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류칼럼] 포사 웃기려다 나라 망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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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류칼럼] 포사 웃기려다 나라 망치다
  • 주장환 논설위원
  • 승인 2019.10.07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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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주장환 논설위원] 주나라가 포나라 왕에게 진상을 부리자 울며겨자먹기로 천하일색 포사를 성접대용으로 바쳤다. 순 개막장 난봉꾼 주나라 유왕은 포사를 보자 심쿵! 그런데 이 간 큰 여자, 왕 앞에서도 웃는 법이 없었다. 싫존주의! 무릎 탁 친 유왕, 포사에게 간청했다.

이잉 된장녀! 내가 뭐 해주면 니가 웃을래?”"

“ㅋㅋ~ 비단을 쫘악~ 쫙 찢어 줘요!”

유왕은 그날부터 매일 비단을 100필씩 가져다가 강호동급 궁녀를 시켜 찢게 하였다. 매일 산더미 같은 비단이 찢겨졌다. 궁중의 비단이 모두 없어지니 이제 제후들과 백성들에게서 징발해 계속 찢었다. 그러나 포사는 웃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찌질남이 실수로 봉화불을 피웠다. 봉화는 외적이나 반란군의 침입 등 위급할 때, 군사를 왕궁으로 모이도록 하라는 신호임은 삼척에 사는 동자(사자성어로 삼척동자라고도 한다는 어리벙벙이(?)도 있음)도 아는 법.

우가자자~. 빨리 왕궁으로 가자!”

나라의 모든 군사며 마차가 왕궁으로 모였다. 그러나 아무 일도 없었다. “아이쿠! 더러운 갑질”. 모두 맥이 빠져 땅바닥에 고꾸라져 핵핵~거렸다. 이 꼴을 본 포사가 드디어 배꼽을 잡았다. “애쓰시지 말입니다.”

다음날부터 유왕은 매일 봉화를 올리게 했다. 제후가 군사를 이끌고 빛의 속도로 달려왔다. 그럴 때마다 포사가 자지러졌다. 한 두번 속지 자꾸 속으면 바보요, 속아주는 척하면 천재다. 마침내 늑대가 나타났다꼴이 났다. 견융족이 쳐들어 온 것이다.

싸게 싸게 봉화를 올려라이잉!”

유왕이 엉덩이를 불에 댄 듯 다급히 명령했으나 봉화를 보고도 모두 노구솥에 엿 붙듯꼼짝도 않고 있었다.

유왕과 포사는 궁정을 빠져나가 줄행랑을 놨으나 잡히는 건 시간 문제라, 유왕의 목은 허공으로 날아가고 주나라는 역사에서 피로 물들여졌다. 포사는 견융족 추장을 또 다른 남자로 받아들였으나 얼마 못 가서 자결했다. 아아~ 포사 지못미!”

자고로 한 사람에게 너무 꽂히면 편벽해지고 인지부조화가 생기며 눈이 어두워 진다. 남녀불문, 노소불문, 지위고하 막론이다. 한비는 그의 저서 한비자에서 군주가 신하의 하찮은 충성에 만족하거나, 또는 나라가 작으면서 무례한 짓을 하면 멸망한다고 했다. 대통령이든, 여야대표든, 총리든, 필부든, 사람이면 귀담아 들을 말이다. ‘어물전 망신은 낙지에 꽂힌 꼴뚜기가 시키는 법이니 말이다. SW

jj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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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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