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松 건강칼럼] 숙취(宿醉)와 해장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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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松 건강칼럼] 숙취(宿醉)와 해장국
  • 박명윤 논설위원
  • 승인 2019.12.23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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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음, 숙취 그리고 술국
사진 / 뉴시스
사진 / 시사주간 DB

[시사주간=박명윤 논설위원] ‘올해가 가기 전에 한 잔하자’는 친구들, 한해를 되돌아보는 송년회(送年會) 그리고 새해을 맞이하는 신년회(新年會)에서 술잔을 기울일 모임이 잦아지는 계절이다. 이 시기에 과음으로 인한 숙취(宿醉)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또한 빈속에 술을 마시거나, 술 마실 때 안주로 탄수화물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알코올 저혈당(低血糖)’이 생길 수 있다. 저혈당이란 일반적으로 혈당 수치가 70㎎/㎗ 이하인 상태를 말한다. 

저혈당(hypoglycemia)이 지속되면 심한 피로감, 졸음, 업무 집중 어려움, 시력 이상 등이 나타나며, 증상이 심해지면 얼굴이 창백해 지고 말이 어눌해지며, 의식이 흐려져 실신(失神)할 수 있다. 의식을 잃을 정도의 저혈당은 뇌손상이 생길 수 있으므로 주의하여야 한다. 술을 마실 때, 술 마신 다음 날 아침까지 졸리거나 심하게 피로하다면 저혈당 상태이거나 수면 중 저혈당이 왔을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0년 보고서를 통해 해로운 음주(harmful use of alcohol)를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중요 요소로 규정하고, 전 인류의 조기사망과 장애를 초래하는 위험요인 중 세 번째이며 저개발국에서는 첫 번째 문제라고 강조했다. 전 세계적으로 사망과 장애의 2.7%가 담배에 의한 것인 반면 3.5%는 술로 인하여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한국인은 하루 평균 13.2명이 알코올 때문에 사망하고 있다. 알코올성 간질환, 위염 등 알코올 관련 사망자는 4,809명(2017년)으로 2016년보다 62명(1.3%) 늘어났다. 알코올로 인한 간(肝)손상 등이 남의 예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의외로 많은 사람이 자신이 폭음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술을 마시고 있다. 

영국 가디언(The Guardian)의 2019년 3월 기사에 따르면, 서울은 세계에서 술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도시 6개 중 하나이다. 세계보건기구(WHO) 2018년 보고서에 따르면, 한ㆍ중ㆍ일 3국의 연간 1인당 알코올 섭취량은 세계평균 6.4ℓ에 비해 한국인 남자 16.7ℓ(여자 3.9ℓ), 중국인 남자 11.7ℓ(여자 3.9ℓ), 일본인 남자 13.5ℓ(여자 2.9ℓ)로 나타났다.  

술을 마신 다음 날 아침에 두통, 메스꺼움, 구토, 현기증, 피로, 갈증, 식욕 상실, 무기력, 집중력 감퇴, 우울증 중 한 가지 이상의 증상을 겪는다면 숙취때문이다. 보통 숙취는 술을 마신 후 8시간에서 16시간 사이에 발생하며, 최대 24시간까지 지속되기도 한다. 숙취의 원인이 과학적으로 정확하게 발표된 적은 없지만 아세트알데히드설(說), 불순물설(不純物說) 등이 있다. 숙취의 증상과 정도는 어떤 술을 얼마나 마셨는지, 또 유전적 요인에 따라 달라진다. 

술자리에서 언제나 얼굴이 빨개져 술을 못 마시겠다는 사람과 얼굴이 빨개져서 주변 사람들이 말리는데도 불구하고 괜찮다며 계속 마시겠다는 사람을 목격할 수 있다. 술을 마시고 얼굴이 빨개지는 것을 알코올 홍조반응(alcohol flush reaction)이라고 한다. 술을 마시면 얼굴이 빨개지는 이유는 아세트알데히드를 분해하는 알데히드탈수소효소(ALDH)가 결핍되어 있거나 부족하기 때문이다. 

마실 때는 기분이 좋지만 다음 날 나를 괴롭게 하는 숙취를 학자들은 ‘방탕에 따르는 불쾌한 고통’이란 ‘verisalgia’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즉 ‘방탕에 뒤따른 불쾌감(discomfort following overindulgence)’을 의미하는 노르웨이어(Norwegian) 'kveis'와 ‘고통(pain)’을 뜻하는 그리스어(Greek) 'algia'기 합쳐진 단어이다. ‘hangover’는 사전적 의미는 잔존물, 부작용 등의 뜻이며, ‘숙취’라는 뜻의 미국식 표현(俗語)이다. 

술에 포함되어 있는 알코올의 약 10%는 분해되지 않고 소변, 땀, 호흡 등을 통해 배출되고 나머지 약 90%는 위장을 거쳐 소장으로 흡수된 후 혈관을 통해 간(肝)으로 들어간다. 간에서 알코올은 산화(酸化)작용에 의해 최종적으로 무독성 물질로 분해된다. 알코올의 물질대사라고 불리는 이 산화 과정은 크게 두 단계로 나눈다. 

첫 번째 단계에서 술에 포함된 에탄올(ethanol, CH₃CH₂OH)은 수소가 떨어져 나오면서 아세트알데히드(acetaldehyde, CH₃CHO)로 변하게 된다. 이 때 알코올탈수소효소(alcohol dehydrogenase, ADH)가 수소 원자 두개를 없애버리는 가장 큰 역할을 한다. 그러나 술을 과음하게 되면 ADH 혼자서 많은 양의 에탄올을 처리할 수 없어 마이크로솜 에탄올산화시스템(microsomal ethanol oxidizing system)이 활성화되어 알코올 분해를 도와준다. 

