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인보사 문제, '엎질러진 물'도 주워 담으려는 노력 보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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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인보사 문제, '엎질러진 물'도 주워 담으려는 노력 보이라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9.07.04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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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회장이 4일 '인보사 문제'와 관련해 국민에게 사과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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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임동현 기자] "인보사 주성분 유래에 착오가 있었고 그 사실을 불찰로 인해 인지하지 못한 채 품목허가를 신청하고 승인을 받았습니다. 당사는 이로 인해 식약처의 품목허가취소결정에까지 이르게 된 점에 대해 인보사를 투약한 환자, 당사 주주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전합니다".
 
4일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가 골관절염치료제 '인보사' 문제에 대해 사과했다. 전날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의약품 성분이 뒤바뀐 '인보사케이주'의 품목허가 취소 처분을 최종 확정했다. 이 대표는 "환자와 투자자, 의료계에 심려와 혼란을 끼친 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인보사는 주성분 중 1개 성분이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에 기재된 연골세포가 아니라 신장세포였던 것이 식약처 조사 결과 확인됐고 식약처는 5월 인보사 허가 취소 후 청문 절차를 거쳐 3일 인보사 취소 처분을 최종 확정했다.
 
하지만 코오롱생명과학은 "청문 절차에서 인보사의 안전성과 유효성, 착오로 인해 당사가 제출한 품목허가신청 서류에 인보사 2액의 성분유래에 대한 기재가 사실과 달랐지만 고의적인 조작이나 은폐는 결코 없었다는 것을 충분히 소명했음에도 식약처가 품목허가취소를 결정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행정소송 제기를 통해 식약처의 처분이 과연 적법한 지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구할 것이고, 인보사를 필요로 하는 환자분들께 다시 제공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우석 대표는 "세계 최초 신약으로서의 자부심을 가졌다면 보다 철저하고 완벽했어야한다는 질책을 달게 받아 마땅하다"면서도 "인보사의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해서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식약처 역시 인보사의 안전성 측면에서 큰 우려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우리 잘못으로 많은 질책을 받았지만 인보사의 공과와 그간의 축적된 과학적 성과를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기회를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인보사 투여 환자들을 15년간 관리하고 모든 이상반응을 의약품안전관리원에 보고하고 외부전문가의 정기 점검을 받는 '안전관리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전국 주요지역별 거점병원 20여개를 지정해 환자들을 관찰할 수 있도록 했다. 안전을 위한 조치를 내놓고 부작용을 막겠다는 기업의 노력은 일단 인정해줄 만 하다.
 
하지만 인보사를 투약한 환자들 767명이 2차에 걸쳐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티슈진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장을 제출했다. 법무법인 오킴스는 "환자들은 대부분 중등도 이상의 고령자들이어서 종양 유발 가능성이 있는 세포가 신체에 주입된 사실만으로도 극도의 불안을 느낀다. 또 세포가 바뀐 것을 알았다면 인보사 투약을 결정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에서 환자들의 자기결정권이 침해받았다"고 밝히고 있다.
 
코오롱생명과학이 '안전성과 유효성에 확신을 가지고 있다'고 한 말에는 부작용이 일어날 확률이 없거나 낮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물론 실제로 부작용이 일어날 가능성이 적을 수도 있다. 그러나 불안이라는 것은 확률의 높고 낮음이 문제가 아니다. 분명한 위험 요소가 있다는 것. 그 자체가 엄청난 불안 요소다. 이미 퍼진 불안감을 무엇으로 보상할 수 있을 것인가. 
 
일각에서는 코오롱생명과학의 조치에 대해 '인보사 투약자들을 또다시 피실험자로 만드는 꼴'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부작용 우려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부작용이 일어나는지를 지켜보는 식의 관리로는 환자들의 불안을 해소할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장기 관리를 통한 안전 대책을 내놓았음에도 환자들의 반응이 시큰둥한 이유를 코오롱생명과학은 생각해야 할 것이다. 
 
고의성을 떠나 성분을 뒤바꾸는 과오를 범한 코오롱생명과학과 이를 사전에 알아내지 못하고 승인을 허가한 식약처 모두 이번 사건에 큰 책임이 있다. 식약처도 조사를 통해 진상을 밝혀냈다고는 하지만 성분이 바뀐 것을 제 때 확인하지 않고 승인을 허가한 것 자체만으로도 직무유기 혐의를 피할 수 없다. 
 
어떻게 보면 '엎질러진 물'이다. 그런데 그 물을 관절염 환자들이 맞았고 그 환자들은 또다른 질병인 '불안감'과 싸워야한다. '부작용을 막자'는 생각만으로는 책임있는 자세라고 말할 수 없다. 엎질러진 물이라고 해도 주워담으려는 노력을 해야한다. 환자들의 진짜 아픔을 헤아려야한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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