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칼럼] 독서하지 않는 사람들, 그래도 도서정가제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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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칼럼] 독서하지 않는 사람들, 그래도 도서정가제 강화?
  • 오세라비 작가
  • 승인 2019.10.28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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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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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오세라비 작가“읽는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필자의 독서지론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이렇다. 인간과 동물의 차이점 중 하나로 ‘사람은 책을 읽는다’가 아닐까. 가장 인간다운 모습은 책장을 넘기며 독서하고 사유하는 모습이라 생각한다. 독서는 혜안을 주고 내면의 힘을 길러주며 고독을 견딜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다. 또 평소 꾸준히 책을 읽다보면 어느덧 책을 쓰는 저자가 되기도 한다. 

주지하다시피 한국인의 독서율은 OECD 가입 국가 중 가장 낮으며, 성인 10명 중 4명은 1년간 책을 한권도 읽지 않는다는 독서실태 조사가 이를 말해준다. 반면 영화진흥위원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의 영화 관람은 세계 최고다. 독서율은 최저, 영화 관람은 최고인데 영화 한 편 관람료나 책 한권 구입비나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주말 영화 관람료는 최대 1만2000원 정도이며 영화 관람료에 간식비로 지출하는 비용을 합치면 오히려 책 한 권 구입비를 앞지른다. 

그럼에도 한국인은 점점 독서를 하지 않는다. 지하철에서도 종이책 넘기는 이를 찾기 어렵다. 간혹 이러다 한국인들이 문자를 읽고 쓰는 능력을 상실하지 않을지, 디지털 신기술의 발전은 언어 구사의 폭을 매우 축소하는 경향이 있는 것은 아닐지 우려가 드는 것도 사실이다. 1000 페이지에 달하는 톨스토이나 도스토예프스키가 남긴 대작을 독자들이 장차 얼마나 읽을지도 말이다.

도서·출판시장의 침체는 이미 오래됐다. 우리가 ‘동네서점’이라 불리는 오래되고 특징을 가진 작은 서점들은 속절없이 문을 닫았다. 예전에 동네마다 길목 좋은 곳에 당연히 자리하던 정겨운 동네서점은 찾기 어렵다. 신간이 발매되면 끈으로 묶은 책 무더기가 서점 앞에 내려지고, 굳이 도서를 구입하지 않아도 책방 문을 열고 들어가 이 책 저 책 들춰보던 시절은 지나갔다. 새 책에서 풍기는 냄새, 오래된 책에서 나는 냄새는 달랐고, 다양한 장르의 책을 실컷 구경하다 미안한 마음에 저렴한 작은 문고판이라도 한 권 구입해서 계산을 치렀던 시절은 추억으로 남았다. 

스마트폰 발달로 독자들의 도서 구입 방식에 획기적인 변화가 왔고, 대형서점의 등장과 지점들이 동네서점을 잠식하는 동안 도서구입은 인터넷 서점과 문구 등을 판매하는 쇼핑몰까지 겸한 대형 서점으로 쏠림 현상이 일어났다. 

퇴근길에 혹은 시간 여유가 있을 때 동네서점에 들러 책을 살펴보던 기억은 빛바랜 낭만이다. 필자는 오래 전 그 시절에 샀던 작은 문고판을 아직도 여러 권 가지고 있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부터 ‘로미오와 줄리엣’까지 한 권에 담은 작고 도톰한 페이퍼백이 2단 세로쓰기로 출판되었다. 지금은 비록 누렇게 변색이 된 책이지만 읽기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 셰익스피어 4대 비극을 관통하는 인간 영혼에 잠재된 악, 음모, 배신, 증오의 대서사극은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비극 문학의 전범으로 남아있다. 

당시 이 책의 가격은 2000원이었다. 돈의 시대적 값어치를 떠나 책은 돈으로 환산하기 불가능하다. 필자는 오래된 도서를 여전히 자주 들춰보며 작품에 담긴 통찰을 새롭게 인식한다. 책 가격이 저렴하다 해서 질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요, 책값이 높다 해서 수준이 높은 것도 아니다. 책은 내용이 결정하고 훌륭한 책은 독자들을 성숙하게 만들며 곁에 오랫동안 자리한다. 

현행 도서정가제 가격 할인은 10% 이내에 부수적 할인 혜택은 책값의 5% 이내로 제한됐다. 기존 도서정가제는 발행 1년 이내 적용되던 것을 18개월 내 간행물로 대상범위를 확대해 18개월이 경과하면 출판사가 정가로 변경할 수 있다. 2014년 당시 최재천 민주통합당 의원이 발의한 도서정가제 법안은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시행되는 한시적 법이었으나 2020년 11월까지 연장 시행하기로 합의됐다. 여기에 지난달 17일 우상호,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출판업계와 도서정가제 개선방안 토론회를 주최하면서 도서정가제 강화, 즉 ‘완전도서정가제’를 2020년 이후에도 정착할 것을 주장했다. 

과연 도서정가제가 독자를 위한 제도인지 생각해보자. 도서정가제의 도입 취지는 주요 서점, 출판사들의 매출이 큰 폭으로 떨어지고 적자를 기록해 왜곡된 도서 유통구조를 중장기적으로 바로 잡고 동네서점을 살리기 위함이었다. 온·오프라인 서점이 책 가격의 10%까지 할인 판매할 수 있도록 한 도서정가제가 시행한지 6년이 흐른 현재 과연 이 제도가 효과적이었는지 냉철하게 검토해야할 시점이다. 

