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증가' 공방에 묻힌 '벌어진 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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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증가' 공방에 묻힌 '벌어진 격차'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9.11.01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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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조합원들이 지난달 26일 열린 '공공운수노조 결의대회'에서 '비정규직 철폐'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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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임동현 기자] 비정규직 노동자가 지난해보다 87만명이 늘어났고 임금근로자의 36.4%를 차지하지만 평균 월급이 정규직의 55% 가량에 그쳐 있고 임금 격차는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은 '조사 기준의 차이가 있었다'라며 비정규직 노동자의 숫자가 실제로 늘어난 것이 아니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숫자 증가 여부와는 별개로 임금 차등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어려움이 아직 개선되지 않았다는 것이 이번에 나타났다.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2019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비정규직 노동자는 7481000명으로 전년동기(6614000)보다 87만명 가량이 늘어나 역대 최대 증가를 기록했고 비중 역시 1년 만에 33%에서 36.4%로 급증했다. 특히 60세 이상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증가한 것으로 나오면서 '노인 일자리' 사업이 비정규직의 숫자를 늘린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사상 최대 비정규직 노동자의 증가에 대해 강신욱 통계청장은 "국제노동기구(ILO) 권고로 병행조사를 실시하면서 그동안 통계에 포착되지 않았던 기간제 근로자들이 추가로 나타났가에 전년도와 올해의 결과를 증감으로 비교하기가 불과하다"면서 '조사 방법의 차이로 인한 수치 증가'라는 해명을 내놓았다.

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21년도에 ILO 새 지침을 적용하게 되어 있는데 이번에 조사하면서 예비적으로 한 가지 추가로 병행조사를 실시했다. 이 부분에서 기간제 근로자의 응답이 매우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통계와 비교는 적절치 않다"고 했고 황덕순 청와대 일자리수석도 "새로운 조사가 추가로 들어가면서 예상치 못해가 추가적인 질문이 기존 응답에 변화를 일으켜 추세와 다르게 비정규직 숫자가 상당히 늘어난 것 같은 결과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비정규직의 증가보다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격차가 더 커졌다는 것에 있다. 정부와 언론이 비정규직 증가를 놓고 '핑퐁 게임'을 하는 사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절실한 문제인 고용 불안정, 적은 임금 문제 등은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비정규직들의 최근 3개월(6~8)간 월평균 임금은 1729000원으로 지난해보다 5.2% 인상됐지만 정규직도 역시 3165000원으로 1년 전보다 5.2% 늘어났다. 비정규직은 정규직의 약 55% 가량의 월급을 받고 있으며 임금 격차는 1436000원으로 지난해보다 더 늘어나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또한 비정규직의 평균 근속기간도 25개월로 지난해보다 2개월이 줄어들었고 평균 근속기간이 '1년 미만'인 경우가 56.3%1년 전보다 1.4%p 더 늘어나 근속 기간이 짧아지고 있는 것도 문제로 지목됐다.

문제는 정부가 '비정규직 증가는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만을 강조할 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를 줄이는 방법에 대해서는 이렇다할 정책 제시를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격차가 줄어드는 부분도 있다고 하지만 그 격차를 더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통계청의 발표 후 한국노총은 성명을 통해 "이번 조사에서 비정규직의 대표적 형태인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이하 '특고 종사자')50만명 규모다. ILO는 국제종사상지위분류에 폭넓은 기준 마련을 권고한 바 있으며 이에 따라 특고 종사자에 대한 조사항목 기준이 반영됐다면 더 큰 규모가 됐을 것이다. 3월 한국노동연구원이 추정한 특고 종사자의 규모는 최대 220만명이었으며 이 숫자대로라면 오늘 정부가 발표한 비정규직 규모는 900만을 넘어 1,000만에 육박하는 수치가 될 수도 있었다"면서 ILO의 권고사항을 제대로 받아들이고 특고 노동자들을 포함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심도 있는 해법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한국노동연구원 관계자는 "비정규직 숫자가 늘어나는 것도 문제지만 격차가 늘어나는 것이 더 큰 문제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임금체계로는 격차를 줄이기가 힘든 것이 사실이다. 오래 일할수록 금액이 느는 연봉제는 정규직에만 해당되어 있고 기업들이 연봉제에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많기에 비슷한 일을 하는 비정규직을 쓰려한다. 임금체계 개편이 노사가 상생하는 중요한 열쇠인데 이게 쉽지가 않다. 가장 좋은 방법은 정규직, 비정규직으로 나누지 말고 어떤 일을 하느냐를 살펴보고 하는 일이 비슷하면 비슷한 임금을 받게 하는 것인데 우리나라 체계에서 이게 정착될 수 있을지가 사실 의문이다. 단순히 숫자가 늘어나는 것만을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은 고쳐야한다"고 밝혔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국가 차원에서 주도적으로 개편을 하지 않는다면 지금의 격차가 바뀌기는 힘들 것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부문 임금체계도 최저임금 수준으로 맞추는 것에 불과하다. 국가나 사용자들의 통 큰 양보가 있어야하는데 매번 똑같은 정책으로 일관한다면 비정규직 문제를 개선할 수 없다. 우리나라같이 연공서열이 존재하고 낮은 기본급에 상여금도 수당제로 운영하는 상황에서는 노동에 따라 임금을 주는 방식은 도입되기 어렵다. 통계에 반영되지 않은 특고 노동자들이 ILO 권고에 따라 제대로 반영된다면 비정규직이 실제보다 더 많게 나올 수 있다"고 밝혔다.

노동계 일각에서는 이번 ILO 권고를 따른 병행조사가 더 정확한 결과일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정부는 증가된 게 아니다만 반복할 것이 아니라 비정규직이 더 이상 업무를 하면서 설움을 받지 않게 하려는 노력을 보여야할 것으로 보인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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