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장애인을 '재난의 사각지대'로부터 구하라
상태바
[기자수첩] 장애인을 '재난의 사각지대'로부터 구하라
  • 성재경 기자
  • 승인 2019.04.09 09:38
  • 댓글 0
  • 트위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부산 영도경찰서는 지난 2월 26일 새벽 장애인 모자가 함께 타고 있던 전동휠체어가 택시와 충돌, 60대 어머니가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사진 / 부산경찰청

[
시사주간=성재경 기자] "저는 휠체어를 사용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국민입니다. 지진 재해가 일어났을 당시 2018년도에 동일한 청원을 올리고 난 이후, 지금 현 시각 큰 화재로 인해 대피 시도조차 못하고 있는 장애인/노약자분들을 생각하니 눈 앞이 캄캄해집니다.
 
청각, 시각, 지체 또는 지금 당장 여러 사유로 몸이 불편해 빠르게 대피하지 못하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강원도 산불이 발발한 직후인 지난 5일 한 장애인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글이다. 그의 글을 좀 더 살펴보자.
"일반 초 중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을 때에 대피훈련을 하고 있을 때의 저희들은 언제나 ' 교실 안에서 기다리고 있어 ' 또는 ' 거동이 불편하니까 너희들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천천히 내려가자 ' 등의 이야기를 들으며 제게 적합한 지진대피요령을 배운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따로 자신의 신체 장애에 적합한 대피요령을 찾아보면 요령 대책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따로 찾아보지 않으면 모를정도로 학교나 일반적으로 붙어있는 대피 요령에는 장애인들에게 적합한 대피훈련과 요령을 배우지 못하거나 적혀져있지 않습니다.
 
장애인들은 지진이 날 때마다 아무 조치도 하지 못하고, 엘리베이터도 사용을 하지 못하기에 그 자리에 가만히 있을 뿐이었습니다.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한 채 자신을 어떻게 찾고 언제 올지 모르는 사람을 기다리는것이 불안할 뿐입니다".
 
불이 나도, 지진이 나도 장애인들은 움직일 수가 없다.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으면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가 없다. 재난방송을 봐도 수어통역이나 화면해설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결국 피해는 그들이 입는다.
 
강원도의 산불은 많은 피해를 줬다. 그 산불 소식도 장애인들은 답답한 마음으로 봐야했다. 역시 수어통역과 화면해설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명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도 장애인을 대피시킬 장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그 지역 사람이 아니더라도 같은 마음으로 뉴스를 봤을 것이다. 만약에 내가 당했다면 어땠을까를 생각하면서 말이다.
 
또 재난을 알더라도 피하기가 어려운 이들이 장애인들이다. 재난문자를 받아도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은 이동이 어렵다. 재난 발생 시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이들이 장애인이지만 이들을 위한 대피 매뉴얼이 아직 없다.
 
그동안 장애인들에게 정보와 재미를 주기 위한 장치들이 많이 나왔지만 정작 장애인의 가장 큰 불안함인 재난에 대한 대책은 여전히 마련되지 않았다는 것이 이번 강원도 산불 보도가 보여준 것이었다. '뉴스를 듣고 드라마를 듣는' 시대가 왔지만 재난 소식은 결국 듣지 못하고 알지 못하고 피할 수 없는 게 지금 장애인들의 현실이다.
 
물론 방송사들도 할 말이 있을 것이다. 갑작스럽게 소식을 전하면서 인력을 동원하기가 어렵다는 말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만약 장애인을 위한 재난방송을 '의무'라고 생각했다면 이런 말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지금 장애인들은 스스로 자신들도 살아야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 목소리를 귀담아 듣고 실천해야하는 지금이다. 그것이 바로 '함께 사는 세상'이다.
 
"사실상 장애인이 편하면 비장애인이 편한게 맞다고 봅니다. 지금이라도 당장 공중파에서 수어 통역을 해도 모자르다고 생각하는데 제발 도와주세요 안전해질 권리는 모두에게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다 살고싶은 사람들이에요. 지금도 어디에선가 움직이지 못하고 갇혀있는 사람 있습니다.. 제발요. 따로 이렇게 청원을 올려서 부탁하는것도 정말 비참하네요" 청원의 마지막 글이다. 그 비참함을 더 이상 느끼지 않게 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SW
 
sjk@economicpost.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