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日 문화 속에 내재된 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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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中·日 문화 속에 내재된 갑질
  • 현지용 기자
  • 승인 2019.01.21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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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3국에서는 최근 직장 내 괴롭힘과 같은 무차별 갑질로 사회 내 논란이 들끓은 바 있다. 사진은 송명빈 마커그룹 대표가 수년간 직원을 무차별 폭행하는 장면(왼쪽), 중국 산둥성의 한 미용회사가 이달 직원들을 거리에 기어다니게 하는 모습(가운데), 2018년 12월 일본의 한 연예기획사 송년회에서 사장이 직원의 얼굴을 끓는 전골 냄비에 밀어넣는 모습. 사진 / 유튜브(Youtube) 캡쳐

[시사주간=현지용 기자] 지난 15일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공포돼 오는 716일부터 시행된다. 그러나 직장 내 권위·지위를 이용해 폭력과 괴롭힘을 가하는 행위인 소위 갑질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문화 속에 내재돼있는 실정이다.

21세기 동북아 한중일 3국의 아르바이트생과 직장인들의 입에 회자되는 단어에는 공통점이 있다. 중국의 집단 체벌, 일본의 파워하라(Power Harassment)’, 한국의 갑질로 단어는 다르나 직장의 상사 또는 고위직이 권위를 이용해 폭력 또는 괴롭히는 행위를 의미한다.

중국에서는 지난해와 올해 직원들의 정신 교육이라는 명목으로 직원들을 도로에 일렬로 지어 기어 다니게 하는 체벌이 중국 대중의 공분을 산 바 있다. 지난해 11월 일본에서는 끓는 전골 냄비에 직원의 얼굴을 들이미는 학대 파문이 돌기도 했다. 한국의 경우 송명빈 마커그룹 대표와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대표의 갑질 만행이 최근까지도 입에 오르내리는 실정이다.

갑질의 원인

임금체불, 직장 내 부당한 조치나 괴롭힘 등 직장인이 겪는 피해를 돕는 민간공익단체 직장갑질119’는 갑질이 발생하는 근본적 원인을 회사와 직원간의 비민주적 환경, 부족한 법·제도적 보호, 유교문화적 요인이라 답했다.

오진호 직장갑질119 운영위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직장 내 상사와 직원, 회사와 직원간의 비민주적 환경으로 인한 갑질 발생은 작은 사업장 또는 지방으로 나갈수록 더욱 심해진다갑과을 사이의 관계에 그 문제가 있다고 답했다.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에도 불구하고 법·제도적으로 직장인을 보호하고 지키는 것이 부족한 현실이자 이를 노사관계로 풀어내지 못하고 있다면서 해당 문제를 노동부가 처리하는데도 공백인 점이 있는 것과 함께 재직 중이라 불이익을 우려하는 점도 크다고 설명했다.

오 위원은 사회 내 유교문화부터 이어진 군대문화 등 관련 문화의 영향이 여전히 남아 군대식 직원 괴롭히기, 상사의 무조건적 복종 등 문화적 요인 반영도 있다며 한국과 이웃국가에 유사하게 보여지는 집단 문화의 부작용을 언급했다.

직원 폭행, 웹하드 성범죄 영상 유통, 청부살인으로 논란을 일으킨 양진호 미래기술 회장. 사진 / 뉴스타파·셜록 캡쳐

집단적 경향성, 문화적 토대로 만들어지는 갑질

송재룡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여기서 더 나아가 동아시아에서 특히 나타나는 집단적 경향성의 부작용에 주목했다.

송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인간 사회는 체제와 상관없이 집단·조직에서 사는 존재이기에 위계적 서열이 구성돼 갑질과 같은 비합리적 행태가 일반적으로 일어나기 마련이라며 현대의 다원화 사회에서 개인은 여러 관계를 가지고 있음에도 서열·지위에 따라 다종·다양한 갑·을의 위치에 서게 된다고 풀었다.

문화적 요인에 대해 송 교수는 한중일 3국이 공유하는 문화적 뿌리인 유교적 가치는 그 자체로는 중립적이나 이를 현실화할 때 불가피하게 위계적 서열화가 발생한다근현대에 개인의 존엄성, 자유, 권리 등 서구 가치가 동아시아에도 옮겨졌으나 공맹사상이라는 동아시아 문화적 토대와 배경과 집단적 경향성이 섞여 갑질 문제로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갑질의 주요 원인으로 집단적 경향성에 대해 송 교수는 깨어있는 개인도 집단 속에서는 일방적인 집단의 추구 가치로 인해 압박을 받는다면서 개체 자유에 대한 의지를 인정하고 일원적으로 정당화하는 작업과 갑질에 대해 성찰하는 담론이 끊임없이 이어져야한다고 강조했다.

갑질 담론과 갑질 성찰

한중일 3국에서 일어나는 직장 내 괴롭힘과 갑질 파문이 서구 사회와 다른 점으로는 개개인의 존엄성을 파괴하는 정도의 심함과 별개로 공개된 장소나 상황에서 타인의 시선을 개의치 않고 이러한 폭력적 행위를 저지른다는 점이다.

타인이나 집단의 태도·상황을 살피고 소위 눈치를 보는 문화적 특징을 가진 동아시아로서는 매우 이질적인 현상이나 집단 속 개인이라는 조건과 권위에의 복종이라는 문화적 토대 위에서라면 서구적·현대적 가치와 법·제도적 보호가 있어도 갑질은 계속된다. 갑질 담론이 갑질을 유의미하게 만들듯 갑질에 대한 지속적인 성찰이 갑질이 사라지게 만들 것이라 기대할 수도 있겠다. SW

 

hjy@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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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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