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리의 BDS라운지] 부동산 수요억제의 후유증, 공급 절벽과 집값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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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리의 BDS라운지] 부동산 수요억제의 후유증, 공급 절벽과 집값 상승
  • 이혜리 도시계획연구소 이사
  • 승인 2019.12.16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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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뉴시스
사진 / 뉴시스

[시사주간=이혜리 도시계획연구소 이사] 12월엔  줄줄이 잡혀있는 송년모임 참석을 위해 퇴근길을 재촉하게 된다. 오늘은 미리 약속했던 송년 모임을 뒤로 하고 부친상을 당한 지인의 장례식장으로 갔다. 

중년이 되면 유독 상가집 갈일이 해가 갈수록 느는것 같아 숙연해진다. 거를 수 없는 자연의 순리로 받아들이듯, 노부모의 장레식장 풍경은 그리 엄숙하지는 않은 것 같다. 호상이라고들 생각해 오랜만에 만나게되는 지인들과 안부를 물으며 조금은 떠들썩해지기도 한다. 각자의 부모님 건강에 대한 안부를 묻기도하고, 돌아가신 이들은 회한에 젖기도 한다.

내심 아직은 건강하신 부모님을 생각하며 감사한 마음과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찾아뵙지 못하는 죄송한 마음에 짧은 안부 전화 한통으로 얄팍한 면죄부를 찍어본다.  “여보세요” 아버지 목소리가 폰 너머 기계음으로 들려온다. “아빠, 추운데 아침 야외운동 나가지 마세요”...... 

‘겨울’ ‘아버지’하면 떠오르는 선명한 빛이 있다. 하얀 눈, 빨간 산딸기. 30여년 전, 중2 겨울방학에 아버지와 단둘이 설악산 산행을 간적이 있다. 겨울 산행은 난생 처음이었기에 온통 하얗게 뒤덮힌 설원 사이로 움추린 산머리만 빼꼼이 고개를 내민 풍경이 마냥 신기하고 아름다웠던 기억이 난다. 

어린소녀의 여린 볼에 겨울 산바람은 매발톱 같았나보다. 추위에 떠는 내 모습이 안스러웠는지 아버지는 등산복 안주머니에서 작은 소주팩 하나를 꺼내 “딱 한모금만 마셔봐 금방 따듯해질거야” 라고 말씀 하셨다. 

생의 첫 음주였다. 쓰디쓴 알콜 한모금이 온몸의 혈관을 타고 화로처럼 데워졌다. 금새 내 얼굴은 새하얀 눈밭에 샛빨간 산딸기가 되었다. 겨울 산바람이 포근하기 까지 하던 순간도 잠시, 알콜 기운이 가시기 시작하면서 더 매서운 한기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추위에 사시나무 떨듯 떨고있는 나에게 아버지는 당신 방한복을 벗어 입혀주시고는, 산 초입에서 하산을 재촉하셨다. 의도치안은 어린딸의 알콜 후유증에 놀라셨던 것 같다.

2019년 겨울, 따뜻한 내집 마련의 소망을 품은 부동산시장의 실수요자들 마음은 한파였을 것 이다. 2015년부터 상승하기 시작한 부동산 가격은 현 정부 출범이후 2017년 5월부터 2018년 9월까지 서울 아파트 가격은 11.08% 올랐고, 2018년 9.13부동산대책 발표 후 7개월간 하락했지만 올 7월부터 24주 연속 상승을 기록하며, 2019년 12월 중순까지 지속적인 릴레이 상승장을 이어가고 있으니 해가 갈수록 묘연해지는 무주택자 내집마련 길이 겨울 산바람 매발톱 추위같았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17차례에 걸쳐 각종 부동산 정책을 쏟아 내며 집값을 잡으려 했으나 의도치 않게 집값 상승이라는 정책 처방 후유증을 앓고 있는 상황이 됐다. 대부분 대출 규제와 세금 중과 투기과열지구 지정등 수요 억제정잭들 이었다. 2017년 8.2대책은 LTV와 DTI 축소, 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 지정,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등을 담고있고, 2018년 9.13대책은 종부세율 중과, 대출 규제강화 등을 내놓았다. 

