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현대그린푸드, 정부 권고 무시한 무리한 입찰 참여 “소탐대실”
상태바
[단독] 현대그린푸드, 정부 권고 무시한 무리한 입찰 참여 “소탐대실”
  • 조규희 기자
  • 승인 2019.11.11 10:50
  • 댓글 0
  • 트위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부 권고안 무시‧제멋대로 해석…플라이급과 겨뤄 KO패 당한 헤비급 “망신살”
현대그린푸드는 부적격 입찰에 참여해 낙제 수준의 성적표를 받았다. 사진 / 국방전자조달시스템


[시사주간=조규희 기자] 현대백화점(회장 정지선) 그룹 계열인 현대그린푸드(대표 박홍진)가 한 중소기업과의 공공부문 입찰에서 맞붙었다가 완패했다. 골리앗이 다윗에 KO 당한 셈이다. 더 큰 문제는 현대그린푸드가 정부 방침을 정면으로 무시한채 무리한 입찰 참여를 했다는 점이다. 

지난 2018년 11월 육군부사관학교는 민간위탁급식 용역 입찰을 냈다. ‘OO부대 민간위탁급식 용역’으로 명명된 본 입찰에는 현대그린푸드와 한울에프앤에스가 참가했고, 한울에프앤에스에 낙찰됐다. 

결과만 놓고 보면 매출 기준 50배 차이가 나는 두 기업이 붙어 소기업이 대기업을 상대로 이겼다는 ‘의외지사’를 제외하곤 과정 상 하자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정부 규제와 권고를 살펴보면 현대그린푸드의 입찰 참여가 적격했을까라는 의구심이 든다.

◇공공기관 구내식당 관련 특례 변경 대상이라고?…업계 “왜 그렇게 대답했을까?” 이해 안 가


현대그린푸드 입찰 적격 여부를 논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지난 12년부터 대기업의 공공기관 구내식장 입찰은 제한됐다. 뿐만 아니라 동반성장위원회는 기타식사용조리식품(이동급식)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면서 16년 6월부터 3년간 ‘대기업은 정부조달시장, 학교급식, 군납시장에서 사업철수’를 권고한 바 있다.

이같은 정부 정책 방향을 고려할 때 현대그린푸드의 입찰 참여는 동반성장위의 권고와 기획재정부 정책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때문에 중소기업과 상생을 위해 정한 규칙을 무시하고 무리하게 군납시장에 진출한 현대그린푸드에 대한 비판은 정당해 보인다. 

이에 대해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2016년 5월 기획재정부가 ‘공공기관 구내식당 중소·중견업체 참여확대 관련 특례 변경’을 공표해 입찰에 참여한 것”이라며 입찰 참여가 정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대백화점의 주장은 ▲담당자가 정부 조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거나 ▲임시방편으로 변명한 게 아닌지 의심이 든다.

사실 확인 결과 현대백화점의 설명처럼 지난 16년 10월 기획재정부는 주요부처 산하 공공기관 280여 곳에 ‘공공기관 구내식당 중소·중견업체 참여확대 관련 특례변경’ 공문을 하달한 바 있다. 

현대백화점의 설명처럼 ‘대기업의 구내식장 입찰 제한 규제를 폐지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단, ‘상주 인원 1000명 이상 공공기관 구내식당에 한정한다’는 단서가 달렸다. 즉, 상주 인원 1000명 미만 공공기관 구내식당 입찰에는 여전히 대기업의 입찰 참여가 불가하다는 의미다.

육군부사관학교의 입찰 규모는 330명에 불과했다. 입찰공고문에서는 1일 평균 식수인원이 330명이라고 명시돼 있다. 군 관계자는 “해당 입찰은 육군부사관학교 간부식당 운영 건으로 일 식수인원은 330명이 맞다”고 확인했다.

즉, 본 건이 현대백화점에서 밝힌 ‘공공기관 구내식당 중소·중견업체 참여확대 관련 특례 변경’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현대백화점은 이를 입찰 근거라 자신 있게 밝혔다. 다소 충격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1000명 미만 공공기관 구내식당 입찰에 제한돼 있다는 걸 몰랐을 리가 없다”라며 “현대그린푸드에서 이같이 답한 것은 다소 의외”라며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대기업의 공공기관 구내식장 입찰 제한은 이미 오래 전 시작된 규제다. 지난 12년 5월 ‘영세 중소상인 지원대책 추진계획’을 통해 상호출자 제한기업 집단 계열 소속 대기업이나 거기서 분리되고 친족이 50%이상 지분을 보유한 중견기업의 공공기관 구내식당 위탁사업자 입찰 참여가 금지됐다.

현대백화점 계열인 현대그린푸드 역시 대상에 포함된다. 이미 오래 전부터 공공 입찰이 제한돼 있었고, 그나마 16년 이후 1000명 이상의 공공기관 구내식당 입찰에만 할 수 있게 된 것뿐이다.

