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류칼럼] ‘민부론’ 앞세우기 전에 도덕심을 앙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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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류칼럼] ‘민부론’ 앞세우기 전에 도덕심을 앙양해야
  • 주장환 논설위원
  • 승인 2019.11.08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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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뉴시스


[시사주간=주장환 논설위원] 사실, 애덤 스미스의 도덕감정론보다 공자나 맹자가 도덕 운운하는 면에서는 선두주자다. 공자의 논어나 맹자의 사단칠정론(四端七情論)을 따를만한 게 없다. 도덕감정론은 1759년에서야 출간되었으니 두 성인들보다 2,200~300년 쯤 늦은 셈이다. 이 책에서 애덤 스미스는 중국 이야기를 자주 꺼내고 있다. 당시 유럽에서 중국문화 열풍이 불 시기이니만큼 그가 공맹의 논어나 사단칠정론을 은근슬쩍 빼겼을지도 모른다는 합리적 추론이 가능하다.

예문을 하나 보자. “인간이 제 아무리 이기적인 존재라해도 기본바탕에는 이와 반대되는 선한 본성도 있다. 그래서 인간은 다른 사람의 운명과 처지에도 관심을 갖는다. 또 자신에게 아무런 이득이 없더라도 진정으로 타인의 행복을 바라기도 한다.” 공맹의 성선설 및 사단론과 너무도 같아 소름이 끼칠 정도다.

우리가 익히 알다시피 공자는 인(: 선한마음, 착한 마음, 사랑하는 마음)을 도덕의 기초로 삼고 예를 강조했다. 맹자는 사단(四端: 측은·수오·사양·시비지심)이 인의예지(仁義禮智)의 근원을 이룬다고 했다.

아무튼 요즘 갑자기 도덕감정론이 우리나라에서 입방아를 찧고 있다. 그 이유를 살펴보니 다름 아니라 또 이 나라 정치와 연관돼 있다. 바로 자유한국당의 민부론이야기다. 민부론에 대해 말들이 많다. ‘자본과 기업만 살찌울 것이라는 이야기부터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따라 하기라는 주장도 있다. 비판과 충고는 이렇다. 경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부론을 따라하는 건 좋지만 먼저 도덕심을 앙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백번 지당한 이야기다.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우리는 타인이 원하는 것을 그냥 주는게 아니라, 타인이 답례로 무엇인가를 해 줄것이라고 기대했기 때문에 주는 것이다.”고 말했다. 물론 이런 이기심은 단순한 자기애와는 달라 번영을 가능케 하는 원천이라고 말했지만 당시 상인들이 카르텔을 형성하여 시장질서를 망가뜨리는 야비한 탐욕과 자기만 아는 이기적인 자기애에 대해서는 크게 개탄했다.

민부론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력, 이익공유제 철폐, 직장점거 금지,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규정 삭제, 파업기간 대체 근로 전면허용, 일감몰아주기 완화등을 담고 있다. 사용자와 노동자의 이해관계가 극명하게 다투는 문제들이다. 자가애를 버리고 서로 양보해야 해결점을 찾을 수 있는 것들이다.

민부론을 앞세우기 전에 도덕심을 앙양해야 한다는 주장은 여기서 나온다. 물론 도덕성을 완벽하게 갖춘 당()도 정부도 없다. 오히려 인간은 맹렬하고도 부당하기 짝이 없는 이기적 욕망에 압도당한 나머지(.) 그리고 누가 봐도 옳지 않은 일들을 저지른다는 애덤 스미스의 말처럼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이며 자기 편애적이고 자만심에 가득차 있다.

한국 보수도 사실 그동안 이런 식의 카르텔을 형성해 왔다. 자기애만 가득차서 버릴 것 못버리고 움켜 쥐어 오다가 마침내 쇄락의 길로 들어서려는 참이다. 몸부림 치지 않으면 다시 일어서기 어렵다. 이제 과거의 찬란했던 영화를 과감하게 떨쳐버리고 정명(正名)과 덕치의 개혁자로 변신해야만 하는 이유다. 마침 모든 기득권을 내던지고 보수대통합의 길로 나선다니 두고 볼 일이다. SW

jj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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