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일 종족주의’가 흥행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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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일 종족주의’가 흥행하는 이유
  • 현지용 기자
  • 승인 2019.08.26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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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한 한국 남성들과 커뮤니티·SNS로 퍼지는 극우 사상, 흥행 증폭시켜...궁극적 목적은 극우 메시아 출현
‘반일 종족주의’를 공동 집필한 이영훈 낙성대경제연구소 이사장. 사진 / 이승만 학당

[시사주간=현지용 기자] 식민사관을 긍정하고 일본제국의 전쟁범죄를 부정·왜곡하는 책 ‘반일 종족주의’이 흥행하고 있어 그 이유를 분석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지난달 위안부, 강제징용 등 일본제국의 전쟁범죄를 부정하고 왜곡하는 공동저서 ‘반일 종족주의’가 발매됐다. 일본의 경제보복이라는 시기성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구역질 난다”는 촌평 등 정치·언론의 비판으로 해당 책은 스트라이샌드 효과(삭제·검열 시도로 해당 정보가 더 널리 퍼지는 효과)에 힘입어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이영훈 낙성대경제연구소 이사장, 이우연 연구위원 등 경제사학자들이 쓴 해당 책은 독도 영토 문제를 비롯해 일제강점기 일본제국이 벌인 전쟁범죄를 전면 부정·왜곡하고 있다. 역사적 사실을 선택적으로 차용하면서 반일현상을 망국론, 종북좌파 프레임과 결합시켜 극우적 사상을 선동하는 등 흥행실적 만큼 논란을 함께 받고 있다. 

심지어 이우연 위원이 일본 극우단체 중 하나인 ICSA의 지원을 받으면서 집필을 했단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졌음에도 저자는 일본 극우주의에 대해 떳떳하게 친일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해당 책이 일본 극우진영의 논리에 인용되고 일본 극우 월간지 문예춘추에 번역 출간을 추진 받고 있어, 나고야 소녀상 철거, DHC TV 혐한 방송 논란 이후 또 다른 큰 논란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 판매량으로 본 ‘반일 종족주의’ 베스트셀러 열풍 

‘반일 종족주의’의 판매량을 보면 해당 책이 흥행을 끄는 이유를 일부 짐작할 수 있다. ‘반일 종족주의’는 교보문고 종합베스트셀러에서 이달 7일부터 20일까지 2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이달 25일 기준 예스24 2위, 알라딘 3위에 오르기도 했다. 

특히 구매자 분포도(교보문고)를 보면 성별 판매 비중으로는 남성 73.8%, 여성 26.2%로 집계됐다. 가장 많은 비중은 60대 이상 남성(23.4%), 50대 남성(18.4%)이었으며, 둘을 더하면 41.8%로 절반에 가까운 수치를 보이고 있다.

40대 남성(14.9%), 30대 남성(11.8%) 등 3040 세대도 전체 남성 중 26.7%의 비중을 차지했다. 10~20대 남녀는 전체 판매 비중에서 8.4%를 차지했으며, 전체 여성에서 가장 높은 비중은 30~50대(19.9%)가 차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책 구매자 전원이 ‘반일 종족주의’의 사상을 신봉하는 추종자들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교보문고 평점에서 해당 책에 만점인 별 다섯 개를 준 비율은 52.7%인 반면 별 1개는 44.9%였다. 구매자 전체의 절반 이상은 해당 책을 지지하지만, 그 나머지는 해당 책에 대한 호기심 또는 어떤 근거를 제시하는지 구매한 성향이라 볼 수 있다.

이영훈 낙성대경제연구소 이사장 등 우익사학계 학자들이 쓴 ‘반일 종족주의’는 ‘일간베스트’와 같은 극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사진은 해당 책을 구매하고 이를 온라인상에 알리는 ‘인증’ 행위를 하고 있는 일베 회원들. 사진 / 일간베스트

◇ 몰락한 한국 남성에게 다가온 극우

판매량 통계로 드러난 기현상, 특히 남성 청년층과 중장년층에 관심이 몰린 것에는 86세대부터 내려온 세대별 특징과 경제적 몰락, 온라인 커뮤니티 및 소셜미디어 등 뉴미디어가 한몫을 하고 있다.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경제위기가 오기 전 86세대 남성을 규정하던 주요 특징은 베이비부머, 80년대 경제호황 수혜와 군사독재에 저항하던 운동권 문화다. 하지만 중장년층이 된 현재는 소수의 86세대만이 정재계의 상위에 집권해있으며, 양극화로 인한 고독사 현상에도 미디어로부터 외면 받는 실태가 일반적이다. 

이들은 IMF의 직격타를 맡고 상당수가 경제적·사회적으로 몰락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집권을 지지하고도 이 같은 몰락으로부터 구제받지 못한 일부 중년층은 오늘날 자신들의 정치적 성향을 우익적 방향으로 돌아서기도 했다. 

