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하나 꼬리 자르기' 남양유업, 반성문을 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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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하나 꼬리 자르기' 남양유업, 반성문을 쓰라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9.04.09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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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남양유업 홈페이지에 올라온 남양유업의 입장문에는 '황하나 사건'에 대한 반성이 전혀 없었다. 사진 / 남양유업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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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임동현 기자] "황하나씨 개인의 일탈은 남양유업과는 전혀 무관함을 밝히며 안심하시기를 당부드립니다". 9일 남양유업이 자사 홈페이지에 올린 글이다.

 
잘 알려지다시피 현재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된 황하나 씨는 남양유업 홍두영 창업주의 외손녀다. 황씨에 관한 기사에도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라는 말이 계속 붙는다. 자연스럽게 '황하나=남양유업'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 좋든 싫든 한 핏줄이다. 
 
그런 황씨가 마약 투약 혐의를 받자 남양유업은 바로 "황씨와 남양유업은 무관하다"며 발을 뺐다. 그리고 황씨가 구속되고 여러 의혹이 다시 불거지자 남양유업은 또다시 "황씨와 남양유업은 무관하다"를 반복했다. 이번엔 '개인적 일탈'이라는 말까지 붙여서 말이다. 
 
그러나 핏줄까지 부정하며 이번 사건에 어떻게든 발을 빼려는 남양유업의 마음을 이해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도리어 남양유업의 무책임을 비판할 뿐이다. 
 
"최근 그릇된 행동으로 사회적 공분을 사고 있는 황하나 씨가 돌아가신 홍두영 창업주의 외손녀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남양유업 이름까지 연관되어 소비자 여러분께 혼란과 심려를 끼쳐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창업주의 외손녀라는 이유만으로'? 사실은 그 이유가 제일 크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황씨는 남양유업의 핏줄이다. 자연스럽게 황씨를 보면 남양유업을 떠올린다. 그 남양유업의 핏줄이 물의를 일으켰다면 남양유업은 그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기업의 숙명이다.  
 
게다가 황씨는 지난 2015년 함께 마약을 투약한 것으로 알려진 대학생에게 자신의 투약 사실을 말하지 말라며 1억 원을 건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1억이라는 돈이 어디에서 나왔을까'를 생각한다면 그 관계를 다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기업으로서는 억울할 수 있겠지만, 사회적 책임을 외면할 수는 없다. '남양유업'과 관련된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그 기업의 이미지를 좌우한다. 그렇기에 "황씨는 물론 그 일가족 중 누구도 남양유업의 지분을 전혀 보유하고 있지 않으며 경영활동과도 무관하므로 전혀 관련이 없다"는 남양유업의 주장은 무책임한 발언에 불과하다. 
 
남양유업은 가장 중요한 사실을 무시했다. 황씨는 남양유업의 가족이다. 지분의 유무, 경영권의 유무는 아무 의미가 없다. 가족이 잘못을 저질렀다면 우선 용서를 구하고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는 것이 먼저다. 그런데 '우리 가족이 아니야'라며 내버려둔다면 상대는 용서를 하려고 해도 그 마음을 도로 거두어버린다. '정말 무책임하다'는 생각과 함께 말이다.
 
그 무책임의 극치가 바로 이 말이다. "황하나 씨 개인의 일탈은 남양유업과는 전혀 무관함을 밝히며 안심하시기를 당부드립니다". 명백한 꼬리 자르기다. 꼬리를 자르는 것만으로 국민이 안심할 것이라는 단순한 생각을 아직도 하고 있는 것일까?
 
물론 남양유업은 나름대로 '회초리를 든' 말을 하기도 했다. "저희 역시 황하나씨가 엄정한 수사를 통해 공정하고 강력하게 처벌되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무책임으로 일관된 남양유업의 입장을 보면 이 말이 진심이 아닌, 빈말로 들릴수 밖에 없다. 
 
그러면서 남양유업은 "일등 품질의 제품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지금까지처럼 오직 일등 품질로 보답 드릴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미 기업의 이미지가 나빠진 상황에서 '일등 품질'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아직도 많은 이들은 남양유업하면 '갑질'을 떠올린다. 대리점 강매와 그 과정에서 영업사원이 대리점 점주에게 폭언을 하는 동영상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지금도 '남양 불매'를 외치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에는 육아휴직에서 복직한 여성 팀장의 보직을 해임하고 타 부서로 보내며 퇴사를 종용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갑질을 반성하지 않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로 남게 되었고 이번 사건으로 꼬리를 자르는 무책임까지 보이며 기업의 존재 가치를 스스로 떨어뜨리고 있다. 그 상황에서 '일등 품질'을 다짐하는 모습은 우스워 보이기까지 하다.
 
"비록 이 사건은 저희 남양유업과 무관하기는 하나 남양유업의 가족이 저지른 잘못인 만큼 저희가 책임을 져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사과드리고 이 사건을 계기로 뼈를 깎는 노력으로 '갑질 기업'이 아닌, 새로운 남양유업의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지켜봐 주십시오". 이런 반성이 진정한 '일등 품질'을 갖춘 기업의 모습이다.
 
남양유업의 진정한 반성문을 보고 싶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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