아세트알데히드는 화학 반응성이 무척 커서 다른 분자에 잘 달라붙는 성질이 있어 우리 몸속에서 콜라겐, 헤모글로빈, DNA에도 달라붙는다. 아세트알데히드가 DNA에 붙으면 발암물질(發癌物質)을 만들 수도 있어 국제암연구소(IARC)는 술을 마셔서 생긴 아세트알데히드를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위험한 아세트알데히드를 무독성의 아세트산(acetic acid, CH3COOH, 식초의 주성분)으로 바꾸어 주는 과정이 두 번째 단계이다. 알데히드탈수소효소(aldehyde dehydrogenase, ALDH)가 아세트알데히드의 대사를 담당한다. 

숙취해소제(헛개나무 추출물)는 간을 보호하고 독성 물질인 알코올, 아세트알데히드의 혈중 농도를 낮춘다는 측면에서는 도움을 준다. 그러나 술을 깨게 하는 데 직접적인 효과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많은 과학자들이 술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관하여 연구하였으나 아직 숙취의 원인과 치료법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것은 없다. 

술로 시달린 속을 풀기 위하여 먹는 국물음식을 ‘해장국’ 또는 ‘술국’이라고 한다. 해정국이 변하여 해장국이 되었다고 한다. 해정(解酲)이란 ‘숙취를 풂’이라는 뜻이며, 해정국을 ‘술을 깨기 위해 먹는 국’이라는 뜻인 성주탕(醒酒湯)이라고도 불렀다. 숙취를 풀기 위해서는 수분과 전해질(電解質)을 공급하고, 몸 안에 쌓인 아세트알데히드를 분해시켜야 한다. 

해장국은 지방에 따라 재료와 끓이는 방법이 달라 제각기 특유한 맛을 낸다. 서울지역의 해장국은 소의 뼈를 푹 고아서 끓인 국물에 된장을 풀어 넣고 콩나물ㆍ배추ㆍ무ㆍ파 등을 넣어 끓이다가 선지를 넣고 다시 한번 푹 끓인다. 서울은 청진동 해장국이 유명하다. 전주에서는 콩나물국밥으로 해장을 하며, 울진에서는 오징어물회국수로 해장을 한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디오니소스(Dionysos)는 로마 신화의 바쿠스(Bacchus)와 같은 신으로 ‘와인(포도주)의 신’이자 ‘술의 신’으로 그려지며, 대지의 풍요로움이자 즐거움과 쾌락의 신이며 다산(多産)을 상징하는 신이기도 하다. 포도주의 신 바쿠스가 포도주 빚는 방법은 인간에게 알려주었지만, 숙취해소제의 제조법은 알려주지 않았다. 숙취가 심하지 않은 사람은 알코올 중독(中毒)에 걸릴 확률이 높으므로 혹자는 숙취가 없었다면 인간은 알코올 중독(alcohol intoxication)으로 지구상에서 멸종되었을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우리나라 식문화에서 ‘밥’은 상징적인 존재다. ‘쌀’로 밥을 지어 주식으로 먹고, 밥솥 바닥의 누룽지에 물을 붓고 끓여 만든 숭늉을 마신다. 그리고 떡이나 과자를 만들어 간식으로 먹고, 술을 빚어 마신다. 감자나 옥수수를 즐겨 먹는 강원도 지역에서는 감자나 옥수수로 술을 빚는다. 이에 예로부터 집집마다 술을 담그는 가양주(家釀酒) 풍습이 발달했다. 

우리나라의 독특한 ‘술 문화’에는 자리를 옮겨가며 마시는 회식(會食)문화가 있다. 직장에서 일이 끝나는 6시 이후 시작되는 회식은 1차, 2차, 3차로 자리를 옮겨가며 자정까지 지속되기도 한다. 이러한 회식문화로 인하여 ‘대리운전’이라는 독특한 직업이 생겼다. 과거에는 엄격한 주도(酒道)에 따라 술을 마셨으나 요즘에는 복잡한 주도는 사라졌지만 몇 가지 지켜야 하는 규칙은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음주(飮酒)문화에는 술을 마시지 않겠다는 사람에게도 술을 강요하는 ‘강압의 문화’, 술에 취하는 것 자체를 목표로 삼고 정신을 잃을 때까지 마시는 ‘폭음(暴飮)의 문화’, 주도란 이름의 ‘규제(規制)문화’, 1차 2차 3차로 이어지는 ‘회차(回次)문화’, 위스키에 맥주을 섞은 또는 소주에 맥주를 섞은 ‘폭탄주 문화’, 주량(酒量)을 자랑하는 문화, 술잔 돌리기 등이다. 

보건당국의 폭음(暴飮) 기준은 술 종류와 상관없이 ‘한 번의 술자리에서 남자 7잔, 여자 5잔 이상’이며, 청소년의 위험음주는 남자 소주 5잔 이상, 여자 소주 3잔 이상이다. 우리나라 성인 남자 2명 중 1명, 여자 4명 중 1명은 월 1회 이상 폭음을 한다. 청소년 6명 중 1명은 한 달 내 음주 경험이 있고, 10명 중 1명은 월 1회 이상 위험 음주를 한다. 음주로 인해 사건과 사고가 이어지면서, 음주에 너무 관대하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술에 취한 한국사회에서 ‘술을 적당히 마시면 되지 않나요?’라는 질문에 전문가들은 적당한 음주란 없다고 답한다. 최근 세계적 의학 저널인 영국의 랜싯(The Lancet)에 ‘건강에 안전한 음주량은 없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술은 국제암연구소(IARC: International Agency for Reaearch on Cancer))가 지정한 발암물질이라는 사실을 명심하여야 한다. SW

mypark1939@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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