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페어 투게더 캠페인㉞] 불기소로 끝난 ‘잠실야구장 노예’, 검찰 '장애인 진술' 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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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페어 투게더 캠페인㉞] 불기소로 끝난 ‘잠실야구장 노예’, 검찰 '장애인 진술' 무시?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9.07.30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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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실야구장 노예’ 사건은 청와대 청원까지 올라왔지만 피의자의 진술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장애인 피해자의 진술을 ‘신빙성 없다’고 검찰이 판단하면서 ‘불기소’ 처분으로 마무리됐다. 사진 / 장애인 학대예방 동영상 ‘수상한 식당’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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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임동현 기자] 지난해 3월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17년간 쓰레기 분리수거 일을 하고도 임금을 받지 못한 60대 남성 A씨가 긴급구조됐다. 지적장애를 겪고 있던 이 남성은 잠실야구장 옆 쓰레기장 컨테이너박스에서 생활하며 분리수거 일을 해왔지만 제대로 된 임금을 받지 못한채 노동력을 착취당해왔으며 급여통장 또한 한번도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사건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사실 규명과 강력한 대처를 요구하는 청원이 들어올 정도로 큰 충격을 줬고 경찰은 부당한 노동을 시킨 고물상 운영자를 입건했다. 이 과정에서 A씨의 형이 2006년부터 A씨의 기초생활수급비와 장애수당은 물론 분리수거 일을 하며 받은 급여까지 자신이 따로 보관하거나 개인용도로 사용했다는 것이 밝혀졌고 A씨의 형은 횡령죄 및 장애인복지법위반죄로 검찰에 송치됐다.

그런데 올 4월 검찰은 A씨 형의 횡령 혐의에 대해서는 기소유예,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는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무혐의 처분했다. 검찰은 A씨 형의 횡령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고령에 초범이며, 지속적으로 A씨를 돌봤다"며 횡령 혐의에 대한 기소를 유예했고 급여 및 장애수당을 유용한 것도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며 무혐의 처리했다. A씨의 형이 수사 개시 후 A씨 명의의 통장에 피해액보다 큰 7000만원을 입금했고 지속적으로 A씨를 돌보겠다고 한 것을 검찰이 고려했다는 것이다.

A씨의 형은 A씨의 돈 중 2000만원은 현금으로, 1000만원은 아내 명의의 정기예금으로 보관하고 4000만원은 자신의 빌라 임차인에게 전세 보증금으로 내준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조사에서는 "통장에 돈이 많으면 기초수급자 자격이 박탈되기에 현금 인출을 한 것이고 동생의 노후 보장을 위해 돈을 모은 것이지 개인적으로 사용한 것은 아니다. 수시로 아내와 함께 동생을 찾아가 옷과 신발, 밥과 반찬을 사주고 보살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지난해 A씨가 발견됐을 당시 A씨는 쓰레기가 가득한 컨테이너박스 안에서 살고 있었고 냉장고에는 얼어있는 밥 몇 덩이만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A씨의 일자리를 잠실야구장 적환장으로 옮기고 의식주를 챙겨줬다는 A씨 형의 진술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A씨는 고소장과 피해자 진술조서를 통해 형을 처벌해달라는 의사를 밝혔지만 검찰은 A씨의 심리평가보고서를 인용하며 "의사소통이 어렵고 상황 판단력이 부족하다"며 진술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것 역시 A씨의 형이 벌을 면한 이유가 됐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장애인단체들은 '검찰이 장애인의 인권을 짓밟았다'면서 재수사를 강하게 요구하고 나섰다.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29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이번 결정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장애인 경제적 착취 사건에 면죄부를 준 것이라 보고 있으며 검찰의 장애인식 수준이 사회의 평균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다는 것을 스스로 밝혔다는 점에서 매우 유감스럽다. 피의자의 혐의 인정과 기소는 물론이고 피의자가 피해자를 잠실야구장 쓰레기 적환장에 유기 방임한 것은 아닌지, 부당한 영리행위를 한 것은 아닌지 보다 적극적인 수사 의지를 가지고 사건의 본질을 판단하라"고 밝혔다.

장애인권익문제연구소도 29일 성명을 통해 "검찰은 장애인확대 가해자들이 앵무새처럼 했던 '돌봐줬다'는 변명을 안일하게 그대로 인정하면서도 피해를 호소하는 피해자의 목소리는 지적장애를 이유로 묵살했다. 장애인 노동착취 사건이 수도 없이 드러났지만 검찰은 피해자들의 빼앗긴 인생과 훼손된 몸과 마음은 외면한 채 가해자의 변명만을 인정하고 있다. 검찰은 장애인 인권을 수호할 의지도 능력도 없는가?"라고 비판했다.

이정민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 변호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주고 개인이 소비한 것이 분명히 있는데 '보관하고 있었다'는 피의자의 진술을 그대로 믿었다는 것은 장애인 착취를 이해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조사가 제대로 됐는지도 의심스러울 정도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했기에 수사가 이뤄진 것인데 피해자가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못 믿는다고 하는 것은 결국 피해자의 진술과는 상관없이 판단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장애인 노동 착취 사건의 처벌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가 있다. 피의자는 100% 다 같은 변명을 한다. '통장을 관리하고 나중에 돈을 주겠다', '지금 주면 돈을 다 쓰게 되니까 관리해주고 있다', '노후자금으로 모아두고 있는 것이다' 이런 변명이다. 그 변명이 대부분 인정된다는 게 문제다. 이번 사건도 지적장애인이 피해를 입었고 지적장애, 발달장애를 겪는 사람들이 피해를 많이 입는데 장애인들이 금전에 대한 부분을 세세히 기억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면 '신빙성이 없다, 믿을 수 없다'고 장애인의 피해를 인정하지 않는다. 가족이나 오래 생활한 사람이 피의자라면 처벌 의사를 분명히 나타내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그러면 '합의를 했다' 등의 이유로 처벌을 하지 않으려한다"고 전했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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