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화 박사 펀 스피치 칼럼] 겨울이 묻는 날이 있으리라. 여름에 뭘 했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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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화 박사 펀 스피치 칼럼] 겨울이 묻는 날이 있으리라. 여름에 뭘 했느냐고.
  • 김재화 언론학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 승인 2019.12.2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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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준엄하게 야단을 칩니다. 여름에 뭘 했냐고요. 사진 / 덕유산국립공원사무소
겨울이 준엄하게 야단을 칩니다. 여름에 뭘 했냐고요. 사진 / 덕유산국립공원사무소

[시사주간=김재화 언론학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한 해가 끝나가고, 겨울도 깊어가고 있습니다.

손을 펴보니 아무 것도 없는 것 같아 마음이 허전해지고 몸은 더욱 을씨년스럽습니다. 원래 이 맘 때의 기분이 대개 휑~ 합니다만 올핸 그 어느 해 겨울보다 더욱 처연한 기분이 듭니다. 

누가 기존 격언에 교훈을 조금 더 얹어서 만든 말이 있습니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고, 안 심은 데 안 난다. 기적을 바라는 사람은 ‘안’ 심은 것이다.” 사람들이 이기적이며 자기 의무에 앞서 권리만 따짐을 꼬집는 말이라 봅니다.

박노해의 시 ‘해거리’를 한 번 볼까요? <......... 학교에서 돌아온 허기진 나는 밭일하는 어머님을 찾아가 징징거렸다
왜 우리집 감나무만 감이 안 열린당가 응 해거리를 하는 중이란다
감나무도 산목숨이어서, 작년에 뿌리가 너무 힘을 많이 써 부러서
올해는 꽃도 열매도 피우지 않고 시방 뿌리 힘을 키우는 중이란다...........>

감나무가 태업을 한 이유가 따로 있었지만, 여름에 일을 못했기에 가을에 열매를 달지 못했고, 아이는 겨우 내내 홍시 하나도 제대로 못 먹게 된 것입니다. 

지난 여름은 더위가 참 혹독했던 걸로 다들 기억하실 겁니다. 더위 속에서는 이 무더위만 견디면 모든 게 나아질 줄 압니다. 그러다가 더위와 싸우느라 아무 일도 않고 손을 놔버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게 시간의 흐름을 잊고 살며 향후 닥칠 혹독한 추위를 생각하고도 팔짱만 끼고 있기도 합니다.

뭘 모르고 아무렇게나 지내오다 스산한 마음으로 ‘왜 이렇게 아파야 하느냐, 왜 이토록 외로워야 하느냐, 왜 이만큼 배고파야 하느냐’ 투정을 하니까 겨울이 준엄하게 야단을 칩니다. “묻겠노라, 여름에 뭘 했느냐고!”

예로부터 ‘겨울’은 ‘밤’과 ‘비 오는 때’와 함께 3여(三餘)라 했습니다. 사색이나 독서 외에는 일할 수 없는 시기라는 인정이죠.

반대로 여름은 감정도 뜨겁고 몸도 부단히 움직일 수 있는 활동의 계절입니다. ​그 생산적인 시간을 헛되게 보내면 아무 것도 달라지게 할 수 없고, 남는 게 없기 마련입니다. 가뜩이나 모든 것이 가라앉고, 스스로 감추며, 웅크리게 되는 차가운 계절에 허망하게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습니다.  

“겨울이 우리에게 묻는 날 있으리라 여름에는 무엇을 했느냐고”는 체코 속담입니다. 겨울은 “나는 네가 지난여름에 한 일을 다 알고 있다”며 과거를 소홀히 보냈으면서 되레 미래를 화려하게 기대한 사람들을 심하게 꾸짖고 있습니다.

허전한 지금, 한 해를 돌아봅니다. 이제 알겠습니다. 지금 외로운 것은 내가 친구들에게 다가가지 않았던 탓입니다. 방이 따뜻하지 않은 것은 땔감을 구하지 않았던 때문입니다. 밭에 아무 것도 심지 않았기에 화로 안에 묻을 고구마 하나 없습니다.

힘겨운 2019년 한 해가 이렇게 저물어가고 있지만, 가지지 못한 것과 보내는 것의 아쉬움만 자꾸 생각해도 곤란할 것 같습니다. 여름에 아무 것도 하지 않아 참담한 겨울을 맞는 것이니, 깊은 반성이라도 하며 후일(봄)을 기다려야겠죠!! SW

erobian20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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