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수사 의뢰자’에 보직 준 문체부, 개혁 의지 사라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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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 수사 의뢰자’에 보직 준 문체부, 개혁 의지 사라졌나?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9.07.15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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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사진 / 문화체육관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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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임동현 기자] 문화체육관광부가 7월 대규모 인사 개편을 단행하면서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수사를 의뢰한 공무원 3인에게 보직을 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해 6월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는 블랙리스트에 책임이 있는 26명의 수사를 의뢰하고 104명을 징계할 것을 문체부에 권고하는 '블랙리스트 방지를 위한 진상조사 책임규명 권고안'을 의결했다.

하지만 그해 9월 문체부는 직원 및 전직 공공기관장 등 7명을 수사 의뢰하고 수사의뢰 권고자 중 2, 징계 권고자 중 10명에게 '주의' 조치를 줬으며 중하위직 실무자 22명은 징계를 내리지 않고 관련 업무에서 배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이에 대해 문화인들은 '사실상 징계 0'이라며 문체부가 블랙리스트 청산 의지가 없다며 반발했다.

1231, 문체부는 10명을 수사 의뢰, 68명을 징계 또는 주의 조치하고 징계를 받지 않은 수사 의뢰자 3명에 대해서는 검찰에서 불기소하더라도 중징계를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9월 발표에 없었던 사무관급 이상 관련 공무원 전원(17) 엄중 주의 조치, 재발 방지 교육 등을 약속함과 동시에 지원 배제 명단을 작성하거나 작성을 지시해 이용하는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형 등을 규정하는 '예술인의 지위 및 권리보장에 관한 법률(가칭)' 제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약속을 한 지 반 년만에 블랙리스트 수사 의뢰 대상자가 다시 문체부의 보직을 맡은 것이 알려지면서 문체부의 개혁 의지가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닌가라는 의문을 낳고 있다.

문체부는 71일 언론을 통해 대규모 인사 개편 내용을 발표했다. 그런데 여기에는 문제의 3인의 이름이 없었다. 이들이 포함됐다는 것이 알려진 것은 8일 박양우 문체부 장관의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나온 기자들의 질문이었다.

이에 박양우 장관은 "문체부 본부 발령은 하지 말라는 의견에 따라 문체부 소속기관으로 발령을 내린 것"이라며 수사의뢰 대상자를 인사에 포함시킨 것을 인정했고 문체부 측은 "발령받은 당사자들이 원하지 않았기에 인사 발령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박 장관은 간담회에서 "지난해 말 블랙리스트 제도개선안 등 기본적인 내용은 다 발표했고 현재 그 과제들을 이행하고 있다. 앞으로도 남아있는 과제들을 이행해나갈 것이다"라면서 "(블랙리스트 이후) 문체부는 실국장까지도 '어떻게 할까요'라고 보고할 정도로 결정을 하는 데 주저하고 있었다. 취임 이후 문체부 조직의 안정과 직원들의 자신감 회복에 관심을 뒀다. 그러면서 조직 분위기가 '이렇게 하겠다'고 보고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박 장관이 블랙리스트 제도 개선에 대해 "이행하고 있다"는 추상적인 말만 전했고 3명의 수사 의뢰 대상자 인사 발령을 '조직의 안정'을 위한 것으로 생각했다는 것이다.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는 15일 발표한 성명에서 "그들을 기관장 혹은 상급자로 만나야하는 소속 기관 직원들, 해당 분야 예술인들과 시민들은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하는가? 문체부는 이들이 발령난 조직의 조직문화가 혁신된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이에 대한 정당한 해명이 필요하다. 문체부가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하지 못한다면, 다시는 블랙리스트 사태를 반복하지 않고 조직문화를 혁신하겠다는 문체부의 약속은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문체부가 과거로 돌아가려는 징후에 대해 강력히 문제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한다"고 밝혔다.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박양우 장관의 입장은 '전 장관이 해왔던 것을 잘 따르고 지키겠다. 후속 조치를 잘 이행하겠다' 이게 다다. 현장을 계속 살펴봤다는 장관이 현장 사람들의 우려를 모르고 이런 인사를 한 것인지 의문이다. 이것이 문제없다고 생각한다면 그게 문제다. 적극적 협치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 부분을 문체부가 명확히 답해줘야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문체부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국장 직위의 공석이 장기회가 될 경우 업무 추진이 상당히 어렵다. 또한 이들에 대한 결과가 아직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고 대기발령 상태에서 계속 급여를 받는 것도 일종의 '특혜'로 치부될 수 있다. 문제가 제기될 수 있기에 주요 핵심부서가 아닌 관련성이 적은 소속기관의 국장직으로 발령을 내렸다. 업무의 장기 공백을 메우기 위한 선택임을 고려해줬으면 한다. 하지만 수사 결과가 나오고 기소가 된다면 바로 직위해제를 할 것이다. 결과가 나오면 바로 인사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또 "이미 이번 블랙리스트를 계기로 학습효과가 있을 것이고 조직이 상급자 1명에 의해 운영되는 것도 아니다. 당사자도 분명 그 문제를 민감하게 생각할 것이기에 중간자 입장에서 판단을 할 것이라 본다. 재발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문체부의 이번 인사는 그동안 '블랙리스트 진상 규명 및 청산'에 무관심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던 문체부가 수사 의뢰자를 다시 받아들이는 '악수'를 뒀다는 점에서 문체부가 현장 예술인들의 목소리에 여전히 귀를 닫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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