반면 IMF 및 경제위기 여파 속에서 유년기를 보낸 20~40대 세대는 빈부격차와 출산율 감소에 따른 사회적 고립 등 여파를 맞이한 세대다. 이 때문에 운동권 문화와 진보 정치권을 지지하는 기성세대에 대한 반감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폐해로 당시 청년층 또한 86세대와 함께 촛불혁명과 적폐청산 열망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집권 이후 친 페미니즘 정책으로 인한 성별 갈등 조장, ‘조국 효과’와 같은 계층 사다리 문제에 침묵하는 태도 등이 청년층에게 배신감으로 돌아왔다. 여기에 계층 분열에도 이를 지적하는 청년층에 대해 청년 보수화라 단정하는 정부여당 등 기성세대에 대한 반감 또한 한 몫하고 있다. 

온라인으로 머무르는 극우 사상은 바깥 현실에서 출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한국에서도 보이고 있다. 사진은 2014년 세월호 참사 유족의 광화문 단식농성에 ‘폭식농성’으로 조롱하는 일간베스트 회원(왼쪽),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석방 촉구 시위를 벌이는 태극기부대(오른쪽)의 모습. 사진 / 유투브·뉴시스

◇ ‘반일 종족주의’·뉴미디어로 울리는 극우 메시아 공명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몰락하는 남성층에게 유투브, 온라인 커뮤니티 등 뉴미디어의 출현은 그들이 품는 반사회적 스트레스를 적의, 혐오로 배설시켜주는 탈출구 역할을 하고 있다. 온라인 공간은 익명성을 이용해 트롤링(Trolling, 상대를 도발·능욕하며 즐기는 행위)을 가능케 하는 동시에 사상의 극단성에도 이를 표현 가능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극우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와 유투브로 넘어온 극우 미디어의 부흥이 그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경제적으로 몰락해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이에 대한 표출이 어려운 남성층은 세대를 막론하고 해당 공간에서 극우적 활동을 통해 과시욕·자존감을 얻는 효과가 있다. ‘반일 종족주의’ 책을 구매하고 커뮤니티 상에 이를 인증하는 행동 또한 이 같은 심리에서 비롯된다. 

혐오주의와 극우 사상의 유행이 온라인 수준에서만 머무를 때 해당 현상은 그 수준에서 머무른다. 반면 이번 ‘반일 종족주의’의 흥행에 우려 섞인 시각이 있는 데는 이것이 바깥 현실로 출현할 수 있다는 위험성을 겪었다는 사실이 있다. 

온라인상의 트롤링이 밖으로 나온 국내 사례로는 2014년 세월호 참사 유족의 광화문 단식농성에 일간베스트 회원들이 벌인 폭식농성이 있다. 버지니아 샬러츠빌 폭동, 일본 극우단체의 혐한 시위 등 ‘관종’ 수준의 극우가 ‘행동하는 극우’로 출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기에 이번 흥행은 책 속의 허구적 주장 수준으로 끝나지 않고 논란을 거듭 받는 실정이다. 

셋 모두 정치적 스펙트럼 중 극우에 해당한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몰락한 독일 남성들이 나치 돌격대에서 시작해 나치 제국을 세운 전례가 있듯, 몰락한 남성들을 유혹하는 극우 전체주의의 위험성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상태다.

나치의 우상이 히틀러였던 것처럼, 한국 전체주의 세력의 궁극적 목적은 이승만 건국신화에 박정희 친일독재를 버무리는 등 극우 사상을 반영한 그들만의 메시아 재출현이다. ‘반일 종족주의’가 이를 돕는 성서로 떠오르기 전에 이번 사회 현상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필요해 보인다. SW

 

hjy@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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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1970-01-01 09:00:00

그러니깐 저거 산 사람들은 죄다 극우화된 사람들밖에 없고 그게 뻔하다 이거임? 청산리대첩만 해도 여전히 엄청난 대승을 거뒀다고 주장하는게 대세인 나라 답네.

인간적인 1970-01-01 09:00:00

식민지 되는 게 살길이라는
식민 종족주의자들...
다수 백성들 수탈 당하는 동안
일제에 아부하며 지들은 안락한 생활 누렸으니
식민지가 발전이었겠지...
그 버릇 못 버리고
여전히 일본 돈받아 먹으며 편들고 있구나...

인간적인 1970-01-01 09:00:00

일제 식민지 되는 게 살길이라는
식민 종족주의자들...
다수 백성들 수탈 당하는 동안
일제에 아부하며 지들은 안락한 생활 누렸으니
식민지가 발전이었겠지...
그 버릇 못 버리고
여전히 일본 돈받아 먹으며 편들고 있구....

인간적인 1970-01-01 09:00:00

식민지 되는 게 살길이라는
식민 종족주의자들...
다수 백성들 신음하는 동안
일제에 아부하며 지들은 안락한 생활 누렸으니
식민지가 발전이었겠지...
그 버릇 못 버리고
여전히 일본 돈받아 쳐먹으며 편들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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