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타운지정 15년, 노량진의 두 얼굴②] 존치관리구역 '고시촌'… 공시생 썰물 뚜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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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타운지정 15년, 노량진의 두 얼굴②] 존치관리구역 '고시촌'… 공시생 썰물 뚜렷
  • 이보배 기자
  • 승인 2019.12.05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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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가 골목', 인강→공시생 이탈→상권 침체 '악순환' 되풀이
공실 넘쳐도 월세 안 낮추는 원룸촌, 월세 40만~50만원 시세…동작구 평균 39만원 웃돌아

서울 동작구 노량진뉴타운 재개발 사업이 속도를 내는 가운데 조용했던 노량진동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현장에 직접 나와 분위기와 매물을 실제로 보는' 투자자들의 '임장' 발걸음이 늘고 있는 이유에서다. 반면 노량진뉴타운 내 '존치관리구역'으로 지정된 '학원가'는 공시생 썰물 현상으로 분위기 침체가 뚜렷하다. 재개발 호재로 엇갈린 노량진의 두 얼굴을 2회에 걸쳐 분석한다. <편집자주>

노량진 명물로 유명한 컵밥거리. 과거 점심시간이면 줄을 서서 식사를 하던 공시생들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5일 12시 30분 한창 점심시간에 거리를 찾았지만 한산한 모습이다. 사진 / 이보배 기자
노량진 명물로 유명한 컵밥거리. 과거 점심시간이면 줄을 서서 식사를 하던 공시생들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5일 12시 30분 한창 점심시간에 거리를 찾았지만 한산한 모습이다. 사진 / 이보배 기자

[시사주간=이보배 기자] 노량진뉴타운 재개발 사업이 속도를 내면서 재개발 훈풍이 불고 있는 데 반해 '존치관리구역'으로 지정된 노량진 고시촌의 분위기는 더욱 침체되고 있다.

존치관리구역은 재개발 사업의 필요성이 적어 존치하기로 지정한 지역이다. '도시재정비 촉진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재개발 지역에서 존치구역은 '존치정비구역'과 '존치관리구역'으로 나눈다. 그 중 ▲재개발지역 지정요건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시간의 경과 등 여건 변화에 따라 개발 가능성이 있는 지역은 존치정비구역으로 ▲개발 없이 존치하기로 결정한 지역은 존치관리구역으로 지정한다.

당초 노량진 학원가 고시촌은 노량진뉴타운이 완성되면 없어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고시원, 원룸, 식당 등을 운영하는 소상공인 주민은 ▲전면철거식 재개발에 대한 의지가 낮았고 ▲노후가 심한 주택보다는 단순 개·보수가 필요한 단독주택과 고시원이 밀집돼 있다는 점이 고려돼 '존치관리구역'으로 지정됐다.

2013년부터는 '존치관리구역' 내 건축행위가 가능해지면서 노량진 고시촌에는 신축 임대건물이 꾸준히 들어섰다. 구옥 건물주 역시 원룸 개·보수와 리모델링에 신경 쓰면서 공무원 시험 준비생(이하 공시생)의 주거환경이 개선되는 순기능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 같은 여건 개선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강의(이하 인강) 열풍과 경기 침체에 따른 경제적 부담 증가로 노량진을 떠나는 공시생이 늘고 있다. 최근 몇 년 간 노량진 고시촌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지고 있다.

노량진 1·2동의 청년층 인구는 꾸준히 감소했다. 통계청 주민등록인구현황에 따르면 2015년 1만5872명이었던 20~30대 인구는 ▲2016년 1만5583명 ▲2017년 1만5228명 ▲2018년 1만5217명 ▲2019년(11월) 1만5119명으로 매년 줄었다.

