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김준기 전 동부(DB) 회장, 창립 50주년 '씁쓸한' 마무리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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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김준기 전 동부(DB) 회장, 창립 50주년 '씁쓸한' 마무리 이유는?
  • 이보배 기자
  • 승인 2019.12.17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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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0일 김준기 전 동부 회장 '가사도우미' 성폭행 첫 공판
최근 2년 간 두 차례 '성추문'… 오너 1세대 이미지 실추
올해 창립 50주년 무색… '조용한' 시작 '씁쓸한' 마무리
지난 10월25일 성폭력 혐의를 받고 있는 김준기 전 동부그룹 회장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후 이동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지난 10월25일 성폭력 혐의를 받고 있는 김준기 전 동부그룹 회장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후 이동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시사주간=이보배 기자] 김준기 전 동부그룹(현 DB그룹) 회장이 창립 50주년을 씁쓸하게 마무리하게 됐다. 오는 20일 그의 사업 이력 반세기 중 가장 큰 시련으로 평가되는 '성추문' 사건 첫 공판이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때문.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6단독 김용찬 판사는 이날 오전 10시 피감독자간음, 강제추행,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된 김 전 회장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진행한다.

지난 2016년부터 자신의 별장에서 가사도우미를 1년 동안 수차례 성폭행하고, 2017년 자신의 비서를 6개월 간 상습 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 전 회장은 같은 해 질병 치료차 미국으로 출국한 이후 귀국하지 않다가 지난 10월23일 귀국, 경찰에 체포됐다.

당시 김 전 회장은 "사회에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죄송하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혐의는 전면 부인했다.

한때 60개가 넘는 계열사를 거느리며 10대 그룹으로 이름을 떨친 동부그룹의 창업주 김 전 회장은 재계에서 오너 4세 회장들이 등장할 때까지 경영 일선을 지켜온 입지적인 인물로 평가받았다.

국내 재계 1세대를 대표하는 이병철, 정주영 회장보다 30~40년 뒤늦게 창업했지만 20~30년 이상을 그들과 경쟁하면서 10대 그룹을 일궈낸 기업인이다.

김 전 회장은 1969년 1월24일 자본금 2500만원과 직원 2명으로 미륭건설(현 동부건설)을 창업하며 동부그룹의 시작을 알렸다. 이후 동부는 1980년대 재계 30위권에 진입했고, 1990년대 재계 20위권에 진입한 데 이어 2000년도에 마침내 재계 10위 그룹에 포함됐다. 

물론 시련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4년 이후 동부는 심각한 구조조정과 빚잔치 끝에 동부제철 등 굵직한 제조업 대부분에서 손을 뗐고, 2017년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금융, 전자 계열사를 중심으로 사명까지 변경했다. 

DB그룹은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았지만 창업주의 '성추문' 탓에 조용한 1년을 보냈다. 사진은 DB그룹 홈페이지 첫 화면. 사진 / DB그룹 홈페이지
DB그룹은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았지만 창업주의 '성추문' 탓에 조용한 1년을 보냈다. 사진은 DB그룹 홈페이지 첫 화면. 사진 / DB그룹 홈페이지

그 해 여비서 성추행 혐의로 기소된 김 전 회장은 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났으며, 50년 가까이 사용하던 사명은 동부에서 DB로 변경했다. 김 전 회장의 첫 번째 '성추문'이 동부 역사에 뼈아픈 각인을 세긴 셈이다.

같은 해 질병치료를 이유로 김 전 회장이 한국을 떠났고, 이후 가사도우미와 두 번째 성추문이 터졌다. 당시 김 전 회장 측은 "성관계는 있었지만 합의된 관계였다"며 성폭행 의혹을 부인했고, 오는 20일 첫 공판을 앞두고 있다.

창립 50주년을 맞은 DB는 창업주의 성추문 탓에 올 한해를 '조용히' 보냈다. 앞서 1월24일 창립기념식도 별도 행사 없이 스쳐갔고, 미국에 체류 중이던 김 전 회장은 창립기념식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결국 김 전 회장이 일군 DB의 50년은 초라하게 시작해 씁쓸하게 끝난 셈이다. 지난 50년 동안 한국 재계에서 역량을 인정받은 김 전 회장 말년은 초라해 보이기까지 한다.

한편, 김 전 회장의 첫 공판 소식이 전해지면서 DB그룹의 이미지는 한 동안 더 추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17년부터 꼬리표처럼 따라다닌 '성추문 사건'은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재점화 됐고, 결국 창업주가 법정에 서는 최악의 상황이 됐다.

일반적으로 '그룹 창업자=오너'로 통하는 우리나라 기업 환경에서 한 회사를 대표하는 '오너'가 주는 신뢰성은 기업의 성장과 안정을 좌우하는 최고 가치다. 인생 말년에 접어든 김 전 회장은 물론 그룹의 사세가 달린 법정 공방에 재계는 물론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SW

lbb@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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