 세일 해봤자 손님도 없고, 몇 안되는 손님들도 구경만 할 뿐 지갑을 열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신발 및 잡화를 판매하는 우모(40)씨는 힘들어도 이렇게 힘들 수 없다” “사드 직격탄 이후 계속된 경기불황으로 폐점이 속출하고 있다내년부터 시행될 최저 임금 도입은 자영업자를 얼마나 더 힘들게 몰아부칠지 무섭다고 말했다.

D타워 앞에서 노점을 운영하는 상인 A씨는 기자에게 요즘 인터넷뉴스를 통해 동대문 관련 기사를 봤더니 불황을 모르는 호황이라고 적어놓은 매체가 몇몇 있었다” “제대로 알고 썼는지...불황도 이런 불황이 없는데 그런 기사를 보면 사람들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할지 의문이 든다고 불만을 표했다.

이어 눈앞에 있는 나무만 보지 말고 숲을 보라“전체적인 동대문 상권 소식을 제대로 기사를 통해 알려줬으면 한다며 격려해줬다.

상인 A씨가 동대문시장 관련 터무니 없는 기사가 많이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은 타 매체 기사 댓글. 사진 / 다음 홈페이지 캡쳐

◇ 사드 여파로 시작된 동대문시장 불황

동대문시장 일대는 보통 오후 8시부터 전국에서 몰려드는 소매상인, 중국 상인, 그리고 물류기사들로 떠들썩한 하루가 시작되는 곳이다. 그러나 동대문 상인들은 "3~4년 전부터 사드여파로 인해 '큰 손' 중국 상인들이 예전만큼 보이지 않는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중국 상인이 줄어든 이유는 사드 배치로 인해 중국 내 한류 금지령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부터는 동대문 의류 통관 절차 또한 까다로워지면서 운송에 차질이 빚어졌다. 

동대문 옷이 중국 세관을 통과하지 못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게됐고, 또 통과하더라도 시간이 늦어져 자연스레 중국 상인들의 주문 취소가 이어지게 됐다. 

동대문 도매상가를 이용하는 고객 중 절반 이상이 중국 도소매 상인이라고 말한다. 일부 상가는 중국 상인이 올리는 매출이 전체의 80%에 달한다.

한 상인은 "중국 도소매상들은 이곳을 찾을 때 한번에 큰 폭으로 주문한다"며 "우리에겐 최고의 고객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드 여파로 통관수수료 인상, 배송문제 차질이 중국 고객들을 끊기게해 앞날이 캄캄하다고 말했다.

 ◇ 해결 대책은 무엇

이 같은 이유로 동대문시장에 크고 작은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온라인과 모바일 도매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새로운 유통시스템이 열린 것이다.

매장들은 각자 SNS 등을 통해 브랜드를 알리는 작업에 열중한다. 이에 온라인 쇼핑몰 성업에 힘입어 올해 3분기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2872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0% 증가한 수치를 보였다. 또 온라인·모바일쇼핑 거래액은 2001년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후 꾸준히 최고기록을 갈아치웠고 올 3분기도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몇 상인들은 정부의 최저임금 도입정책을 개정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신발가게를 운영하는 한 상인은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최저임금 인상 이후로 동대문에서 사장 혼자서 일하는 매장이 우후죽순 늘어났다” “6~7명의 직원을 채용한 한 점포는 최저임금 부담 때문에 직원을 줄여가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동대문은 지난 2002년 정부로부터 관광특구로 지정됐다. 여의도 5분의 1586000(17만평)의 면적에 점포수 3만여 개, 상인을 포함해 종사자는 약 15만명으로 추산된다.

사드 여파로 시작된 동대문시장 불황은 계속되고 있다. 사진 / 김경수 기자    

현장에서 만난 상인들은 하나같이 동대문이 경제불황에 빠진 원인을 두고 구조적이고 복합적이라 콕 찍어 말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하지만 동대문 주 고객 층인 중국 바이어와 관광객들은 사드 여파 이후로 크게 줄어 매출 급감, 반면 인건비는 인건비대로 올라 임대료까지 껑충 뛰는 바람에 동대문 겨울은 올해도 추운 불황을 보내고 있다. SW

kks@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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