노량진 고시촌 내 형성된 먹자골목도 최근 유동인구가 크게 줄었다. 사진 / 이보배 기자
노량진 고시촌 내 형성된 먹자골목도 최근 유동인구가 크게 줄었다. 사진 / 이보배 기자

인구 감소는 인근 상권의 위축을 불러왔다. 대형 고시식당을 비롯해 노량진 고시촌의 터줏대감 노릇을 했던 식당들이 줄줄이 폐업했고, 노량진 명물로 알려진 컵밥거리조차 분위기를 반전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컵밥거리에서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이모씨는 "한창 장사가 잘됐을 때에는 이른 아침부터 컵밥을 찾는 공시생이 많았다. 그때는 새벽 4시부터 장사준비를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서 "지금은 점심시간도 한산하고, 주말에 노량진을 찾던 외지인의 방문도 뜸해졌다. 최근에는 요일을 정해 장사를 하거나 아예 장사를 접은 포장마차도 있다"고 전했다.

공시생이 줄어들자 원룸·고시원 임대업자의 고민도 커졌다. 공실이 늘어나고 있지만 무턱대고 월세를 낮출 수 없어서다. 노량진 고시촌 일대 원룸 월세는 주변 지역 대비 비싼 편이다. 

노량진 1동 소재 H개업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노량진 고시촌 원룸 평균 월세는 보증금 500만원 월세 40만~50만원 수준으로 신축 풀옵션 원룸과 구옥 원룸의 가격차이는 월 5만원 정도"라면서 “신축하거나 리모델링한 건물주는 투자비를 회수하기 위해 세를 낮추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대신 "관리비를 낮추거나 월세는 유지한 채 보증금을 줄여주는 경우는 간혹 있다"고 덧붙였다.

노량진 고시촌에서 원룸 임대업을 하고 있는 장모씨는 "빌라 한 채에 원룸 6~7개 중 1~2개는 공실"이라면서 "2년 전만 해도 내놓기 무섭게 바로 거래가 됐는데 요즘은 세입자 찾기가 쉽지 않다"고 푸념했다. 이어서 "최근에는 관리비를 줄여주기 위해 관리인을 쓰는 대신 재활용 분리수거나 작은 수리·보수는 직접 한다"고 전했다. 

노량진 원룸촌은 신축과 구옥이 공존하지만 평균 월세는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40만~50만원 수준으로 동작구 원룸 평균(39만원)을 훨씬 웃돈다. 사진 / 이보배 기자
노량진 원룸촌은 신축과 구옥이 공존하지만 평균 월세는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40만~50만원 수준으로 동작구 원룸 평균(39만원)을 훨씬 웃돈다. 사진 / 이보배 기자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0월까지 다방에 등록된 동작구 원룸(33㎡ 이하)의 평균 월세(보증금 1000만원 기준)는 39만원으로 조사됐다. 노량진 고시촌 대부분 원룸 매물 크기가 20㎡ 이하인 점을 감안하면 노량진 고시촌의 원룸 월세는 동작구 평균을 훌쩍 뛰어 넘는다.

노량진 강남교회 인근 S개업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시세는 보증금 500만원에 40만~50만원 선으로 생각해야 한다. 그러나 위치가 좋지 않거나 반지하‧옥탑 등 비인기 매물은 보증금 100만~300만원에 월세 30만~35만원의 매물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러나 낙후된 곳은 공실을 벗어나기 더 힘들다"고 강조했다.

원룸은 고시원에 비하면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고시원은 보증금이 필요 없는 대신 창문, 화장실 유무에 따라 20만~50만원대까지 다양한 매물대가 있지만, 공시생의 외면 속 공실이 늘고 있다. 40만~50만원대 고가 고시원은 '무 보증금'임에도 풀옵션 원룸에 밀리고, 20만원대 고시원은 채광과 통풍 등 최소 생활환경도 보장되지 않는 곳이 많다. 
  
과거 공무원의 산실로 불리며 공시생들에게 '합격의 꿈'을 심어주던 노량진 고시촌이 깜깜한 안갯 속에서 '공시생 감소→공실 증가→상권 침체'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이어가는 형국이다. SW

 

lbb@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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