도서 시장의 변화와 독자의 독서 경향이 크게 달라진 시대의 흐름에 비춰볼 때 과연 도서정가제는 얼마나 효과를 거두었나. 도입 취지처럼 중소서점을 살리고 주요 출판사들의 가격 인상을 막아 책값 거품을 빼고, 철학, 예술 등 다양한 도서 출판물이 활성화 되었을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온라인 서점 구매율은 더욱 높아졌으며 주요 출판사, 대형 서점만 살아남고 있다. 독자들이 선택하는 도서의 다양성은 폭이 더 좁아지는 추세로 됐다. 가장 큰 문제는 독자들이 점점 책을 멀리한다는 점이다. 

출판사들은 도서제본 방식을 대부분 반양장본으로 하고 종이 질을 높이는 동시에 북 디자인 일러스트에 치중하다보니 책 가격의 인상으로 이어졌다. 이는 중소출판사나 서점을 탈락시키고 독자에게는 손실이다. 필자는 도서를 꼭 양장본이나 반양장본으로 만들어 독자에게 가격 부담을 줘야 하는지 의문이다. 양장본이 필요한 도서도 있지만, 가격이 저렴한 페이퍼백 도서도 많이 나와야 한다. 필자가 여전히 집에 두고 읽는 책은 예전 문고본으로 나온 문학 작품, 사회과학 분야 도서가 많다. 우리나라도 서구처럼 하드커버와 페이퍼백을 적절히 섞어 출판하여 가격을 자유롭게 매기면 독자의 선택도 다양해 질 수 있는 것이다. 

명필이 붓을 탓하지 않고 유능한 목수는 연장 탓하지 않듯, 독자는 좋은 책은 가격에 상관없이 골라 읽는다. 반양장본에 멋진 일러스트 디자인으로 표지로 만들어 책값을 경쟁적으로 높인들, 표피 아래 자리하는 작품성이 떨어지면 독자와는 점점 멀어지는 현상을 낳는다. 

게다가 도서정가제 실시 후 온·오프라인 중고서점은 날로 확대되고 있다. 중고서점을 방문해보면 완전히 새 책과 다름없는 도서의 가격은 결코 저렴하지 않다. 필자는 중고서점도 자주 방문하고 절판된 책도 발견해 구매하는 기쁨도 누리지만 책에 따라 값은 천차만별에 편법과 도서 시장의 교란 현장을 보는 듯해 기분이 좋지 않을 때가 많다.

평생 책을 즐겨 읽은 독자의 입장에서 필자는 현행 도서정가제에 문제가 많다고 생각한다. 현행 제도에 독자, 즉 소비자의 의견은 반영돼있지 않다.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도서정가제를 두고 토론을 했다. 총 25명이 찬·반 의견을 제시했는데, 2명만 유지에 찬성했고 23명은 폐지에 손을 들었다. 출판계 종사자나 작가가 아닌, 전부 소비자이에 속하던 이들의 도서정가제 유지 이유로는 “독서 인구가 줄어드는 것은 소비자가 책이 비싸서 안 읽는 게 아니라, 책을 읽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증가해 그렇다. 폐지한다해서 소비자들이 책을 읽겠는가? 책이 지닌 가치를 생각하면 현재 가격은 오히려 저렴하다”는 의견이었다. 

반면 폐지에 찬성한 대부분의 이들은 “도서정가제는 소비자 선택의 폭을 좁게 한다. 가격은 규제가 아닌 유연해야한다. 대형 출판사나 서점의 가격 담합에 좌우되는 것 같다. 도서정가제는 명사들에게는 유리하나 책 가격이 저렴해 많이 팔리기를 원하는 출판사나 작가들도 많다고 생각한다. 책값이 비싸지면 공공도서관의 신간 구입이 줄어든다. 북커버에 공을 들이다보니 원가가 높아졌다. 돈이 없으면 책도 사지 못 한다. 일본이나 서구처럼 저렴한 문고본이 많이 발행되기를 원한다. 소장용 양장본은 소량 제작하고, 표지나 종이 질은 재생지로 단가를 낮추는 유연함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독서 인구는 갈수록 감소하고 중소서점은 고사상태다. 이런 와중에 대형 출판사, 대형 서점들끼리 경쟁하는 구조가 됐다. 도서정가제 실시 이후 오히려 독서인구가 크게 감소하고 있고, 소비자는 책값이 비싸다고 느낀다. 필자는 작가인 동시에 소비자이기도 하다. 책은 읽기 위해 존재한다. 출판된 지 18개월이 경과된 책에 관해 오프라인에서 제한없이 할인해 소비자들이 부담 없이 선택하고 구매하는 것이 나은 방향이다. 국회와 출판업계 등이 완전 도서정가제를 논의하는 움직임이 일어나자,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도서정가제 폐지를 청원한다’는 청원도 진행 중이다. 현행 도서정가제가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지 회의감을 가지고 있는 필자와 궤를 같이하는 대목이다. SW

 

murphy80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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