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松 건강칼럼] 고령화와 통합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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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松 건강칼럼] 고령화와 통합의료
  • 박명윤 논설위원
  • 승인 2019.04.17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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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tter Health for All
사진 / 시사주간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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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박명윤 논설위원] 사단법인 대한보건협회(회장: 박병주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 교수)는 2019년 보건의 날을 기념하여 제44회 보건학종합학술대회를 <Better Health for All: Aging & Integrated Care>를 주제로 4월 5-6일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서 개최했다. 서울 의대 강당에서 열린 개회식에서 박병주 회장의 개회사에 이어 협회 명예회장 권이혁 박사(서울대 총장, 문교부ㆍ보건사회부ㆍ환경처 장관 역임), 신찬수 서울대 의대 학장, 임태환 대한민국의학한림원장이 축사를 했다.

대한보건협회(Korea Public Health Association)는 보건분야 24개 회원학회로 구성되어 있으며, 올해는 11개 회원학회가 학술대회에 참가하여 공중보건분야 중요한 과제들 가운데 미세먼지, 금연, 중독, 환자안전, 의료기술평가, 빅데이터 활용, 보건교육사 역할 등에 관하여 학회별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 대한보건교육사회, 중독포럼 등도 학술대회에 참가했다. 필자는 대한보건협회 자문위원으로 학술대회에 참석했다. 

지난 5일 오전 Plenary Session는 <고령화와 통합의료>를 주제로 일본의 하세가와 교수(Prof. Tomonori Hasegawa of Toho University), 홍콩의 유엔 교수(Prof. Peter P. Yuen of Hong Kong Polytechnic University), 싱가포르의 푸아 교수(Prof. Kai Hong Phua of National University of Singapore), 그리고 우리나라 한동운 교수(Prof. Dongwoon Han of Hanyang Univeristy) 등 보건정책 전문가들이 국가별로 고령화에 따른 보건문제 해결방안을 제시했다.      


지난 6일 오전 Plenary Session는 <임종기 돌봄과 연명의료>를 주제로 대한노인병학회장 백현욱 박사가 ‘임종 돌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내과학교실 허대석 교수가 ‘연명의료’ 그리고 정현채 前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가 ‘죽음은 소멸인가, 옮겨감인가?’를 제목으로 발표를 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해 2월 4일부터 ‘웰다잉법’이라 불리는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되었고, 연명치료 진행여부를 결정하는데 환자의 선택권이 존중되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대한노인회 서울시연합회 회원들이 많이 참석하여 강연을 경청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경제사회발전과 더불어 질병을 예방하고 국민의 건강수준을 높이기 위해서 다양한 영역에서 정책적 노력을 기울인 결과 세계 장수국(長壽國) 10위권 이내로 진입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2016년 태어난 아기의 기대 수명(平均壽命)을 기준으로 할 때 82.7세로 세계 9위에 올라 전년 12위에서 3단계 상승했다. 조사 대상 183개국 중 기대 수명이 가장 높은 나라는 일본으로 84.2세이다.


성별로 나눠보면, 여성의 기대 수명은 85.6세로 일본(87.1세), 스페인(85.7세), 프랑스(85.7세)에 이어 세계 4위이다. 한편 남성은 79.5세로 19위에 머물러 남녀 간 수명 차이가 6.1세로 다른 장수국에 비해 큰 편이다. 이는 한국인 남성이 여성보다 암, 알코올 관련 질환, 자살, 교통사고 등 사망률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


질병이나 부상 및 사고 없이 아프지 않고 살 수 있는 건강수명(健康壽命)은 남성이 70.7세, 여성은 75.1세로 남녀 합친 건강수명은 73세로 조사됐다. 이는 기대수명까지 남성은 평균 8.8년, 여성은 10.5년을 아픈 채 노후를 보내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나라는 건강수명이 여전히 낮고, 저출산과 고령화를 비롯한 자살, 치매, 건강 불평등 등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다.


우리나라 치매(癡呆) 인구는 5년 후면 100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은 치매 환자와 공존하는 방법을 알아내기 위한 다양한 실험을 실시하고 있다. 2015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뉴오렌지 플랜’은 치매 환자가 다른 사회 구성원들과 함께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이에 일본 치매 환자들은 가족, 친구들과 만나고, 경제활동(배달, 세차 등)을 하면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활동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급속한 고령사회 진입에 수반되는 의료비의 급증과 돌봄서비스의 필요성이 증대되는 노인, 장애인, 아동들을 위한 정책적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지역사회 통합돌봄 기본계획’을 수립해 평소 거주하던 곳에서 개인의 욕구에 맞는 서비스를 누리면서 지역사회와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도록 주거, 보건의료, 요양, 돌봄, 독립생활의 지원이 통합적으로 확보되는 지역주도형 사회서비스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경기도 부천시 등 전국 8개 기초단체가 6월부터 2년간 시범사업을 벌인다.


일본은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총인구의 20%를 넘어설 즈음인 2000년대 초반부터 고령자(高齡者)가 거주지에서 그대로 지내면서 의료와 돌봄 서비스를 받는 ‘지역 포괄케어’를 시작했다. 이 제도의 핵심은 병원과 시설 중심으로 이뤄지던 의료ㆍ복지 서비스가 환자와 고령자 집과 동네로 옮겨 가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도입하려는 ‘커뮤니티 케어’도 일본형 모델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모든 인간은 이 세상에 태어나서 생로병사(生老病死) 과정을 거쳐 죽음에 직면한다. 사망자의 약 70%는 질환에 의해 사망하며 약 30%는 급사(急死)한다. 좋은 죽음(Good Death)이란 존경과 존엄성을 가진 한 개인으로 대해지는 것, 통증이나 다른 증상에서 해방되는 것, 친근한 환경 안에 있는 것,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있는 것 등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병원에서 사망하는 경우가 매년 증가하여 2015년에는 약 74.6%(암 사망자는 90.6%)에 이른다.


