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어통역 재난방송’ 호평, 수어 환경 더 넓어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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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통역 재난방송’ 호평, 수어 환경 더 넓어지다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9.09.10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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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링링'이 한반도를 강타한 7일, KBS는 뉴스특보를 전하면서 수어통역을 제공했다. 사진 / KBS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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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임동현 기자] 지난 주말 태풍 '링링'이 한반도를 강타한 상황에서 각 방송사는 뉴스특보를 통해 태풍의 진행 상황 및 피해 상황, 유의 사항 등을 전했다. 특히 국가 재난 주관방송사인 KBS는 이날 뉴스특보 방송 내내 자막과 함께 수어통역을 제공해 청각장애인에게 태풍 상황을 전했다.

그동안 재난 방송은 수어통역과 화면해설이 나오지 않아 장애인들이 재난 상황을 알고 싶어도 어떤 내용인지를 알지 못해 답답함을 느꼈다는 불만이 나왔다. 4월 강원도 산불 뉴스특보에서도 수어통역이 제공되지 않아 장애인들이 불편함을 느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문재인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방송사, 특히 재난방송 주관 방송사 KBS가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에 두는 정보 제공자의 역할을 할 수 있어야한다. 장애인을 비롯한 취약계층이나 외국인도 누구나 재난방송을 통해 행동요령을 전달받을 수 있도록 재난방송 매뉴얼을 비롯해 시스템 전반에 대한 개선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밝혔다.

이후 KBS는 기존 재난방송 체계를 재점검하겠다고 했고 이번 태픙특보 때는 수어통역을 계속 제공해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장애인 관계자들은 "부족한 부분이 아직 있지만 그래도 재난방송에 수어통역을 계속 제공했다는 것 자체가 개선의 노력을 보여준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국회에서도 수어통역 의무화를 골자로 한 법안이 발의됐다. 지난 5일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청각장애인의 정보접근권을 위한 '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재 수어통역은 국회방송으로 중계되는 본회의와 인사청문회 등 이슈가 되는 소식들에는 제공이 되지만 온라인으로 볼 수 있는 모든 상임위원회 회의와 기자회견장 등에는 제공되고 있지 않다.

'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은 국회 온라인 의사중계시스템에 수어통역, 폐쇄자막, 화면해설 등 편의제공을 의무화하고 장애인이 직접 국회방청을 할 때 수어통역과 점자안내서 등을 제공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추혜선 의원은 "20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가 다가온다. 모든 상임위에서 장애인 채용에 대한 차별부터 시작해 소수자와 장애인에 대한 정책을 질의하고 답변하지만 정작 청각장애인들은 그 회의를 실시간으로 볼 수 없을 것이다. '어떤 국민'에게는 국회 상임위 회의 전체 내용을 직접, 회의가 진행되는 시간에 볼 수 있는 권리조차 허용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라고 법안을 발의한 취지를 밝혔다.

 지난 2일 KBS  '조국 기자간담회' 생방송에는 자막과  수어통역이 같이 제공됐다. 사진 / 임동현 기자     

2016년 국회에서 '한국수화언어법'이 제정되면서 수어는 청각장애인의 고유 언어로 인정됐고 한국어와 동등한 언어로 인정을 받았다. 이 법 16조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공공행사. 사법 행정 등의 절차, 공공시설 이용, 공영방송, 그 밖에 공익상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 수어통역을 지원하여야 한다"며 국가와 지자체의 수어통역 지원을 명시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지원은 미비한 형편이다. 인력 동원과 그에 따른 재원 문제가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수어가 한국어와 동등하다는 인식도 아직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에 나온 재난방송의 변화와 국회 입법 발의가 수어에 대한 인식 개선과 함께 수어통역사의 증가와 이로 인한 수어의 일상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주목되고 있다.

김철환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 활동가는 "수어통역사가 방송에서 정착이 되려면 방송사 소속 통역사뿐만 아니라 방송을 할 수 있는 수어통역사를 지정하는 '지정제'가 도입되어야한다. 이번 KBS 방송을 긍정적으로 봤다. 통역사들의 통역이 고르지 못하다는 이야기도 나왔는데 과도적인 현상이라고 본다. 수어도 언어이기에 기본적으로 언어를 전하는 것을 넘어 전문적인 식견이 필요하다. 정확한 정보 전달을 위해서라도 앞으로 관심을 갖고 지원을 해야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김철환 활동가는 "수어가 제공되는 환경이 넓어지고 있다"면서 "공공기관에서 제작하고 공개하는 중요 문서들을 수어로 볼 수 있도록 해야하는데 아직 손질이 안 되어 있다. 한글 외 제2의 언어를 전하는 것도 필요하다. 국회에도 전문적인 수어통역사가 있어야하고 예산의 어려움이 있다면 장애인과 가장 밀접된 사회복지 관련 회의부터 우선 수어통역을 시작하면 된다. 기본이 잘 되면 수어통역 관련 예산이 기본 예산으로 편성될 수 있을 것이다. 청와대 브리핑이나 기자회견에 수어통역사를 옆에 둔다면 모든 국민들에게 수어에 대한 위상을 각인시킬 수 있고 모든 국민과 함께한다는 상징성을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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