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블랙리스트 실행자들'의 귀환, 개혁과 멀어진 문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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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블랙리스트 실행자들'의 귀환, 개혁과 멀어진 문체부
  • 황영화 기자
  • 승인 2019.08.10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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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원예술대학교가 최근 '블랙리스트 실행자'로 알려진 송수근 전 문체부 1차관을 총장으로 임명하기로 해 문화예술인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사진 / 문화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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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황영화 기자] 계원예술대학교가 제9대 총장으로 송수근 전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을 임명한 것에 대해 문화예술인들이 반발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실행한 송 전 차관을 문화예술 현장으로 복귀시켰다는 것이 그 이유다.
 
송수근 전 차관은 2014년 10월부터 2016년 하반기까지 문체부 내 실무 총책임자인 기획조정실장을 맡은 인물로 블랙리스트 집행 방안을 보고하라는 정부의 지시를 받은 뒤 '건전 콘텐츠 활성화 TF' 팀장을 맡아 정부에서 '문제작'이라고 지적한 영화를 상영한 영화제의 사후 통제 강화, 심사위원 자격 기준 강화 등이 담긴 '건전 문화예술 생태계 진흥 및 지원방안' 보고서를 작성해 장관에게 보고하는 등 블랙리스트를 실행한 관계자로 알려져 있고 이후 2017년 조사가 진행됐지만 김기춘 전 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 등 고위직들이 이미 형사처벌을 받았다는 이유로 형사 처벌과 감사원 징계를 면했다.
 
문화연대는 성명에서 "블랙리스트 실행자가 예술대학이라는 교육기관의 최고 권한자로 임명된 상황이 개탄스럽다. 언론에서도 송 전 차관의 과거 만행을 다루지 않고 '장관 대행 시절 어려움을 겪었던 조직을 잘 추슬렀다는 평가를 받았다'는 내용을 기사에 싣기도 했다. 피해자에 대한 책임있는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 관련자 처벌 등의 후속 조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문화체육관광부라는 공적 기관의 위상과 권력을 보호하고 방위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음이 명확히 드러나고 있다. 이는 블랙리스트 국가 범죄 가해자들의 2차, 3차 가해 행위에 동조하고 있음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한다"고 밝혔다.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도 성명에서 "국정농단 재판을 통해 블랙리스트 실행 연루 사실이 드러나고도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은 송 전 차관을 총장에 임명한 것은 블랙리스트 연루자를 엄단하고 재발방지를 염원하는 문화예술인들과 시민들의 여망을 저버린 반사회적, 반교육적 처사"라면서 "자신이 기획조정실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하급자로 일했던 문체부 공무원들이 징계 및 형사처벌 대상이 되어서 처분되는 과정을 지켜봤을 송 전 차관이 자숙하는 모습을 보이는 대신 예술대학의 총장이 되어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는 것은 문체부에 남아있는 공무원들 보기에도 적절한 처신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문체부는 올 7월 인사 개편을 단행하면서 블랙리스트 실행과 관련해 수사가 의뢰된 공무원 3명에게 보직을 줬다. 이 과정에서 문체부는 '본인들이 원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들의 이름을 뺀 인사 명단을 언론에 공개했고 박양우 장관은 "본부 발령을 하지 말라는 의견에 따라 소속기관으로 발령을 냈다"는 해명을 했다. 문체부 역시 '공백의 장기화'와 '특혜 논란'을 이유로 들며 이들에게 직위를 줬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가운데 블랙리스트 실행자로 이미 수사를 통해 밝혀진 송수근 전 차관이 다시 문화예술계로 돌아온다는 것을 좋게 봐줄 문화예술인들이 많지 않을 것이다. 덧붙여 이는 지금의 문체부가 과연 '블랙리스트 해결 및 방지'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의심으로 이어질 수 있다. '블랙리스트 진상 규명 및 청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그 문제를 일으킨 장본인들을 다시 불러들이는 모습은 '문체부가 아예 의지가 없다'고 결론을 내리기에 충분한 상황이다.
 
현장을 찾아가고 목소리를 듣고 경청을 한다고 하지만 결국 블랙리스트 실행자, 수사 대상자를 다시 불러들이는 이 행위는 문체부가 '적폐 청산'을 아예 하지 않겠다는 모습으로 보일 뿐이다. 최근 문재인 정부가 개각을 통해 '개혁' 의지를 보여줬지만 지금의 문체부는 개혁은 커녕 오히려 문화인들의 문제를 방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정부의 의지와도 완전히 반하는 것이다. 문체부의 개혁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지금이다. SW
 
hy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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