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웰페어 투게더 캠페인⑩] 장애인 불편 생각 못한 '대학로 요철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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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웰페어 투게더 캠페인⑩] 장애인 불편 생각 못한 '대학로 요철길'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9.05.17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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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퉁불퉁한 길로 장애인 큰 불편 겪어, 종로구 "바로 시정하겠다"
17일 오전 대학로 대명길의 모습. 시멘트를 바른 곳은 평평한 돌로 만들어 장애인이 이동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사진 / 임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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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임동현 기자]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 A씨는 대학로 부근에서 36년을 살아온 종로구민이다. A씨의 집과 가까운 '대명길'(혜화역 4번출구 방향)은 멀티플렉스 영화관과 상점들, 먹거리 마차들이 즐비해 오가는 사람들이 많고 특히 주말과 공휴일에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곳이다.
 
종로구는 최근 대명길의 쾌적한 보행환경 조성을 위해 보도공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A씨는 안내 현수막을 보면서 '좀 더 편리하고 깨끗하게 바뀌겠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공사가 진행되자 A씨는 대명길을 지나갈 때마다 엄청난 불편함을 느껴야했다. 울퉁불퉁한 '요철길'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A씨는 "전동 스쿠터를 타고 대명길을 지나서 집에 가는데 중간 정도 공사 구간을 지나면서 깜짝 놀랐다. 스쿠터가 퉁퉁거리며 온몸이 흔들려 머리가 아프고 엉덩이가 깨지는 줄 알았다. 욕이 절로 나왔다"면서 "노인도 지나가고 장애인도, 유모차도, 먹거리 수레도, 굽높은 구두 신은 분도 지나가야하는 이 길바닥을 울퉁불퉁 돌판을 깔아 요철길을 만들고 있다. 왜 돈을 들여 이런 공사를 진행하는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민원이 제기되기 전 대명길 모습. 울퉁불퉁한 길로 장애인들이 큰 불편을 겪어야했다. 사진 / 노들장애인야학    
 
노들장애인야학은 지난 16일 "종로구가 진행한 대명길 도로 공사는 교통약자인 휠체어를 탄 장애인과 유모차를 끄는 시민들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동한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한 것이다. 장애인 등 교통약자는 일상 생활 속에서 법에 근거한 권리를 전혀 보장받지 못하고 있으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법에서 명시한 의무를 지키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입장문에서 "이는 UN장애인권리협약(CRPD) 위반이자 장애인권리협약에 따른 2, 3차 국가보고서(1차 보고서에 대한 권고사항을 이행해 2019년 3월 9일 UN장애인권리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가 얼마나 형식적이고 위선적인 보고서인지, '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에 의해 만들어진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에 관한 규칙'이 매우 형식적인 규칙에 불과하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라고 밝혔다.
 
노들장애인야학은 이날 오후 요철길에 빨간 페인트로 장애인 마크와 '차별', '고통' 등 단어를 쓰는 퍼포먼스로 항의의 뜻을 표시하기도 했다. 
 
한명희 노들장애인야학 사무국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어제(16일) 종로구에 민원이 접수됐다. 이번에 이 도로공사를 놓고 민원이 많이 발생했다고 한다. 종로구가 조치를 취하고 앞으로의 계획을 알려주겠다고 했다. 우선 시멘트를 평평하게 발라 조금이나마 불편을 덜도록 했다"고 전했다.
요철길 앞에 놓여진 턱. 휠체어를 탄 장애인에게는 이 턱도 높다. 사진 / 임동현 기자 
 
17일 오전 기자가 대명길을 찾아갔을 때 길 한쪽에는 시멘트가 발라져 있었다. 하지만 곳곳에 설치물들이 있었고 특히 요철길 앞에는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이 넘어가기 어려운 턱이 존재했다. 여전히 장애인들이 편하게 이동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종로구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골목과 이면도로가 만나는 곳으로 진입하는 차량들의 속도를 저감시키기 위해서 요철이 있는 돌로 했는데 장애인이나 유모차의 불편을 생각하지 못했다. 바로 시정을 해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우선은 시멘트를 발라 장애인이 이동할 수 있도록 했고 시멘트를 바른 부분은 평평한 돌로 작업할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관계자는 "올 9월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이면도로의 노후된 보도도 교체하게 된다면 올 연말까지 진행될 수 있다. 지금 있는 턱도 공사를 진행하면서 평탄하게 만들려한다. 불편을 최소화하며 빠른 시일 내에 공사를 마무리짓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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