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웰페어 투게더 캠페인⑰] "서비스지원 종합조사표, 기재부 '실링예산'에 갇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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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웰페어 투게더 캠페인⑰] "서비스지원 종합조사표, 기재부 '실링예산'에 갇혔다"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9.06.10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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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연 기자회견 "한정된 예산 맞추려고 복잡한 계산으로 장애인끼리 싸우게 만들어"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201971, 예산 중심의 맞춤형 지원체계가 도입된다!"

10일 오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71일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되는 '장애등급제 폐지'와 그 바탕이 될 '서비스지원 종합조사표'의 문제점과 요구사항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었다.

4일부터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 예산 확보! 홍남기 기획재정부장관 찾아 삼만리 농성'을 진행 중인 전장연은 "보건복지부의 종합조사표는 장애인 중심의 맞춤형 지원체계 도입이 아니라 기획재정부 예산 중심의 맞춤형 지원체계 도입이었고 이를 위해 종합조사표의 점수를 조작했다. 조작된 기준으로 인해 장애인들의 권리는 박탈당하고 유형별, 개인별로 갈라지게 됐다"면서 "장애인 중심 맞춤형 지원체계 도입을 위해 종합조사표의 내용과 점수 산정 방법의 변화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박경석 장애등급제폐지민관협의체 공동위원장이 그동안의 '장애등급제 폐지' 투쟁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 임동현 기자     

박경석 장애등급제폐지민관협의체 공동위원장은 "71일 도입되는 종합조사표는 '예산 중심 맞춤형 서비스'로 진행될 것이다. 기획재정부의 '실링예산'으로 운영되는 거다. 대통령의 제1공약이었고 31년만의 변화라고 하니까 떡고물로 던져주고 '이거 가지고 너희끼리 해봐라'하는 식으로 하니까 지금의 문제가 벌어진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종합조사표 들어가면 떨어지는 사람들이 있다. 몇 명이 떨어지냐라고 물어보는데 답이 없다. 조사표대로 하면 42점이 줄어드는데 이는 (활동보조서비스 시간) 42시간이 줄어든다는 이야기다. 사회활동을 장려한다고 하지만 뇌병변장애인은 직장을 가지고 싶어도 가질 수 없고 평생교육기관 양성화로 장애인들이 사회활동을 하는데 왜 학교생활과 직장생활을 차등해서 점수를 주는가? 계산도 굉장히 복잡하다. 과정을 복잡하게 만들어서 장애인의 기능 점수를 떨어뜨려 탈락하도록 만든 것이다"라면서 한정된 예산으로 여러 장애인들의 요구를 받아주는 것에 급급하다보니 장애인끼리 '골육상쟁'을 해야하는 구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회견에서는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가 조사한 '서비스지원 종합조사표 모의 평가 결과'가 발표됐다. 이 자료에 따르면 총 2519명을 대상으로 복지부의 종합조사표 모의 평가를 한 결과 176명이 수급 탈락자로 나타났으며 서비스 시간이 증가하는 사람은 1478(58.7%), 서비스 시간이 감소하는 사람은 867(34.4%)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174명은 신규신청자다.

또 이 자료를 보면 현재 기준 최고구간(종합점수 465점 이상)은 불가능한 점수라는 의견이 나온다. 일반적인 지체 및 뇌병변 장애인을 가정해 보면기능제한 최고값(532)에서 시청각복합평가(36), 환각 환청 망상(4), 조울상태(4), 돌발행동(8), 공격행동(8), 자해(8)를 제외하면 464점이 최고점이 되며 계산식에 따라 계산을 하면 종합점수 170점이 산출된다는 것이다.

직장을 다니는 경우로 가정하면 종합점수 40, 독거이면서 승강기 없는 건물에 거주하는 경우로 가정하면 종합점수 249점이다. 이렇게 되면 '170 40 249=459'으로 최고 점수인 465점이 나올 수 없는 결과가 나온다. 직장과 학교를 모두 다니지 않거나 학교를 다니는 경우에도 최고 점수를 받을 수 없고 독거지만 승강기 있는 건물에 살거나 이동에 제한이 없는 경우도 역시 최고구간을 받을 수 없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는 "시청각복합평가와 인지행동특성에서 최소한 14점 이상이 나와야하는데 지체장애와 시각장애를 중복으로 가지고 있는 중증장애인이나 뇌병변장애와 발달장애가 중복으로 있는 중증장애인이라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활동지원서비스 하락에 따른 예상 피해를 설명하는 노금호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부회장. 사진 / 임동현 기자  

최용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은 "현 조사표는 파이를 늘리기보다는 요구하는 곳에 시간을 주는 모습이다. 복지부는 7시간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하지만 모의평가를 해보니 중증장애인임에도 100시간으로 시간이 줄어드는 상황까지 나오고 있다. 전체 예산을 늘리는 방향으로 나가야지 요구하는 쪽의 입장만 반영하는 식으로는 안 된다. 장애인이 필요로 하는 만큼 받도록 해야한다. 복지부도 지금처럼 두리뭉실할 것이 아니라 줄어들면 왜 줄어들었는지 명확한 이유를 밝히고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답이 나와줘야한다"고 말했다.

노금호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부회장은 "앞에서 말한 최용기 회장은 중증장애인임에도 불구하고 하루에 10시간밖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학교생활, 직장생활을 하기만 해도 점수가 낮아지고 '밥을 먹을 수 있다'라고만 해도 점수가 낮아진다. 복지부는 시간이 늘어난다고 이야기하지만 지금 수준을 보면 조금 오르거나 낮아지거나 이정도에 불과하다. 정부가 시간을 늘렸다는 것은 사실상 사기극에 가깝다"고 말했다.

전장연은 최중증 독거장애인 추가 하루 8시간 확대, 24시간 보장 모든 장애유형 하루 최대 약 16시간의 급여량 판정이 나올 수 있도록 조정 한시적 보전방안 아닌 급여 수급 최저기준과 급여구간 조정 및 평균 서비스 양 확대 장애유형별 특성 반영한 매뉴얼 공개를 통한 불신 해소 사회생활 영역의 '학교생활 점수' 6점을 '직장생활 점수'24점으로 반영 주간활동서비스 하루 8시간 보장을 요구했다.

"71일부터 시행되는 시기를 '6개월간 시범시기'로 지정하고 '종합조사표' 적용에 따른 부작용 개선을 위해 기획재정부를 포함한 각 부처가 참여하고 장애인단체가 포함된 법에 근거한 협의기구를 장애인복지법 부칙에 명시해 협의하자"는 요구안도 내세웠다.

전장연은 보건복지부에 14일까지 공식 답변을 할 것을 요청하고 장애등급제 단계별 폐지가 시작되는 71'장애등급제폐지 예산확보 12km(조달청-잠수교-광화문) 전동행진'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경석 위원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 임동현 기자

조현수 전장연 정책조정실장은 "모의평가의 경우 대상자들이 구체적인 정보 없이 답을 한 경우도 많아 객관성이나 신뢰도가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장애인들이 이번 종합조사표 실시 이후 상황에 대해 조바심을 갖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 실장은 "점수로 모든 것을 평가하려는 안일한 자세가 문제다. 현재의 '기능 제한' 평가는 결국 내가 얼마나 무능한가를 보여줘야하는 것이고 한계가 나오고 있다. 어느 정도 불편한지, 밥을 먹는데도 얼마나 시간이 걸리고 다른 사람의 도움을 얼만큼 받아야하는지 등이 중요한데 우리는 그 중요한 것을 참고사항으로만 돌리고 있다. 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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