주요국가 사망자의 병원에서 죽음을 맞는 비율은 네덜란드 29.1%, 스웨덴 42%, 미국 43%, 영국 49.1%, 프랑스 57% 등이며, 일본은 75.8%로 비교적 높다. 생명관련 ‘삶의 질’ 국가 순위는 아이슬란드, 싱가포르, 스웨덴, 안도라, 영국, 핀란드, 스페인, 네덜란드, 캐나다, 호주 등이며, 우리나라는 35위이다.


임종기(臨終期)란 환자가 회생(回生)의 가능성이 없고, 치료에도 불구하고 회복되지 않으며, 급속도로 증상이 악화되어 사망에 임박한 상태를 말한다. 급성 및 만성 질환의 경우, 임종기는 담당의사의 판단으로 수 일 내지 수 주 내에 환자의 상태가 악화되고 사망이 예상되어 환자와 가족과 임종돌봄에 관한 논의가 구체적으로 시행되는 시점이다.


말기 환자(末期患者)가 의사의 말기 통보를 거부하면 무의미한 연명의료(延命醫療)로 고통 속에서 중환자실에서 임종을 맞게 된다. 그러나 말기 통보를 수용하면 좋은 추억 만들기, 가족 및 친지들과 용서와 화해의 시간을 갖고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임종시 할 일은 따뜻하고 부드러운 스킨쉽과 이야기, 좋아하는 음악 틀어주기, 가족과 함께 용서 화해 사랑의 시간, 마지막 인사하면서 이별의 시간을 갖도록 한다.


좋은 죽음(Good Death)이란 미국인은 ‘통증으로부터 해방’ ‘영적인 평화’ ‘가족과 함께 있는 것’ ‘정신적인 각성’ 등을 꼽았다. 영국인은 ‘익숙한 환경’ ‘존엄과 존경 유지’ ‘희망하는 곳에서 임종’ ‘의료진과 좋은 관계’ 등을 좋은 죽음의 조건으로 제시했다. 일본인은 좋은 죽음을 ‘신체 및 심리적 편안함’ ‘희망하는 곳에서 임종’ ‘의료진과 좋은 관계’ ‘희망과 기쁨 유지’라고 생각한다.

로마 공화정 시대의 탁월한 정치가이며 웅변가, 철학자였던 마르쿠스 키케로(Marcus Cicero, B.C. 106-43)는 “지혜로운 사람에게는 삶 전체가 죽음에 대한 준비이다”라고 했다. 키케로는 저서 ‘노년에 대하여’에서 “나이를 먹어서 누릴 수 없게 되는 즐거움은 더 고차적이고 세련된 즐거움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송나라 주익(朱翌, 자:新仲, 1097-1167)은 세시오계(歲時五計)에서 5가지 계획을 잘 준비해야 삶을 잘 마무리할 수 있다고 했다. 즉 삶에 대한 생계(生計), 몸에 대한 신계(身計), 가정에 대한 가계(家計), 나이 듦에 대한 노계(老計), 죽음에 대한 사계(死計) 등이다.

미국 예일대학교에서 ‘죽음학’을 강의하는 셀리 케이건(Shelly Kagan) 교수는 사람들이 죽음을 회피하는 이유로 4가지를 꼽았다. 즉, 누구나 죽는다는 죽음의 필연성, 얼마나 살지 모른다는 죽음의 가변성,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죽음의 예측 불가능성, 어디서 어떻게 죽을지 모른다는 죽음의 편재성이다. 케이건 교수는 이 네가지 이유 중에서도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죽음의 예측 불가능성이 죽음을 회피하게 한다고 말했다.


한국인의 죽음에 대한 반응은 무관심과 부정, 회피, 혐오인 경우가 많다. 이에 평소 죽음에 관해 완전히 방치된 상태로 있다가 본인이나 가족, 주변인의 죽음이 닥치면 당황해 한다. 고려대학교는 작년 3월 ‘죽음교육연구센터’를 설립하여 ‘죽음학’을 연구하고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죽음학(thanatology)은 죽음의 원인, 조건, 이론 등에 관해 연구하는 학문분야이며, 이 용어는 고대 그리스어로 죽음의 구현을 뜻하는 타나토스(Thanltos)로부터 나온 것이다. 

죽음교육(death education, 죽음의 준비교육)은 인간다운 죽음을 맞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관한 교육이다. 미국에서는 1960년대 후반부터 여러 대학에서 죽음교육(죽음의 사회학)을 해 왔다. 죽음도 삶처럼 준비와 교육이 필요하므로 노년기(老年期)를 위시하여 유년기, 청소년기에도 필요하다.

사람은 누구나 늙기를 싫어하고 더욱이 죽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러나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늙음을 향해 나아가고 죽음으로 접근해 가고 있다. Memento Mori(Remember you must die.), 죽음을 기억하라! 남은 생(生)이 더욱 농밀(濃密)해질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오늘이 나의 마지막 날이라면 무엇을 할까’에 관하여 매일 성찰하면서 생활해야 한다. SW

pmy@economicpost.co.kr

(서울대학교 保健學博士會 고문, 대한보건협회 자문위원, 보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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