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찌는 배달 플랫폼, 안전없이 달려야 하는 라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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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찌는 배달 플랫폼, 안전없이 달려야 하는 라이더
  • 현지용 기자
  • 승인 2019.10.11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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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5일 라이더유니온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폭염에 폭우까지. 라이더가 위험하다’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사진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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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현지용 기자] 배달 플랫폼 시장이 성장하는 반면 배달 라이더들의 안전은 법적 보호가 없어 늘어나는 사고 위험에 노출돼있다.

배달음식은 더 이상 배달 식당을 통해서만 받지 않는다. 대신 배달 플랫폼이 배달 손님과 배달식당의 가운데에서 손님과 식당을 중계하고, 배달 대행업체가 배달 노동자를 보내 배달 업무를 한다. 

배달 플랫폼 시장은 2000년대 초반 건당 2000원의 수수료를 받고 음식점의 배달을 대신해주는 배달 대행업체에서 시작됐다. 배달 식당이 배달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던 방식은 불규칙한 배달 건수와 배달원의 사고 위험에 따른 노동자 안전, 고정 월급 등 문제를 겪었다. 이때문에 배달 직원을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대행 방식이 수요를 얻고 배달 구조를 바꿨다.

2010년대 전문 배달앱의 등장은 배달 대행업체의 성장세를 띄웠다. 2010년 배달앱 ‘배달통’과 ‘배달의 민족’이 등장하고, 2012년 요기요가 등장하면서 국내 배달앱 3강 체제가 이뤄졌다. 배달 대행업체로의 수요 또한 마찬가지로 증가해, 오늘날에는 배달앱과 배달 대행업체가 배달 플랫폼 시장에서 서로 필수불가결한 존재가 됐다. 

2017년 외식업중앙회 통계에 따르면 전국 외식업종 중 배달앱 이용 식당의 비중은 △피자·햄버거 47.2%, △치킨 28.4%, △중식 12.2%, △한식 2.4% 수준이다. 배달대행 이용 식당은 △피자·햄버거 27.2%, △치킨 17.9%, △한식 2.4%, △중식 2.1%다. 해당 통계가 전 지역을 대상으로 한 결과이기에, 서울·수도권 거주에 한정한다면 배달대행 이용은 통계보다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체 배달사고 산재신청건수 1920건 중 △바로고 132건, △티앤비코리아 119건, △우아한청년들 106건 등에서 높은 산재신청건수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 한정애 의원실

높은 이용도를 볼 때 음식 배달은 더 이상 배달 식당 등 소상공인의 업무 중 하나가 아닌, 배달 대행업체에 의해 이뤄지는 음식 배달 물류업 수준으로 바뀌고 있다. 반면 현장에서 실제 배달을 하는 라이더들은 반쪽짜리 노동자 신분으로 법적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배달앱, 배달 대행업체로부터 업무 지시를 받지만 배달 노동자가 아닌 자영업자의 신분이어야만 등록이 가능한데다, 중개 업무라는 이유로 사고 책임 문제에 노출돼있기 때문이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6년부터 올해까지 퀵서비스 회사의 산업재해 현황은 2016년 277건에서 지난해 618건으로 약 2배 넘게 늘어났다. 올해 7월 기준 600건인 상황을 감안한다면, 배달사고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배달 업무 가운데 음식 배달사고가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상황이다. 바로고, 티앤비, 우아한청년들 등 유명 배달 전문업체가 그러하기 때문이다. 지난 달 기준 누적 재달 발생 건수 1억건을 돌파했다는 바로고는 배달사고 다발 사업체 중 1위 또한 차지했다. 전체 배달사고 산재신청건수는 1920건으로 △바로고 132건, △티앤비코리아 119건, △우아한청년들 106건, △달리고 58건 등이 집계됐다. 

이 같은 라이더는 ‘특수형태 근로종사자’, ‘특수고용노동자’라는 노동자·자영업자라는 경계 위에서 모호한 신분으로 일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산업재해 및 신분에 따른 노동자 보호 인정을 받기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다.

지난달 10일 미국 캘리포니아 의회 상원을 통과한 주문형 플랫폼 노동자 보호법 AB5의 통과 집계 모습. 사진 / Rideshare Drivers United

해외에서는 모호한 신분으로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관련 법을 마련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의회 상원은 지난 9월 10일(현지시간) 주문형 플랫폼 노동자의 법률상 지위를 독립계약자에서 피고용인으로 분류하는 AB5 법을 통과시켰다. 회사의 지휘·통제를 받는 계약자는 노동자로 봐야한다는 법 해석이 실현된 사례다. 

반면 한국은 이 같은 법적 발상에 접근하는 방식 자체부터 엇박자를 보이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산업안전보건기준 규칙 개정안은 ‘이륜자동차로 물건을 수거·배달 등을 하는 자의 안전조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하면서, 제672조 1항에서는 ‘배달기사는 배달 수행 중 플랫폼을 통해 추가 배달주문을 받지 못한다’고 못박았다. 통상 건당 3000원을 버는 라이더에게 이 같은 조항은 라이더 수입을 반토막내고 배달 플랫폼 시장 전체에 영향을 끼칠 것이 자명해 보인다. 

설상가상으로 국회에 올라오는 법적 논의는 라이더가 아닌 배달 플랫폼 기업을 위한 관련 논의가 더 많은 모습이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 해 22명이 제안한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은 국가 및 지자체가 배달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금융·행정·재정지원 및 세금감면 등 각종 혜택을 명시할 뿐, 라이더에 대한 법적 보호나 노동조건 개선은 전무하기 때문이다. 라이더에 대한 현실적인 법적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SW

 

hjy@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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