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단지 그대가 판사라는 이유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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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단지 그대가 판사라는 이유만으로'
  • 박지윤 기자
  • 승인 2019.07.16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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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음주운전 판사를 '견책' 처분으로 끝냈다. 노골적인 '제 식구 감싸기'였다. 사진 / 임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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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박지윤 기자] '법은 만인에게 평등하다'. 하지만 지금 사람들에게 이 말을 한다면 '법은 1만명에게만 평등하지'라는 비야냥으로 돌아올 것이다. 법을 집행한다는 판사들이 보란 듯이(?) 위법을 하고 법원은 그 판사에게 가벼운 징계를 내리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법을 엄정히 집행한다는 이들이 오히려 법을 농락하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까?
 
최근 대법원은 음주운전을 하다가 적발된 대전지법 A판사(35, 사법연수원 40기)에게 견책 처분을 내렸다. 법관징계법은 판사 징계를 정직, 감봉, 견책 등 세 종류로 규정하는데 견책은 가장 낮은 수준의 징계로 징계 사유에 대해 서면으로 훈계하는 처분이다.
 
A판사는 지난해 10월 서울 강남구 청담동 도로에서 면허정지 수준인 혈중알코올농도 0.056% 상태로 승용차를 200m 가량 몰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그는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로 벌금 1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지만 이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하기도 했다. 
 
당시 A판사는 '술을 마신 후 혈중알코올농도가 올라가는 상승기에 측정해 처벌기준을 근소하게 넘긴 경우 유죄를 단정할 수 없다'는 판례를 이유로 재판을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솜방망이 징계'는 이번뿐만이 아니다. 올 2월 대법원은 혈중알코올농도 0.092% 상태로 15km를 운전한 부장판사를 '감봉 1개월' 징계로 마무리했다. 일반인이라면 '살인미수'까지도 적용될 수 있는 상황이건만 법원은 '단지 그가 판사라는 이유만으로' 한 달 감봉으로 끝낸 것이다. 
 
"법관으로서의 품위를 손상하고 법원의 위신을 떨어뜨렸다" 대법원이 견책 처분을 하면서 밝힌 징계 이유라고 한다. 하지만 품위를 손상했다면서 '서면 훈계'로 마무리했다. 이쯤되면 '제 식구 감싸기'가 아니라고 말할 어떤 근거도 없는 것이다.
 
국민의 목소리를 반영해 '윤창호법'이 통과됐고 음주단속 및 처벌이 엄격해졌음에도 법원은 판사들에 대해 아무런 징계를 하지 않고 있다. 법원공무원 징계양정 등에 대한 예규는 혈중알코올농도 0.08% 미만으로 처음 적발된 경우 최소 견책 처분을 할 수 있도록 규정했지만 판사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뿐 아니라 법관은 음주운전 징계 기준이 없다. 대법원 측은 "징계 기준이 명확히 없어 법원공무원 징계 기준을 포함해 다른 공무원에 대한 징계양정 기준을 참고하고 있으며 혈중알코올농도, 음주 경위 등을 참작해 징계 수위를 결정한다"고 밝히고 있다.
 
음주운전을 엄격히 처벌해야하는 판사들이 오히려 자신들이 빠져나갈 길을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위법을 거리낌없이 자행하며 법원은 이들을 봐주는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까? 이러니 일반인들이 '법은 일만명에게만 평등하다'라고 비야냥거리는 것이다. 법을 지켜야하는 자들이 오히려 법을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고, 그러면서 일반인들만 엄격하게 처벌하는 이 모습을 누가 정상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법꾸라지들의 제 식구 감싸기'. 긴 말 필요없다. 법을 아는 사람들이 교묘하게 법을 어기는 사회. 이를 판사들이 모범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사법농단'은 다른 게 농단이 아니다. 일반인들에게만 엄격함을 들이대고 자신들만 살려하는 모습. 그것이 바로 '농단'이다. SW
 
pjy@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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