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파 봐주는 대한민국 법원, 국가 인식도 역사 인식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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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파 봐주는 대한민국 법원, 국가 인식도 역사 인식도 없다”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9.06.28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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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승 재산환수’ 원고 대리인 정철승 변호사가 보는 ‘1필지 판결’
26일 2심 판결이 나온 후 정철승 변호사가 기자들에게 판결에 대한 생각을 밝히고 있다. 사진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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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임동현 기자] 서울 홍은동 스위스 그랜드 호텔. 이 땅은 바로 한일합방 직후 일제로부터 후작 작위를 받은 친일파 이해승이 받은 땅이다. 국가는 이 땅을 친일재산으로 보고 국가에 환수하려했지만 2010년 행정소송에서 패소하며 뜻을 이루지 못했고 이후 민사소송을 통해 다시 환수에 나섰다.

그러나 1심은 이미 확정된 판결은 바꿀 수 없다는 이유로 국가 패소 판결을 내렸다. 그리고 26일 열린 2, 서울고등법원은 원고 일부 승소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국가가 찾을 수 있는 것은 불과 1필지(4)’에 불과한 땅과 이자. 사실상 국가의 패소였다.

왜 국가는 이해승의 재산을 환수할 수 없을까? 그 이유를 원고 측 소송대리인을 맡고 있는 정철승 광복회 고문 변호사에게 들어보기로 했다.

-처음에는 원고 일부 승소, 환수 가능이라는 속보가 나왔는데 이후에 환수가 가능한 땅이 ‘1필지(4)’에 불과해 사실상 정부가 패소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어떤 심정이었는지?

처음에 주문을 들었을 때는 부동산을 정부에 환수하라고 해서 1심 판결이 취소된 줄 알았다. 지금의 상황을 상상도 하지 못했다. 이제야 옳은 판결이 나왔다고 좋아했는데 판결문을 확인해보니 기가 막혔다. '1심 유지'보다 더 기분나쁜 판결이었다.

-‘1필지라는 것이 어떻게 해서 나온 것인가?

2010년도에 확정된 행정소송이 있다.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조사위원회가 이해승의 땅을 친일재산으로 보고 국가에 귀속하라는 처분을 내렸는데 이해승 후손이 그것을 취소하라는 행정소송을 냈고 석연치 않은 이유로 정부가 졌다.

이후 친일재산귀속법이 바뀌고 국가가 민사소송을 제기한 것이 이번 재판인데 2010년에 처분이 내려진 부동산 외에 추가로 발견된 땅만 환수하도록 한 것이다. 쉽게 말해 행정소송과 무관한 땅이 이번에 들어간 것이다.

-왜 이런 판결이 나왔다고 보는지?

'행정소송 판결은 재론할 수 없다' 그렇게 해석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분명히 행정소송 판결에 잘못이 있었고 그 때 잘못 판결된 것을 바꾸려고 국회가 친일재산귀속법을 개정했고 정부가 민사소송을 냈다.

친일재산귀속법의 취지가 친일파의 재산을 국가에 귀속시켜 역사를 바로 세우자는 것이지 친일파에게 면죄부를 주자는 것이 절대 아닌데 법원이 거꾸로 해석하고 있다. ‘9년 전에 이미 판결이 났기에 친일 재산이라고 해도 환수할 수 없다이게 법원의 논리다.

-국가가 그동안 친일파들의 재산을 환수하려해도 법원의 판결로 인해 환수하지 못했던 사례가 많았던 걸로 알고 있다.

환수가 무조건 거부된 적은 없다. 오히려 친일파 후손들이 제기한 귀속처분 취소 청구들은 대부분 다 기각됐다. 법원도 귀속법에 충실한 판결을 내려왔는데 가장 큰 청산대상인 거물 친일파의 재판만 기조와 다른 판단을 내리고 있다.

2010년 당시 시가가 320억 정도로 알고 있는데 넓고 비싼 땅이다보니 처분이나 은닉하지 못하고 발견된 땅이다. 이 후손이 지금 스위스 그랜드 호텔의 회장인데 재력가가 영향력을 행사하니 국가의 역사적 사업이 이렇게 뒤틀려버리는 것이다.

이해승은 한일합방 후 일제로부터 후작 작위를 받았다.    

-행정소송에서 패배한 석연치 않은 이유란 무슨 의미인가?

귀속법을 보면 귀족작위를 받은 자도 친일파로 보고 그들의 재산을 친일재산으로 환수할 수 있도록 했는데 이해승이 가장 높은 작위를 받았다. 그 때 이해승의 나이가 19세였다. 최초 귀속법에는 그가 한일합방의 공로로 받은 것으로 되어 있는데 이해승 후손 측이 '그 나이에 한일합방에 무슨 공이 있었겠나, 왕족이었기에 받은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1심에서는 '일제가 이해승이 공이 있다고 판단해 작위를 줬고 이를 저항없이 받은 것 자체가 친일'이라며 정부의 손을 들어줬는데 2심은 이해승 후손의 말을 무조건 믿고 그의 손을 들어줬다. 그리고 대법원에서는 판단도 하지 않고 바로 기각시켰다. 참고로 이 때 재판장이 '사법농단'의 주역으로 알려진 박모씨다.

이 때문에 난리가 나고 국회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귀속법에 '한일합병의 공'을 삭제하는 것으로 단 두 달만에 초스피드로 법을 개정했다.

문제는 입법 심의과정에서 입법 전문위원이라는 사람이 희한한 부칙을 집어넣었다. '재판으로 확정된 사안은 적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인데 '재산 침해', '판결 확정' 등의 말을 집어넣으며 모호하게 만들어놨다. 이 사람은 경영학 박사였고 법을 공부한 사람이 아니었다. 의미가 뭔지 잘 이해가 안된다.

부칙이라는 것은 법의 본문도 아니고 법에서 가장 중요성이 떨어지는 말단에 해당되는 것이다. 친일재산 환수로 역사를 바로세우자는 목적을 가진 법의 취지를 이상한 부칙 하나로 무의미하게 만들어 놓은 것을 어떻게 타당하다고 볼 수 있나? 초스피드로 법을 처리했다는 것은 그만큼 친일파 청산이 중요하고 친일파들에게 면죄부를 주지 말자는 의미였는데 이상한 부칙을 집어넣으면서 그 정신을 망가뜨렸다.

그리고 법원은 '확정된 판결을 어떻게 바꿀 수 있어'라고 맞장구를 치면서 기계적인 판결로 1, 2심 재판을 했다. 전혀 고민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지금 들은 말씀대로라면 대법원으로 가더라도 승리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느낌이 든다

2심 판결이 나오면서 '원고 보조참가 신청 불허'가 나왔다. 광복회는 재판에 관여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소송 당사자 지위도 잃고 제3자가 됐다. 광복회가 시끄럽게 하니 그렇게 한 것 같다. 법무부가 상고 결정을 해야하는데 상고를 해야한다고 본다.

-‘친일파 봐주기라는 비판 여론이 거세지만 법원의 태도는 요지부동이다

이런 판결이 나라를 망하게 한다. 이 판결은 국민에게 '외세가 침입하면 외세 앞잡이로 영리하게 살아가고 외세가 물러나도 재산은 다 보호되고 잘 살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다. 이런 나라가 과연 망하지 않을 수 있을까? 대한민국 사법부는 국가 인식, 역사 인식이 없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국가가 있고 법이 있기에 법원이 있고 판사가 있는 것인데 국가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는다는 판사라는 이들이 나라를 망하게 한 주범들의 손을 들어준다는 것은 결국 자기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 언론이 신랄하게 비판을 해줬으면 한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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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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