규정을 무시한 입찰이 비단 본 건에 국한되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군 관계자는 “입찰 과정에서 다른 군 식당 운영 현황을 참고했는데, 현대그린푸드를 비롯한 다수 대기업이 포함돼 있었다”고 귀띔했다. 군은 입찰 제한 규정의 ‘무풍지대’였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기술점수 100점 만점 기준 70점 밑돌아…기준 못 미쳐 “낙제”

참여해선 안 될 입찰에 참여한 현대그린푸드. 결국 처참한 성적표를 받고 탈락했다. 합계점수 81.62점(100점 만점)을 받은 현대그린푸드는 88.67점을 받은 한울에프앤에스와 큰 격차를 보였다.
 

연매출 1조5000억원의 현대그린푸드가 연매출 300억의 한울에프앤에스에 큰 격차로 패하면서 사업수행 능력에 대한 의구심까지 낳게 됐다.

당락을 가른 부분은 80점 배점이 걸린 기술점수였다. 현대그린푸드 61.62점, 한울에프앤에서 68.67로 차이가 컸다. 기술점수는 정량적평가(20점)와 사업수행 능력(60점)으로 나뉜다. 

정량적평가 항목은 ▲기업신용도 ▲타업장운영현황 ▲직전년도부채비율에 대해 평가하는데, 규모가 큰 현대그린푸드가 유리한 부분이다. 현대그린푸드는 20점 만점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한울에프앤에스는 감점 요인이 많다.

제안서 평가 세부항목 및 배점기준. 사진 / 제안요청평가서


즉, 결과를 역산하면 사업수행 능력 평가에서 격차가 7점보다 컸을 가능성이 높다.

사업수행 능력 평가는 ▲식재료 조달/공급능력 및 가공시설 보유 ▲인력운영 ▲식단 운영 ▲금식원가 구성비율의 합리성 ▲매출 및 식재료비 관리 ▲위생 및 안전관리 ▲창의성(시설투자) ▲고객 만족도 관리 ▲본사의 관리 및 지도로 구성돼 있다.

서비스의 질적 측면과 직접 연관되는 부분이다. 이 부분에서 현대그린푸드가 한울에프앤에스에게 크게 진 것이다. 헤비급이 플라이급의 80% 수준의 점수밖에 못 얻었. 현대그린푸드의 서비스 질에 대한 우려가 앞선다.


또한 현대그린푸드가 받은 61.62점은 육국부사관학교 입찰 통과 기준에도 못 미치는 점수다. 육군부사관학교는 ‘제안서 평가결과 점수가 기술능력평가 분야 배점한도의 85% (68점) 이상인 업체를 협상적격자로 선정한다’는 ‘협상 대상업체 및 협상 우선순위 결정 기준’을 세웠다.
  

혹자는 이같은 결과가 나온 것이 평가에 하자가 있어서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확인한 결과 공정한 평가를 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군에서는 해당 입찰에 대해 블라인드 방식에 따라 공정하게 진행됐으며, 평가위원의 전문성 역시 우수했다고 강조했다. 제안서에는 “제안서에 제안업체를 식별할 수 있는 일체의 표식이나 표지를 사용할 수 없으며, 원본을 제외한 제안서에 업체 식별 시 건수 관계없이 전체 기술점수에서 0.1점의 감점을 적용한다”고 명시돼 있다. 

관계자는 “입찰 평가는 외부 위원과 감찰반에 의해 블라인드로 진행했다”며 “담당자가 평가 과정에서 배제될 만큼 공정한 절차에 의해 평가했다”고 자신했다. 대기업이란 계급장을 띈 현대그린푸드는 큰 격차로 한울에프앤에스에 지면서 망신을 당했다. 탈락 원인을 묻는 질문에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확인이 어려운 사항”이라고 잘라 말했을 뿐이다.

한편,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는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를 민간 중심으로 합의해 대중소기업 간 합리적 역할을 마련하기 위한 취지로 마련된 제도다.

대기업의 무분별한 시장 진출로 중소기업이 설 자리를 잃지 않도록 ▲사회적 합의를 통해 다양한 역할분담 기준을 제시하고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즉, 현대그린푸드는 ▲동반성장위에서 사업철수를 권고했고 ▲‘영세 중소상인 지원대책 추진계획’에 의해 진출이 금지돼 있는 소규모 공공 입찰에 무리하게 진출한 점은 상생을 무시한 시장교란으로 볼 여지가 충분해 보인다.

현대그린푸드의 선택에서 ‘촌진척퇴(寸進尺退, 한치를 나아가고 한 자를 물러난다는 뜻으로 전진하기보다 오히려 더 후퇴함을 이르는 말)’란 사자성어가 떠오른다. SW

ckh@economicpost.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