이외 에도 민간임대주택등록 활성화 방안(2017년 12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2018년 1월), 민간주택분양가 상한제(2019년 10월)등의 정책으로 2~5년후 스며드는 리드타임에 공급 절벽을 만들며 가격상승을 오히려 부채질 한 셈이 됐다. 

국토교통부는“분양가 상한제 시행 시기(2007년~2014년)서울 아파트가격은 0.37% 상승한데 비해 분양가 규제가 자율화된 2015년 이후 5.67% 올랐다”며 “분양가 상승에 따라 기존 주택으로 수요가 몰리면서 가격이 오르고, 다시 분양가가 상승하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고 분양가 상한제의 취지를 밝혔다. 

그러나 부동산의 특성상 정책의 2~5년 리드타임을 감안해 본다면 분양가 상한제시기(2007년~2014년)의 정책으로 공급물량이 줄어들면서 2015년 이후 가격이 올랐다고 보아야 맞을 것이다. 분양가격의 통재가 공급을 축소시키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주택가격이 상승할 우려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건설교통부 자료에 의하면, 앞으로 2~5년후 입주하게 될 전국 주택인허가 물량은 25만4168가구로 최근 5년 평균 34만3983가구보다 26.1% 줄었다. 서울의 경우 2015년부터 2017년 사이 신규주택 인허가가 연 10만가구 안팎에서, 2018년에는 6만가구 수준으로 줄었으며, 2019년 서울 아파트입주 물량은 4만3000가구 였으나, 2020년에 4만2000가구, 2021년 2만2000가구, 2022년 8000가구 수준 까지 급감하는 공급 절벽을 예고하고 있다.

주택임대사업 등록 활성화방안(2017년 12월)도 공급 물고를 막아 놓게 됐다. 등록 임대주택은 총 148만가구로 , 2016년 79만가구 보다 두배이상 증가해 역대 최대 주준이다. 양도소득세 중과를 피하기위해, 2018년 3월 한달동안 3만5000명이 등록 했다. 이 중 서울 비중은 30% 정도다.   

2019년 상반기에도 17만7000가구가 신규등록을 했다. 등록된 임대 주택들이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받기위해서는 기존 5년 임대보유가, 최소 8년동안 임대보유로 기간이 늘어난 만큼 부동산 시장에 매매물건이 나오지 않아 공급감소에 영향을 미칠것으로 본다.

분양가 상한제가 시작되는 2020년 4월이 지나면 공급축소가 가시화 될 것이다. 우리나라 평균 주택 보급률은 103%를 넘었으나 자가 점유율은 전체 61.1% 정도 이다. 서울은  주택 보급률이 96%에 불과하다. 현재 394만가구에 주택은 286만호로 108만호가 부족한 상황이다. 자가 점유율은 42%로 나머지 58%가 주택을 찾을 것이다. 당장 공급이 끊기는 것을 피부로 느끼면 공급 위축에 대한 우려가 더 강해지며 수급 불균형이 일어나게 되고 저금리 기조와 토지보상비, 과잉 유동자금등의 상승요인으로 부동산 주택시장은 3%~7% 상승 할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부동산 규제 발표이후, 잠시 시장위축이 되었다가 다시 재상승으로 이어지기를 반복하고 있다. 8.2부동산 대책 이후 지난달까지 아파트 값이 10% 이상 오른 지역은 서울 자치구 25곳 중 15곳에 달한다. 현장에서는 분양가 상한제로 재개발 재건축 수익성 악화로 인한 공급 감소 소비심리가 반영되면서 새아파트의 몸값이 상승하며 기존 아파트값 상승을 견인하는 악순환이 이루어 지고 있다. 이러한 악순환을 끊으려면  규제 일변도에서 벗어나 시장이 원하는 주택 공급 확충 정책을 추진하는 방향으로 발길을 재촉해야 할 것이다. SW

llhhll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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