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보니하니' 파문, 부끄러운 어른들의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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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보니하니' 파문, 부끄러운 어른들의 자화상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9.12.13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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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행과 성희롱 의혹으로 방송 중단이 결정된 EBS 1TV '보니하니'. 사진 / EBS
폭행과 성희롱 의혹으로 방송 중단이 결정된 EBS 1TV '보니하니'. 사진 / EBS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미성년자 MC에 대한 폭행, 성희롱 의혹에 휘말린 EBS 1TV 어린이 프로그램 '보니하니'가 방송 중단을 결정했다. EBS는 "(MC인 채연이) 미성년자임을 감안해 출연자 보호를 위한 다각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면서 "김명중 사장은 이날(12일) 오전 모든 간부들을 대상으로 긴급 회의를 소집해 이번 사태를 엄중히 질책하고 철저한 원인 분석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특히 출연자 보호를 위한 대책에 만전을 기하라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보니하니' 파문은 지난 10일 공개된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비롯됐다. 프로그램에서 '당당맨'으로 출연하는 개그맨 최영수가 MC인 채연에게 주먹을 휘두르는 동작을 했고 채연이 어깨를 감싸는 모습이 보여졌다. 채연은 2004년생으로 올해 15세의 미성년자다. 

논란이 일자 제작진은 "라이브 방송 관련 논란은 전혀 사실이 아니니 걱정 말아달라. 더 이상의 추측과 오해는 자제해주길 부탁드린다"고 했지만 이 해명은 오히려 불난 곳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되고 말았다. 영상을 확인한 이들은 '어른의 폭력'이 분명하다며 최영수를 비난했고 EBS는 하차를 통보했다. 당사자인 최영수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채연과 친해서 그런 것이고 폭력을 휘두르지는 않았다. 채연이 '저 때문에 하차하시는 거 아니냐'라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고 말했지만 이 말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하차 책임을 채연에게 떠넘긴 것"이라는 비난을 낳았다. 

이뿐만이 아니라 역시 '보니하니'의 '먹니'로 출연 중인 개그맨 박동근이 채연에게 욕설을 하는 영상도 공개됐다. 특히 그의 발언이 성희롱적인 의미가 담긴 말이라고 알려지면서 제작진이 미성년자 출연자를 전혀 보호하지 않고 있다는 비난이 거세졌다. 결국 이 파문은 출연자 하차와 방영 중단은 물론 유아어린이특임국장과 유아어린이부장의 보직 해임으로 마무리됐다.

많은 이들이 충격을 받은 것은 30대 어른이 미성년자에게 폭력, 성희롱을 하는 모습이 교육방송인 EBS 프로그램에서, 그것도 어린이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보니하니'에서 나왔다는 점이다. 어린이들의 친구였던 당당맨과 먹니가 '추악한 어른'이었고 그 어른들 속에서 웃으면서 생방송을 해야하는 '하니'를 아무도 보호하지 않았다고 생각한 대중들은 사건이 터져도 '사실 무근'으로 묻으려했던 EBS의 문제를 꾸짖고 있다. 인터넷에는 과거 생방송 중 얼굴에 물을 뿌리고 하니의 입 속에 손가락을 넣는 등의 영상이 공개되고 있다. 이전부터 희롱이 있었다는 게 누리꾼들의 입장이다.

물론 EBS가 강한 대처를 한 것은 인정하지만 그럼에도 '사후약방문'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 문제는 애초에 출연자에 대한 보호를 확실히 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고 설사 문제가 생겨도 바로 대처를 했다면 문제가 이렇게까지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은 'EBS도 공범'임을 입증한 꼴이 됐기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의 주시청층은 어린이들이다. 어린이들이 재미있게 보면서 꿈을 키울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그런 프로그램이 어른들의 잘못된 행동으로 망쳐진다는 것은 어린이들의 꿈을 뺏는 것이나 다름없다. 어른 출연자들의 책임감이 아쉽고 미성년자 출연자에 대한 배려 역시 더더욱 아쉽다.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해야한다.

부끄러운 어른들의 무책임함. 그로 인해 깨져버린 어린이들의 웃음. '보니하니' 파문이 남긴 우리의 슬픈 자화상이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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