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쟁에 밀린 ‘예술인 권리 보장’, 블랙리스트·미투 잊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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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정쟁에 밀린 ‘예술인 권리 보장’, 블랙리스트·미투 잊었나?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9.11.25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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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국회 앞에서 열린 '예술인공동행동 긴급기자회견'. 사진 /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블랙리스트 사태와 미투 운동을 계기로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예술가들의 권리를 구체적인 법률로 구현하는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예술인 권리보장법')20대 국회에서 폐기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예술인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 문화예술노동연대, 성폭력반대연극인행동, 여성문화예술연합 등 예술인단체는 지난 22일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바닥까지 내려앉은 예술인의 삶, 우린 더 이상 갈 곳이 없다.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를 폐기하는 국회를 총선에서 표로 심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법안은 지난 4월 발의 후 7개월이 지난 11월에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상정됐고 18일 문체위 회의를 통해 법안심사소위 안건으로 회부됐다. 하지만 20일로 예정된 국회 문체위 법안심사소위 회의가 여야 정쟁으로 인해 취소됐고 속개 여부도 현재 미정이다. 이 법안은 이번에 통과되지 않으면 20대 국회 회기 종료와 함께 폐기된다.

'예술인 권리보장법'은 헌법 제222항의 '예술가의 권리 보호'를 법률로 구체화하고 예술 창작과 표현의 자유 보호, 예술인의 직업적 권리 신장, 성평등한 예술 환경을 조성해 예술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블랙리스트 사태로 촉발된 예술인에 대한 권리 침해 행위, 성희롱 성폭력 행위의 금지 및 이에 대한 벌칙과 피해 구제 방안도 규정했다.

주요 내용을 보면 공무원 등이 정당한 이유 없이 폭행 등을 행사해 예술인의 예술 활동, 성과 전파 활동을 방해하는 행위를 금지(7)했고, 국가기관 등 예술지원기관이 합리적 이유 없이 예술지원사업에서 예술인 또는 단체에 대해 차별하는 것을 금지(8)했으며, 국가기관 등에 소속된 공무원 또는 예술지원기관의 임직원이 정당한 이유 없이 차별 행위를 목적으로 명단 작성, 문서 조작, 포기 강요 등을 해서는 안 된다(9)는 것이 명시됐다.

아울러 예술 활동과 성과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누릴 권리, 단체 구성 및 활동할 권리, 신체적 안전이 보장된 환경에서 활동할 권리, 예술사업자 등이 예술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아야하는 의무가 규정됐고(10), 예술인조합의 활동 방해를 금지했고(14), 예술인, 예술인을 대상으로 한 성희롱 성폭력 금지(16), 성폭력 예방 및 피해구제를 위한 지원기관 지정(18) 등도 법으로 규정을 했다.

그러나 현재 법안소위는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위탁 운영 연장 개정안 등을 놓고 여야가 맞서고 있어 개최 여부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총선을 앞두고 각 당 의원들이 자신들의 지역구에 관련된 법안 등 개별적으로 자신들이 미는 법으로 버티기를 하고 있다. 국정농단이 드러나고 블랙리스트, 미투 운동이 이슈가 됐을 때는 국회의원들이 힘을 실어주겠다고 나서고 문체부도 노력하겠다고 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국회의원들도 전혀 도움을 주지 않고 문체부도 '우리는 할 만큼 했다. 국회가 해야할 일이다'라며 손을 놓고 있다. 현장의 요구가 거센데도 국회는 자신들의 이해관계만 생각하며 책임을 지지 않고 있고 문체부는 무책임한 모습만 보였을 뿐이다"라고 밝혔다.

관계자는 "블랙리스트, 미투 운동 등을 통해 예술가의 삶이 얼마나 쉽게 흔들릴 수 있는지가 알려졌고 예술인 고용복지와 더불어 예술인의 활동이 '노동'이라는 개념이 생기면서 예술가가 오롯이 창작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그에 따라 예술인들의 목소리를 반영해서 만들어진 것이 예술인 권리보장법이다. 지금 예술인에게는 이 법안 외에는 없다.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를 보장하는 게 이 법 하나인데 정쟁에 밀린다는 것이 개탄스럽다. 올해 안에 꼭 통과를 시킬 수 있도록 우리도 힘을 모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문체부 관계자는 "예술인들과 소통하면서 어려운 상황을 전해듣고 국회의원실을 찾아가면서 법안의 필요성을 설명하며 법안 통과를 지원해왔지만 우리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법안이라는 것이 국회 일정에 따라 여부가 달라진다. 법안이 통과되도록 설득시키고 있고 그 노력을 예술인들에게 충분히 설명해드리고 있다. 만약 통과가 되지 않아 폐기가 된다고 해도 하위 법령상 해결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예술인복지법 등에 따라 사업으로 진행할 수 있는 경우 진행하려한다. 법적 근거를 만들기 위한 노력도 역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정농단 사태와 미투 운동 등이 드러나고 예술인들의 고용 및 생계 불안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예술인의 권리를 법으로 보장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 목소리는 잦아들었고 법안 통과조차 어려워진 상황으로 전개됐다. 블랙리스트, 미투 등의 재발을 막으려는 예술인들의 긴 노력이 국회의 힘겨루기로 인해 용두사미로 끝나는 것이 아닌지 많은 이들이 우려하고 있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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