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일본과 ‘쓸모 있는 바보들’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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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일본과 ‘쓸모 있는 바보들’의 시대
  • 현지용 기자
  • 승인 2019.08.04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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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재특회(재일 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시민모임)의 혐한 및 증오범죄를 추적한 한국 영화 ‘카운터스(2017)’ 의 한 장면. 사진 / 유투브 캡처

[시사주간=현지용 기자] 지난 3일 일본 사회에는 한국에 대한 화이트리스트(일본 수출 심사 우대국) 제외 조치 이후 일본의 우경화·증오범죄 실상이 어느 정도까지 왔는지 드러나고 있다. 일본 나고야 아이치 트리엔날레 전시회에서 위안부 전쟁범죄를 고발하고 피해자를 추모하는 ‘평화의 소녀상’이 일본 극우-극단주의자들로부터 방화 협박을 받아 전시가 중단됐기 때문이다. 

가와무라 다카시 나고야 시장도 소녀상 전시를 향해 “일본 국민의 마음을 짓밟는 행위”라며 공연히 증오발언을 밝히는 등 일본의 우경화·증오범죄는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 증오범죄의 특징은 자신들의 범죄가 증오와 극단주의에 기반하고 있다고 스스로 밝히고, 이를 합리화시켜 확산하는 것을 주요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그 표현은 협박, 선동, 살인이라는 폭력의 형태로 재생산되는 등 가시화를 넘어 사회에 명백히 존재하고 있다.

특히 일본의 출판시장과 언론, SNS 및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한 우경화·증오 확산은 후쿠시마 원자력 사고처럼 ‘멜트다운(Meltdown, 원자로 노심이 용융되는 원자력 사고현상)’을 넘어 ‘멜트쓰루(Melt through, 노심용융을 넘어 원자로를 뚫고 핵물질이 방출되는 현상)’적 단계라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진입해있다.

사진 / NATV 국회방송(유투브 캡처)

2017년 재일학자 연구팀이 서울대학교 법학대학 학봉재단으로부터 지원받고 연구한 ‘일본 출판 미디어의 혐한(嫌韓)의 현황과 비판적 고찰’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2005~2015년 간 일본 내 출판시장에서 나온 혐한 서적은 205권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국가 내 대중이 갖는 사상·사고의 척도를 보여주는 것이 출판 시장임에도 일본의 혐한 표현은 당연한 허용으로 굳어져 방송과 언론도 동참하게 만들고 있다. 일본 우익 월간지인 ‘문예춘추(文藝春秋)’는 지난달 ‘문재인은 한국의 하토야마 유키오’라는 기사를 배포하며 일국의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폄하하는 등 혐한 수준은 심화되고 있다.

독일은 형법 제130조로 증오를 조장하고 선동하는 자에 대해 3년 이하의 자유형에 처하고 있다. 페이스북도 지난 5월 알렉스 존스 등 반유대주의자, 극우 음모론자들의 SNS에 대해 전면 차단·삭제라는 철퇴를 내렸다. 

반면 일본 정부는 전쟁 가능 국가로의 회귀를 위한 개헌 추진을 경제전쟁으로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동시에 버블경제 붕괴의 여파로 몰락한 30~50대의 장기무직자와 청년극우가 일본 우경화라는 극우·극단주의에 동조해 유·무형의 협박을 통한 억압과 혐한 표현을 방관하고 있다. 

사진 / SBS 뉴스(유투브 캡처)

이들 ‘쓸모 있는 바보들(Useful Idiots, 극단주의적 사상을 숭배하고 숙청당하는 추종자들을 경멸하는 정치 속어)’은 소련뿐만 아니라 독일 나치, 이라크 레반트 이슬람 국가(ISIL)와 같은 극단주의 국가가 출현하도록 도운 전체주의의 태반(胎盤) 역할을 한다. 그렇기에 현대에 특히 이들을 주의할 필요가 강조된다. 

이와 관련 일본의 우경화, 혐한 등 증오범죄를 주도한 정점이자 일본 국회의원 약 260명, 아베 내각 20명 중 14명이 가입할 정도로 일본 최대 우익 결사체인 일본회의는 한·일 화이트리스트 사태를 통해 한국 대중에 주목받고 있다. 아사히신문, 도쿄신문 등 소수의 일본 언론도 극우·극단주의를 통한 우경화의 심각성을 주목했는지 증오범죄의 위험성에도 4일 나고야 소녀상 전시 중단을 비판하는 기사 및 시민단체 성명서를 게재했다. 

4일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일본 내 개헌, 한국 내의 친일 세력 구축을 통한 새로운 군국주의의 부활을 감시해야한다”라고 경고했다. 가히 증오범죄 시대의 제2막이라 부를 정도로 21세기 이웃국가는 다시 한 번 제국의 향수를 품고 이 쓸모 있는 바보들을 동원해 전체주의의 부활을 꿈꾸고 있다. 한국 시민사회는 일본 불매운동과 함께 이에 대한 국가적 경각심을 가져야겠다. SW

 

hjy@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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