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성(性) 상품화를 부정하는 극단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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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성(性) 상품화를 부정하는 극단주의
  • 현지용 기자
  • 승인 2019.07.14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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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성 상품화 논란을 받은 2019 미스코리아 한복 드레스 쇼와 폐지된 베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 광고. 사진 / 유투브 캡처

[시사주간=현지용 기자] 성 상품화를 부정하는 극단주의가 사이버폭력 등 폭력적 수단을 동원해 시스템 파괴, 생각의 자유까지 억압하고 있어 이에 대한 비판적 사고가 필요해 보인다.

최근 국내에서는 일련의 성 상품화 논란이 일어났다. 한국일보의 ‘2019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와 베스킨라빈스의 새 아이스크림 ‘핑크스타’ 광고가 그 대상이었다. 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입은 ‘코르셋 한복 드레스’, 광고의 아역모델이 출연한 모습에 대해 일각에서는 여성에 대한 성 상품화라며 이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나타났다.

문제는 이에 대한 비난이 사이버불링(Cyberbullying, 웹사이트, 이메일, SNS 등 온라인에서 특정인을 집단적으로 괴롭히거나 따돌리는 행위)같은 사이버 폭력으로 나타난 것이다. 일부 네티즌들은 베스킨라빈스 광고 아역모델의 SNS에 몰려가 해당 모델과 부모에 대해 성 상품화를 했다고 비난하거나 심지어 소아성애자로 매도했기 때문이다.

미스코리아 드레스 쇼 또한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 상에서는 ‘여성에 대한 성 상품화’라는 주장이 나와 주최 측이 비난받고, 대회 참가자들 또한 성을 상품화하고 대상화해 도덕적으로 타락했다는 매도를 받았다. 이어 일부 언론에서는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아역모델 관계자, 대회 주최, 기업(에이전시) 등이 침해하고 이를 국가가 방관했다고 분석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이 같은 비난의 목소리는 아역모델과 미스코리아 참가자들에 대한 대안 제시가 아닌 ‘성적 타락’이라는 폭력적인 비난과 광고·대회 폐지 등 시스템 해체라는 파괴적 행위를 해답으로 내놓았다. 2018년 3월 F1 그리드걸이 폐지되고 다음해 미스코리아 수영복 심사제가 폐지된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故 마광수 연세대학교 교수와 1992년 과도한 성적 개방의 음란물이라며 금서로 지정돼 현재까지 재출판되지 않고 있는 소설 '즐거운 사라'. 사진 / 뉴시스

이 같은 일련의 주장은 극단적 페미니즘에서 주로 나타난다. 성 상품화는 ‘도덕적·윤리적으로 타락한 것이자 여성에 대한 착취’라는 가치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의 ‘성적 자기결정권’ 사상과 합쳐져 성 상품화는 “네 몸은 네 것이 아니다”라는 교리에 정면으로 반박하는 공격이 되기에 성 상품화는 강하게 부정된다.

하지만 일리 있어 보이는 이 주장에는 성과 상품화, 성 상품화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구분이 생략·취사선택돼있다. 과연 “내 몸은 네 것이 아니다”라는 교리의 공격적 주장이 사실은 “네 몸은 네 것이 아닌 ‘교리’의 것”이라는 주장인지 내막을 살펴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지적허영을 비판하고 성적 자유주의의 가치를 강조한 故 마광수 전 연세대학교 교수가 생각한 성 상품화의 개념은 온라인에 남겨진 생전 어록을 통해 볼 수 있다. 마 교수는 “철학책을 출간하는 행위나 에로티시즘 소설을 출간하는 행위나 무언가를 상품화하여 먹고 살아간다는 점에 있어 몸·정신의 상품화는 모두 마찬가지의 행위다. 상품화를 피해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며 “인신매매·사이비종교 등 나쁜 상품화의 구별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성을 소재로 책을 써서 파는 행위나 자발적 매소(賣笑)·매춘을 두고서 ‘성의 상품화’라 꼬리표를 다는 것은 분명 앞뒤가 안 맞는 가치판단”이라 말한 바 있다. 

그러면서 “여권이 신장되고 남녀평등 의식이 확산되면 몸을 파는데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도 늘어나 몸의 상품화를 무조건 매도할 수만은 없다”면서 “사회제도에 의한 성의 억압이 엄존하는 상황에서 어떤 수단으로든 성에 대한 억압으로부터 탈출하려는 시도가 생겨난다. 개인의 성을 억압하는 여러 사회문화적 요인들이 몸의 상품화를 초래한다”고 말했다. 

과학적 실험을 통해 인간의 조상인 유인원도 음식부터 성까지 ‘거래를 하는 동물’임이 밝혀졌다. 곧 상품화는 인간이 유인원이던 시절부터 거래라는 행위를 할 때 함께한 행위이자 무언가를 상품으로 수단화하고 자신이 바라는 목적, 즉 욕망과 욕구를 이루겠다는 사고를 의미한다. 상품화야말로 인간 존엄성을 해치는 것이 아닌 인간의 근본 사고이자 생활, 사회, 경제를 구성하는 요소라 볼 수 있다.

타인을 수단화하고 그 과정에서 폭력 등 극단적 수단으로 억압하는 노예제는 자신의 의지와 선택에 따라 자발적으로 노동력, 성 등을 상품화하는 것과는 명백하게 다르다. 그렇기에 자기결정권, 자유의지를 폭력과 교조주의로 억압하는 것이야 말로 주체성을 빼앗는 행위이자 타인을 수단화하는 것과 같다. 그 결과는 최근에도 서구 유럽과 영미권, 동아시아에서도 계속되고 있는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의 폐해로 나타나있다.

