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인터뷰] 하종선 변호사 “BMW 결함·은폐 밝혀 국격 높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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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인터뷰] 하종선 변호사 “BMW 결함·은폐 밝혀 국격 높일 것”
  • 김경수 기자
  • 승인 2019.01.21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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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는 'BMW피해자모임' 법률대리를 맡은 하종선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사진 / 김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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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김경수 기자] 지난해 1224일 국토교통부와 민관합동조사단이 BMW 화재 원인을 차량 결함 은폐축소 및 늑장 리콜로 결론 내렸다이에 BMW피해자모임 측은 조사단의 최종 조사결과를 법원에 제출해 신속한 판결을 이끌어내기로 했다.

BMW 결함·은폐가 드러난 만큼 이에 대한 위자료 금액을 상향 조정할 예정이고 조사단 발표를 계기로 소송에 참여할 피해자들과 함께 추가로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전해졌다.

BMW피해자모임 법률대리를 맡은 하종선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이번 조사단 발표에 대해 뒤늦게라도 국토부에서 17만여 대에 대한 교체를 명령한 것은 잘한 결정이라고 말했지만 아쉬운 점 또한 지적했다그것은 고압 EGR시스템이 장착된 신형 차량이 발표에서 제외된 점이다.

본지는 하종선 변호사에게 인터뷰를 요청해 BMW사태가 국내에 미친 영향과 남은 과제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봤다.

※ BMW사태=BMW 디젤 엔진에 탑재된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 모듈 결함으로 인해 대량 화재가 발생한 사건. EGR이란 질소산화물 배출을 줄이고자 디젤 엔진 차량에 장착되는 장치로 원리는 질소의 산화반응에 필요한 온도를 낮추는 방식이다. 엔진에서 한번 연소된 배기가스는 EGR모듈을 거쳐 다시 흡기 밸브를 통해 연소실로 유입된다. 산소가 부족한 배기가스는 연소실 내 공기와 섞이고, 연료와 반응할 산소가 줄면 출력이 떨어져 엔진 온도는 더 낮아지게 되는 시스템이다.  

아래는 하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지난해 8월 시작해 시간이 어느정도 흘렀습니다. 현재 BMW사태는 어떤 상황에 있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지난해 여름 BMW 차량 화재가 연일 터져 현재 민사소송을 진행 중이고, 지난 8월초부턴 형사고소해 지능범죄수사대가 수사를 진행해 곧 김효준 BMW코리아 대표이사 포함 고위급 임원들이 소환될 예정입니다. 본격적인 소송은 3월부터 시작될 것 같습니다. 정부가 지난달 조사결과를 발표한 만큼 재판은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물론 BMW코리아는 시간을 끌려고 할테지만요...  

 

하종선 변호사가 기자에게 BMW 사태 문제점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 김경수 기자    

-어떻게 BMW사태 변호를 맡게 되셨는지.

지난해 여름 BMW 차량 화재가 많이 발생했고, 피해 차주들은 제게 찾아와 변호를 요청했습니다. 그래서 검토하던 중 BMW가 고의적으로 차량 결함·은폐하는 정황들이 포착돼 이건 안 되겠다 싶어 폭스바겐 '디젤게이트'에 이어 또 다시 변론을 맡게 됐습니다. 사전조사 해보니 이미 독일 본사는 스스로 EGR(배기가스 재순환장치)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는 BMW를 가장 많이 이용하는 나라입니다. 특히 520d, 320d 4기통 디젤엔진이 제일 많이 팔린 나라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 많은 BMW 차량을 타는 차주들에게 이 위험성을 알리지 않으면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더욱이 '폭스바겐 디젤게이트'를 맡아왔기 때문에 이번 BMW 사태는 큰 문제가 있다는 점을 즉시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깐 변호사님 말씀은 이미 BMW 측에서 EGR 결함 문제에 대해 알고 있었는데도 은폐했다는 말씀이시죠?

네 그렇습니다. BMW 독일 본사에서 온 사람들이 지난 2016년부터 EGR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BMW가 2년 반이나 연구했는데 불구하고 원인을 몰랐다? 납득이 전혀 안가는 부분입니다. BMW EGR에서 불이 난다는 것은 자동차업계에서 익히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주행 중에 뜨거운 배기가스가 계속 나오다보니 식히지 못한 상태에서 그 뜨거운 엔진으로 다시 들어가다보면 '흡기다기관'이란 곳에 구멍이 뚫려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예상이 가능한 데도 BMW가 그런 결론을 못냈다는 것은 납득이 전혀 가지 않는 부분입니다. 그 결과 많은 BMW 차량들에 화재가 발생한 것입니다.  

또 EGR만 과연 BMW 차량 화재의 원인일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다른 나라에서 BMW가 화재로 리콜한 이유를 들여다보면 알 수 있습니다. 리콜 이유를 보면 전기배선, 전기적 과부하 등 다른 원인들도 분명 있었습니다. 정부는 BMW 차량 화재에 대한 다른 원인에 대해서도 철저히 알아봐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폭스바겐 '디젤게이트'에 이어 BMW 피해자들의 법률대리를 맡은 하종선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사진 / 김경수 기자     

-한국에서 수입차 구조적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수입차업체는 한국에서 사업하기 정말 좋은 시장입니다. 이들이 외국에서 행하는 사업전략과 국내서의 전략이 너무 달라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외국 소비자들 만큼 보호 받지 못하는 부분들이 많아 속상합니다. 지금까지 수입차업체들은 한국 자동차시장을 쉽게 여겼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번 BMW 화재 차량 집단소송을 계기로 국내에서 사업하는 수입차업체들이 정신 차려야될 때라고 생각합니다.

또 피해 차주들이 어려워하지 않고 수입차업체에 잘못된 부분들을 따지고 지적할 수 있는 법제도화가 시급합니다. 결함·하자 입증 책임을 제조사에 물리도록 하는 미국식 디스커버리 제도가 국내에도 하루 빨리 도입돼 미국처럼 재판 전에 소비자가 업체에 관련 문서·자료 요구나 증인 심문 권리를 줄 수 있게 해야합니다. 우리나라는 너무 비일비재하게 업체가 자료 제출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국내 피해 차주들이 결함을 입증해내는 것이 무척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번 BMW 집단소송을 통해 한국 소비자들이 당연히 받아야 할 보호를 잘 받고 우리나라 국격 또한 한 층 더 높여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듯 하종선 변호사는 지난해 12월 정부가 발표한 BMW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현재 진행 중인 민사단독재판부 소송을 빨리 마무리할 방침이다. 하 변호사는 마지막으로 피해자들은 감가상각은 물론 중고차가격 하락과 판매 부진 등 피해를 보고 있다법원이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여 변론기일 횟수를 줄이고 결론을 빨리 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 하종선 변호사는 1955년 경북 의성군에서 태어나 경기고와 서울대 법학과 졸업 후 21회 사법고시에 합격한 사법연수원 11기 출신이다. UCLA 대학원 법학석사를 마친 후 한국과 미국(캘리포니아주) 변호사로 활동. 1986년부터는 10년 동안 현대자동차 법무실장, 상임법률고문을 역임했고, 2004년에는 현대해상화재보험 대표이사, 2008년에는 현대그룹 전략기획본부 사장을 맡았다. 지난 2012년부터 현재까지 법무법인 바른 소속 변호사로 여러 집단 소송을 승소로 이끌어낸 인물이다. SW

kks@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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