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칼럼] 겨울에는 박물관에서 문화생활을 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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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칼럼] 겨울에는 박물관에서 문화생활을 즐기자
  • 오세라비 작가
  • 승인 2019.12.23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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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오세라비 작가] 문화생활을 즐기는 가장 실용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은 공공 문화기반 시설을 이용하는 것이다. 문화생활을 즐긴다고 하면 대체로 부유함의 상징이나 고소득층의 전유물처럼 여기는 선입견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현대인의 문화생활은 소득 수준과 상관없이 얼마든지 즐길 수 있다. 반면 연말연시에 마음먹고 관람하는 고가의 문화공연 중 하나인 대형뮤지컬 티켓 가격은 10만원이 훌쩍 넘어 주머니가 가벼운 이들에겐 거리가 멀 수도 있겠다.

문화라는 개념은 매우 광범위한 의미를 담고 있다. 문화는 문학·예술·회화·음악 그리고 생활방식 속의 관습과 활동을 모두 포함한다. 따라서 문화는 사회를, 사회는 문화를 필요로 한다. 현대 문화트렌드는 더욱 다양해지고 변화가 빠르며, 특히 젊은 세대의 문화 소비는 유행에 매우 민감해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필자의 취미 중 하나는 박물관 관람이다. 문화의 요체는 박물관에 집약돼있어 인류 문명과 역사 발전의 과정을 느낄 수 있다. 낯선 고장을 방문하게 되면 꼭 그 지역의 박물관을 찾으려 노력한다. 지역마다 문화의 특징과 전개가 달라 차이점을 발견하게 된다.

우리나라 국공립 박물관은 시설이 매우 우수하며 입장 요금도 무료다. 단 유료 기획전에 한해 관람료를 받기 때문에 돈 들이지 않고도 고급 문화생활을 접할 수 있다. 국공립 박물관은 올해 기준 전국 873개다.

한국인들은 평생 동안 전국의 박물관을 몇 군데나 방문할까. 대다수는 거주지의 박물관을 재방문하는 비율이 높을 것으로 추측된다. 필자가 재방문한 횟수가 가장 많은 곳은 국립중앙박물관이다. 상설전시실 외 특별전시가 끊임없이 열려 다양한 세계 문화와 문명의 정수를 감상할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한반도에 인류가 살기 시작한 구석기시대부터 삼국시대·통일신라·고려시대·조선시대·대한제국 시대에 이르기까지 역사물과 문화재가 상설 전시돼있다. 또 불교문화재·고미술품·세계문화관 등 다채로운 문화를 관람할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세계문화관은 현재 이집트·중앙아시아·인도·동남아시아·중국·일본 문화재를 전시 중이다. 이외 야외정원을 산책할 수 있고, 식당과 다양한 편의시설, 휴게 공간, 카페가 쾌적하고 운치 있게 잘 갖춰져 있는 매우 훌륭한 박물관이다.

다음으로는 서울역사박물관, 국립김해박물관과 김해 대성동고분박물관의 재방문 비율이 높다. 국립김해박물관과 대성동고분박물관은 5세기경 한반도에 약 520여 년간 존속했던 고대 가야의 수많은 문화유산이 상당히 잘 보존돼있다. 철과 금의 나라 가야국의 문화유산은 당시 가야의 국제 교류가 얼마나 활발히 이루어졌는지 가늠할 수 있다.

신라에 병합되기 전까지 가야국의 흥망성쇠는 신비하다. 여러 형태의 금관, 금귀고리, 수정구슬로 만든 목걸이, 유리잔 등 가야 유물은 여타 박물관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철기문화와 금 세공기술로 당시 지배계층의 화려한 생활상을 느끼게 한다. 이처럼 박물관은 우리 민족의 문화발달사 전체를 포괄하는 장대한 역사의 현장이다.

영국의 역사가 아널드 토인비가 인류 문명의 흥망성쇠를 통찰한 명저 『역사의 연구』를 살펴보자. 토인비는 『역사의 연구』에서 인류 문명을 ‘도전과 응전’ 의 개념으로 설명했다. 도전과 응전, 즉 과거 약 6000년 전부터 인류 문명의 발생과 창조는 만남의 결과이며 상호작용의 산물이란 것이다.

토인비는 역사학에 ‘쌍안적’ 사안으로 탐구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쌍안적’ 시각이란 고전과 현대를 따로 떼어 보지 않는 두 눈, 또는 여러 개의 눈으로 통찰해야 한다는 설파다. 과거의 이해는 현대의 이해를 바탕으로 비로소 가능하며, 현대 시대는 과거 시대를 보는 눈에서 출발해야한다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휘그주의 역사학(whiggish history)’은 과거의 맥락은 도외시하고 현재의 관점에서 과거 역사를 서술하는 방식이다. 흔히 정치적 좌파 진영의 역사관에서 엿볼 수 있다. 현대는 과거의 역사가 침전물처럼 쌓여 창조된다. 우리는 과거를 통해 현대를 이해하고 미래로 나아간다.

박물관에는 머나먼 과거 우리 민족의 기원과 생활의 모습 그리고 문화의 변천사가 있다. 고구려 벽화에는 씨름하는 남자, 우물가의 여인, 말 타고 달리는 장수, 고구려 귀족이 그려져 있다. 나무와 사슴뿔 모양의 장식, 옥과 금으로 화려한 신라 금관은 왕관 세공 기술이 얼마나 뛰어났는지 경탄을 자아낸다.

한국인 해외여행객 수는 지난해 기준 약 2800만 명으로 집계돼 3000만 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해외여행도 좋지만 국내 박물관 투어도 훌륭한 여행이 될 수 있다. 지자체에서 권역별로 박물관 투어를 기획해 운영하는 방식도 우리의 문화유산을 접하고 즐길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요즘처럼 추운 겨울날, 박물관에 들어서면 딴 세상이다. 스마트 폰을 내려놓고 책 한 권 들고 박물관에서 문화유산을 관람하며 휴게 공간에서 책도 읽는 그런 여유 어떨까? 문화생활은 멀리 있지 않다. 바로 우리 곁에 가까이 있다. SW

murphy80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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