왼쪽부터 2014년 ISIL(이라크 레반트 이슬람 국가)에서 발생한 이슬람 극단주의 추종자들, 1960년대 마오이즘(Maoism)을 추종하며 문화대혁명을 일으킨 홍위병, 2018년 6월 홍익대 몰래카메라 촬영 사건을 두고 성(性)편파 수사라 주장한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 2차 집회의 모습.

극단적 페미니즘과 같은 극단주의는 ‘아름다움’이라는 절대적 가치를 상대적으로 격하시키고 이를 도덕적으로 타락했다는 교리로 힘을 얻는다. 그 과정에서 이에 대한 이의제기는 타락을 옹호하는 자로 매도하기 쉬우며 동시에 이를 억압하는 파괴적 수단의 사용을 정당화시킨다.

오늘날 PC의 반달리즘과 퇴행적 정파들의 교조화는 특히 이 같은 파괴적 행위에서 언어가 갖는 힘에 주목해 기존의 가치를 아예 언급하지 못하도록 금기(Taboo)화 시키거나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처럼 신어(新語, Newspeack)를 사용하도록 해 곡해와 왜곡, 나아가 극단주의의 교조에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게 한다. 이러한 인지부조화를 오웰은 소설에서 ‘이중사고’라 함축했다. 

이러한 억압에는 극단주의가 가진 정치적 권위·권력을 훼손하지 못하게 하기 위한 생존 정신이 깃들어있다. 극단주의가 주장하는 가치·교리에 대한 비판은 그것이 갖는 힘에 대한 도전이자 그 힘으로 생존하는 극단주의자들에 대한 위협이다. 극단적 페미니즘처럼 비판을 거부하는 극단주의는 마오이즘의 홍위병, 이슬람 극단주의처럼 국가와 시민사회, 개인의 사고를 가로막는 정치 권력이자 자유를 탄압하는 암과 같다. 

신체, 성이 갖는 아름다움(관능미) 등 절대적 가치를 부정하고 이에 대해 말하지 못하게 할 때 인간은 진화하지 않고 퇴행한다. 또 이를 강요하는 자들은 이성적·합리적 사고로 극단주의적 교리를 받아들임이 아닌 증오·혐오에 동조하거나 이 같은 극단주의자를 양성해 정치적 권력을 침탈하려는 자들 두 부류뿐이다.

극단적 페미니즘과 마오이즘, 이슬람 극단주의 모두 각각 성, 인민, 신앙을 억압으로부터 ‘해방’할 것이라 약속했다. 그러나 셋 모두 오히려 해방 받을 주체를 괴롭힘과 폭력으로 탄압한 역사를 기록했다. 지금도 기록되는, 가히 지록위마(指鹿爲馬,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부른다’는 말로 권세를 이용해 우겨서 남을 기만하는 짓)적인 극단주의자들의 폭력을 볼 때 이들은 해방자가 아닌, 비판을 억압하고 폭력을 정당화하는 퇴행적 집단이라 지적할 필요가 있다. SW

 

hjy@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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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시10분 1970-01-01 09:00:00

성 상품화는 꽤 필연적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어느 것이 성 상품화인지 구분할 줄 아느냐 모르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베스킨 라빈스 광고는 확실히 성 상품화가 맞았어요. 아이가 성애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성인 여성을 표방하는 모습을 하고 나왔으니까요. 성 상품화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그 대상이 어린 아이었다는 점이 부적절한 겁니다. 아이의 잘못이 아닙니다. 다만 소아를 성애의 범주로 들이는 게 자연스럽게 느껴지도록 하는 매체의 구성이 잘못된 겁니다. 그리고 혜화역 시위를 위 두 다른 시위와 빗대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해요. 혜화역 시위는 불법촬영 반대 시위잖아요? 엄연히 범죄를 반대하는 시위입니다. 성 상품화가 나쁘거나, 성 상품화의 대상을 도덕적 타락과 연관시키는 것은 반대합니다. 그러나 그 대상에서 소아를 제외시키는 것은 중요합니다. 비슷한 맥락으로 성적 대상화도 마찬가집니다. 자연스럽지만, 성적 대상화를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 다는 것을 우리는 압니다. 따라서 적어도 시선이나, 말로서 성적 대상화를 했음을 대놓고 이야기 하는 것은 매우 무례할 수 있습니다. 촬영은 범죄임을 모두 알 것이라는 전제 하에 더 이상 말하지 않겠습니다.

나그네 1970-01-01 09:00:00

그래도 이런 기자다운 기자도 있어서 다행이다

루이스 1970-01-01 09:00:00

페미 논리대로라면 인터넷방송도 인간의 상품화이니 없어져야함.
연예인이라는 직업도 없어져야함. 영화, 드라마, 모델, 아이돌 다 없어져야함. 영화, 드라마, 아이돌 불매해야하고 모델쓰는 의식주 전부 불매해야함.
가수들은 전부 외모 노출 안 하고 목소리만 내야함.
sns도 사라져야함. 팔로워 많은 이들이 광고 받거나 하는 등의 모든 이익창출도 인간의 상품화임
말이 안되는 비상식 = 페미니즘입니다

하마 1970-01-01 09:00:00

그래....
이런 글 좋차나요...
“내 몸은 네 것이 아니다”라는 교리의 공격적 주장이 사실은 “네 몸은 네 것이 아닌 ‘교리’의 것”이라는 주장인지 내막을 살펴볼 필요가 있기 때문
크아~~~~

oo 1970-01-01 09:00:00

간만에 좋은 기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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