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평등’과 ‘성평등’, 갈등에 놓인 경기도성평등조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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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평등’과 ‘성평등’, 갈등에 놓인 경기도성평등조례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9.09.16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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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0일 경기도의회 앞에서 열린 '차별과 혐오 없는 평등한 경기도만들기 도민행동' 기자회견. 사진 / 차별과 혐오 없는 평등한 경기도만들기 도민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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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임동현 기자] 지난 10일 오전, 경기도 인권시민단체 대표자들이 경기도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회견을 통해 차별과 혐오 없는 평등한 경기도만들기 도민행동(이하 도민행동) 발족을 알리면서 경기도성평등조례 방해행위에 대한 대시민 호소문을 발표했다. 도민행동 소속 단체 활동가와 회원들은 조례를 원안 그대로 가결한 도의원들에게 장미꽃을 전달하기도 했다.

경기도는 올 8월 도내 공공기관 및 기업 안에 성평등위원회를 설치하도록 권고하는 내용이 담긴 '성평등 기본조례 일부 개정안'을 공포했다. 이 조례는 7월 의회에서 통과된 후 재의를 요구하는 청원이 나오기도 했지만 경기도는 '법령 위반 여지가 없다'면서 개정안을 공포했다.

하지만 경기도기독교총연합회 등 경기도 내 종교 시민단체는 이 조례안이 동성애, 트렌스젠더 등 LGBT를 채용하도록 강요하는 것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동성애인 제3의 성을 인정하는 성평등위원회를 공공기관, 기업, 심지어 교회에도 설치하도록 하는 것은 위헌, 위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이 문제로 삼은 것은 바로 이 조례안의 182안이다. 여기에는 '공공기관의 장 및 사용자는 양성평등기본법 제24조부터 제26조까지 및 제31조에 따른 양성평등 참여를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성평등위원회를 설치, 운영하도록 노력하여야한다'라고 되어 있다.

종교 시민단체들은 이 조항이 '양성평등을 추구한다면서 동성애자나 트렌스젠더 등을 인정하는 '성평등'위원회를 만들도록 하고 있다"고 밝히고 이 개정안이 동성애 등 성소수자를 옹호하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양성평등'(남녀평등, sex equality)'타고난 생물학적 성, 즉 남녀 사이의 평등'인 반면 '성평등'(젠더평등, gender equality)'자기 마음대로 선택한 성 정체성 사이의 평등'이라면서 성평등과 양성평등은 엄연히 다른 개념이며 동성애, 성전환자까지 포용하는 개념이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반발이 나오자 경기도의회 여성가족평생교육위원회는 "조례상의 성평등은 양성평등이지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다수의 성을 포괄하는 성평등이 아니다"면서 "이를 왜곡해 사실인 양 공표하는 행위를 중단해달라"고 밝히기도 했다.

인권조례 통과를 놓고 지자체가 진통을 겪은 일이 여러 차레 일어난 바 있다. 지난해 2월 충남도의회는 충남인권조례를 폐지했다.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으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동성애를 조장할 위험'이 있고 '종교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이슬람을 보호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또 경기도 부천시는 최근 '문화다양성 조례'를 입법하려 했으나 역시 동성애자, 무슬림 등을 옹호한다는 이유로 반대에 부딪혔고 의회가 이 조례를 철회한 적이 있다.

인권조례가 기독교 단체 등의 반대로 폐지되고 철회되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인권단체들은 차별금지법 제정 역시 위기를 맞을 것을 우려함과 동시에 '기독교 단체들의 혐오와 차별이 인권을 막고 있다'고 주장하며 더 이상 차별적인 언행이나 행동을 하지 말 것을 주장하고 있다.

도민행동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양성평등이라는 말은 성을 이분법으로 나눈 것인데 성소수자 단체 등 인권단체들로부터 '우리 사회의 성이 두 개로 나뉘어질 수 있는가'라는 문제의식을 나타냈고 모두를 함께 어우르자는 의미로 '성평등'이라는 말을 사용하게 된 것이다. 이를 성소수자 옹호, 동성애 조장이라고 주장하고 에이즈가 창궐한다느니 동성애가 확산한다느니라고 말하는 것이 바로 차별이고 혐오"라고 밝혔다.

관계자는 "충남이나 부천에서도 인권평등조례를 만들었다가 실패한 사례가 있는데 혐오선동세력들이 '동성애는 안된다'면서 집회와 현수막, 의원들을 향한 문자 폭행 등을 하고 여론에 약한 정치인들이 결국 움츠러들면서 폐지가 되고 재개정이 됐다고 보고 있다. 이번 조례 통과는 곧 차별금지법 통과와도 연계가 되기 때문에 더 힘을 모아야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종교단체 관계자들은 '동성애는 엄연히 성경에 위배되는 것이며 조례 통과를 바탕으로 동성애자 채용 등을 법으로 강요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경기도 기독교 총연합회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다양한 성을 존중해야한다'는 성평등을 주장했던 이들이 발의를 했음에도 의회는 '양성평등과 성평등의 혼동'이라며 피하고 있다. 우리는 이 조례를 성평등 기본조례가 아닌 '양성평등 기본조례'로 바꾸기를 강력히 주장한다. 기독교인들이 동성애자들을 혐오하고 차별한다고 하는데 어떻게 해서든 그들을 끌어안고 건강하게 고쳐보려는 것이 우리 기독교인이다. 소수인들을 위해서 혐오, 차별이라고 조장하고 법을 만들겠다는 것은 그들이 오히려 우리를 역차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개정이 되면서 공공기관 전체에 '성평등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했다. 개정안 중 '사용자'는 근로기준법에 의거해 사업자등록증이 나와있는 단체를 말한다. 교회도 사업자등록증이 있기에 사용자에 교회도 포함되어 있으며 기독교인이 운영하는 모든 기관들이 다 성평등위원회를 조직해야한다. 위원회 조직을 놓고 왜 강력히 반대하냐고 하는데 지금 조례안이 바로 LGBT를 법으로 채용하게 하고 거부할 수 없게 만드려는 사전 포석이다. 추측이 아니라 실제 이런 방법으로 많은 나라들이 결국 동성애를 찬성했고 우리나라도 그렇게 가고 있는 것이다. 기독교 교리에 분명 어긋나기에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인권조례를 놓고 이처럼 상반된 주장들이 계속되면서 법으로 차별을 금지하도록 한 차별금지법의 제정 및 공포도 계속해서 큰 난항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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