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누구를 위한 사회복무요원 제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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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누구를 위한 사회복무요원 제도인가
  • 현지용 기자
  • 승인 2020.01.03 11:5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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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디시인사이드
사진 / 디시인사이드

[시사주간=현지용 기자] 한국의 병역제는 6.25 전쟁 발발 직후인 1951년 시작됐다. 헌법 제39조는 이를 ‘국방의 의무’라 명기하고 있다. 그러나 그 다음 조항인 ‘누구든지 병역의무의 이행으로 인해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는 조항은 현실에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모습이다.

징병제인 병역 제도 아래, 대부분의 한국 청년들은 의문사, 부조리 및 노동착취 등 폐해를 받고 있다. 제대 이후에도 ‘재입대 꿈’과 같은 트라우마를 겪기도 한다. 그 심각성은 2014년 4월 7일 발생한 제28보병사단 의무병 살인사건, 이른바 ‘윤 일병 사건’으로 최고조에 이르렀다. 한 시민은 사건에 대해 “참으면 윤 일병, 못 참으면 임 병장이 되는 현실”이라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뒤늦은 자각으로 군은 ‘선진병영’이라며 가혹행위·부조리 제거 및 시설개선 등으로 병영문화, 장병인권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반면 강제노동, 노동착취, 공짜에 가까운 ‘쥐꼬리 보상’만큼은 절대로 손에서 놓지 않겠다는 의지다.

그 중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여론에 오르내리는 사회복무요원 제도다. 군은 1969년부터 징병검사에서 보충역 처분을 받은 사람에게 방위병으로 대체복무까지 시켜 이들의 노동력을 활용했다. 이후 공익근무요원으로 바꾼 이름은 윤 일병 사건이 있던 해, 사회복무요원으로 이름을 바꿔 전국의 행정기관, 사회복지시설에 투입되고 있다.

평창올림픽 빙상시설 작업에 현역병이 투입되는 등 추태가 드러나자 장병의 강제노동 문제는 선진병영 추진과 함께 작게나마 주목받고 개선되는 모양새다. 반면 국제노동기구(ILO)의 강제노동 지적에도 한국의 사회복무요원은 이 문제에 있어 개선도가 보이지 않는 상태다.

논란의 신검에서조차 신체적·정신적 질환을 앓고 있다고 인정받음에도, 이들이 당하는 강제노동은 당사자들과 달리 사회에서 인권 침해 문제로 여전히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징병 부적합·부적응’이란 평가도 이들에 대한 편견을 쌓는 하나의 요인이다. 최근에는 극단적 페미니즘 등 극단적인 사상의 대두로, 강제노동에 대한 호소조차 성(性) 갈등이라 치부당하는 형국이다.

그렇기에 최근 발생한 옥련2동 공무원 갑질사건은 이 같은 사회복무요원의 강제노동 불만 수준이 임계점을 넘어선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마저도 군인권센터와 같은 인권단체가 대변하고 나서는 것이 아닌, 스스로 권리회복을 위해 관련 지식을 알음알음 찾아 갖춰온 사회복무요원들 스스로가 강하게 반발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여전히 사회복무요원을 대변하는 단체나 조직은 전무한 실정이다. 군 장병의 인권 문제는 의문사 또는 사건 은폐 등, 그 수준이 심각한 정도에 이르렀기에 그나마 군인권센터와 같은 인권단체가 생겼다. 반면 사회복무요원의 강제노동 문제에 대한 대변은 이들이 군인도, 민간인도 아니라는 이중적인 신분이란 한계 때문에 노동계와 관련 대표 정당으로부터도 외면 받는 형국이다.

한국의 저출산·고령화, 이로 인한 병역자원 수급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기에, 정부는 이에 대해 경각심을 갖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도입할 것이라 예상됐다. 그러나 시민사회의 기대와 어긋나는 방향으로 군은 사회복무요원에 ‘현역 복무 선택권’을 주겠다며 ‘선심’쓰는 모습이다. 마치 부적합 평가를 받은 육류에 대해 잡육(雜肉)으로라도 쓰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현 정부 집권 이래 한국 청년들이 한 목소리로 원하는 이상은 공정(公正)이다. 병역문제는 그 중 한 축이다. 안보 현실 속 징병제의 불가피성 때문이라면, 최소한 이행하는 자들에게 명예와 보상만큼은 보장돼야 한다는 목소리다.

하지만 집권여당과 정부는 지금까지 시민사회를 분열하는 사상에 찬동해오면서, 총선 시기에 이르러서야 신년사에서 ‘청년 공정’을 부르짖고 있다. 곪은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언행일치를 보이지 않은 양치기 소년처럼 조만간 그 대가를 받게 될 뿐이다. SW

hjy@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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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wkim 2020-02-08 17:36:29
이런 기사 이제야 알다니 , 정말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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