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의 ‘애국적’ 매각, 독점 해명은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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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의 ‘애국적’ 매각, 독점 해명은 어디?
  • 현지용 기자
  • 승인 2019.12.19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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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국내 배달앱 1위인 ‘배달의 민족’(배민)이 2위 업체인 ‘요기요’의 모회사 딜리버리히어로(DH)로 매각할 것이라 밝혔다. 반면 배민은 이로 인한 독점 논란을 “일본계 자본인 C사는 시장 파괴자”라 동문서답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 / 배달의 민족
지난 13일 국내 배달앱 1위인 ‘배달의 민족’(배민)이 2위 업체인 ‘요기요’의 모회사 딜리버리히어로(DH)로 매각할 것이라 밝혔다. 반면 배민은 이로 인한 독점 논란을 “일본계 자본인 C사는 시장 파괴자”라 동문서답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 / 배달의 민족

[시사주간=현지용 기자] ‘요기요’ 모회사인 딜리버리히어로(DH)가 ‘배달의 민족’(이하 배민)을 인수하기로 해 배달앱 업계에 지각변동이 오고 있다. 그런데 배민은 쿠팡이츠를 겨냥하며 반일·애국 마케팅으로 독점 논란을 흐리려 해 연일 비판을 사고 있다.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 측은 지난 13일 요기요에의 매각 소식을 발표했다. 국내 배달앱 가운데 1위인 배민이 2위인 요기요-DH에 매각된다는 빅딜에 시장은 술렁였다. 누적 다운로드 수만 4500만 건에 연간 거래액만 5조원 규모에 달하는 거대 기업이 라이벌이던 요기요와 한 몸이 돼 시장이 과점을 넘은 독점으로 재편될 것이기 때문이다.

독점 논란을 한 몸에 받게 된 배민은 이에 대해 엉뚱한 해명으로 논란을 사고 있다. 우아한형제 측이 매각 발표 당일 밝힌 보도자료에 따르면 “일본계 자본을 업은 C사는 각종 온라인 시장을 파괴하는 역할을 많이 해왔다. 국내외 거대 자본의 공격이 지속될 시, 자금력이 풍부하지 않은 토종 앱은 한순간에 사라질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이 같은 위기감은 글로벌 연합군 결성의 형태로 나타난 것”이라며 매각의 명분을 강조하고 나섰다.

사진 / 배달의 민족
사진 / 배달의 민족

이에 업계에서는 배민이 쿠팡이츠를 노리고 일본계 자본, 국적에 따른 시장 파괴자라 단정지어 빈축을 샀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배민이 겨냥한 해당 업체의 이니셜과 함께 ‘자본 국적 따지기’라는 반일 애국주의를 부채질 했다는 것이다.

네티즌도 배민의 부채질에 대해 자본 국적, 나아가 기업 국적이란 떡밥으로 논란을 만들고, 이로 인한 시장 독점 및 장악을 ‘물타기’ 하려는 것이라 해석하는 시각이 짙다. 인수합병으로 일어날 독점 논란에 대한 해명이 아닌, 다른 주제로 주목을 돌리려는 것과 같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가 19일 분석한 조사 결과는 이를 증명한다고 볼 수 있다.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지난 11월 기준 배달앱 서비스 사용자 수는 배민 885만7421명, 요기요 490만3213명이었다.

반면 3위 이하부터의 격차는 매우 컸다. 3위인 배달통이 42만 7413명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정작 배민에 저격당한 쿠팡이츠는 18만5519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비스 간 중복 사용자인 것을 제외하더라도 1110만명 안팎에 이르는 수준이다. 이런 상태에서 DH가 배민을 인수한다면 전체 배달앱에서 배민-요기요의 시장 장악률은 98.7%라는 수치까지 다다른다.

배민은 여러 광고를 통해서도 상고시대 한반도 국가의 명칭인 ‘배달(倍達)’, ‘우리 민족’이라는 슬로건을 강조해왔다. 반면 배달앱의 큰형님이던 배민은 정작 독일계 자본인 DH에 인수되면서 “시장 파괴자는 일본계 자본의 C사”라 설명하는 것이다.

배민의 매각으로 독점 논란은 앞으로 더욱 커질 전망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입법회가 플랫폼 종사자를 정식 노동자로 인정하는 법안이 통과된 반면, 국내에서는 여전히 특수고용자라는 이름으로 노동법의 바깥에서 일하고 사고 당하는 ‘라이더’들이 여전한 상황이다. 음식점주 등 관련 자영업자와 서비스 이용자들도 독점으로 인한 수수료 상승을 우려하는 실정이다. 해명해야할 것에 해명하는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 SW

hjy@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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