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웰페어 투게더 캠페인⑬] 장애인, 비장애인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로 하나되다
상태바
[현장취재/웰페어 투게더 캠페인⑬] 장애인, 비장애인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로 하나되다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9.05.30 17:25
  • 댓글 0
  • 트위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애의 벽 없는 즐거운 놀이터 꿈꾸는 '팝업 통합놀이터'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무궁화꽃이... 사자가 되었습니다!" "어흥, 어흥". "야, 진짜 사자네".
 
30일 오후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 놀이터가 들어섰다. '팝업 통합놀이터'. 누구나 놀 수 있는 놀이터다. 어린이와 어른,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노는 공간. 평소 놀이를 즐겨보지 못한 중증장애인들이 비장애인과 함께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한다. 사자를 흉내내고 사진 찍는 것을 흉내내는 장애인들이 함박웃음을 터뜨린다.
 
한쪽에 있는 '휠체어 그네'에서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그네타기에 도전하고 있었다. 처음으로 타보는 휠체어 그네. 어지러움을 약간 느끼는 표정이었지만 막상 그네가 움직이자 즐거워하기 시작한다. '바닥놀이'를 하는 시각장애인, '촉감상자'에 손을 집어넣고 무엇을 잡았는지 맞춰보려는 중증장애인, '손 안쓰고 도넛 먹기'에 도전한 지적장애인, 그리고 그들과 함께 놀이를 즐기는 비장애인이 어우러지는 마당이 펼쳐진 것이다.
 
참여자들의 핸드프린팅으로 이루어진 '함께놀자! 통합놀이터' 현수막. 사진 / 임동현 기자     
 
이날 행사의 목적은 바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놀고 즐기는 '통합놀이터'를 만들자는 것. 장애인 어린이들이 놀이터에서 놀고 싶어도 장애인이 탈 수 있는 놀이기구가 없어 놀지 못하고 비장애인 어린이와 어울리지 못하면서 소외감을 느끼는 것을 막아야한다는 취지로 이뤄졌다.
 
장애인 단체들과 아동단체 등이 '모두가 함께 놀 수 있는 놀이터'의 고민을 시작할 당시 성악가 조수미가 특수학교와 복지관 등에 휠체어를 이용하는 사람도 탈 수 있는 휠체어 그네를 기증했다. 하지만 현재 관련법은 기존의 놀이기구의 기준을 준수하지 않는 다른 형태의 놀이기구를 설치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로 인해 보조기구를 사용하는 사람도 이용할 수 있는 놀이기구는 법적으로 설치와 이용이 어렵고, 조수미가 기증한 휠체어 그네도 철거와 재설치를 반복해야했다.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 휠체어 그네가 설치됐지만 이 역시 사용이 어려운 상황이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관계자는 "현행 법은 비장애인이 타고 노는 놀이기구에 대한 기준만 있어 장애인이 탈 수 있는 놀이기구는 그 기준에 위배되는 것이기에 설치가 어렵다. 안전 기준도 아예 없어 장애인이 사고를 당해도 책임을 물을 방법이 없다. 장애인의 놀이터 접근을 아예 막고 있는 셈이다. 이 법을 개정해야한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고 그것을 보여주기 위해 이번에 행사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휠체어 그네를 타고 즐거워하는 장애인. 사진 / 임동현 기자     
 
오후 1시에 시작된 통합놀이터는 8개 놀이로 이루어졌다. 실에 매인 도넛을 손을 대지 않고 먹는 '손 안쓰고 도넛 먹기', 상자 안에 손을 넣고 손에 잡힌 것이 무엇인지를 맞추는 '촉감상자', 프라이팬과 양은냄비, 주전자, 빨래판 등 각종 물건을 스틱으로 치며 악기처럼 소리를 내는 '소리정원', 호스에 공을 넣어 두세명이 함께 힘을 합쳐 긴 호스 속 공을 꺼내는 '호스놀이', 각종 동물이나 물건을 흉내내며 술래를 잡는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사다리 형태의 줄을 따라 걷는 '바닥놀이', 다양한 크기의 상자를 쌓는 '블록 쌓기', 그리고 마로니에 공원에 설치된 휠체어 그네 등이 있다. 특별히 이날은 비장애인도 휠체어 그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성미산학교 합창단이 개막식 공연을 했으며 행사 중간중간 클레칸의 춤과 발달장애인 합창단인 일곱빛깔무지개의 공연이 있었고 노들장애인야학 학생들로 구성된 '노들테크노팀'이 행사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촉감상자' 놀이를 하며 즐거워하는 장애인. 사진 / 임동현 기자     
 
이들이 말하는 '통합놀이터'란 '장애인용 놀이터'가 아닌 장애 어린이와 비장애 어린이가 함께 놀고 즐길 수 있는 놀이터이며 어린이뿐 아니라 장애 어린이와 동행한 가족, 비장애 어린이와 동행한 장애인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놀이터다.
 
또 놀이터의 놀이기구, 놀이시설뿐 아니라 전체 놀이터 공간에 대한 접근 보장을 지향하고 놀이터의 가장 중요한 기능인 재미, 호기심, 모험심, 다양한 참여 활동을 할 수 있는 놀이터가 통합놀이터다.
 
오후 4시. 놀이터는 사라졌다. '팝업'이라는 말 그대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했던 공간이 한번에 사라졌다. 이 공간을 앞으로 계속 유지하자는 것이 이날 행사가 준 메시지였다.
 
장추련 관계자는 "주말에 하면 참 좋았겠지만 올해 처음 하는 행사라 감당이 어려울 것 같아 평일 오후에 행사를 했다. 호응이 좋아 다행이지만 더 많은 장애인들이 참여하지 못한 점이 많이 아쉽다"면서 "이번 행사를 시작으로 앞으로 법 개정을 위한 목소리를 높일 예정이다. 내년에 행사를 열 계획으로 있다"고 밝혔다. SW
 
ldh@economicpost.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