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무엇을 '부흥'하고 '재건'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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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 무엇을 '부흥'하고 '재건'하는가?
  • 임동현 기자
  • 승인 2020.01.03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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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능 통제' 주장하지만 여전히 기준치 1000배 넘어
IOC 묵인 속 "욱일기는 전범기 아닌 일본 전통" 주장
지난해 3월 2020 도쿄올림픽 D-500일을 맞아 올림픽 공식 픽토그램을 공개하는 기념행사가 열렸다. 사진 / AP
지난해 3월 2020 도쿄올림픽 D-500일을 맞아 올림픽 공식 픽토그램을 공개하는 기념행사가 열렸다. 사진 / AP

[시사주간=임동현 기자] "새로운 시대 레이와(令和) 원년에 만들어진 스포츠의 새로운 거점이 이제부터 스포츠 역사를 새겨가기를 기원한다. 도쿄올림픽을 일본의 힘을 세계에 발신하는 대회, 일본의 미래를 여는 대회로 만들어야한다"

지난달 15일 일본 도쿄 신주쿠에 세워진 도쿄올림픽 주경기장 준공식에서 아베 총리가 한 말이다. 올 7월 열리는 2020 도쿄올림픽을 일본은 '세계에 일본의 힘을 보여주고 일본의 미래를 여는 대회'로 만들려하고 있다. 

하지만 방사능 오염으로 인한 우려와 '욱일기 응원 허용' 등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시점에서 도쿄올림픽이 과거 히틀러 정권 시절의 베를린 올림픽 때처럼 정치에 지배되는, '평화의 제전'이기보다 자신들의 힘을 알리는 데에만 집중하는 대회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13년 일본은 '부흥과 재건'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도쿄올림픽 유치에 성공했다. 2011년 동일본 지진으로 후쿠오카 원전이 폭발하면서 큰 피해를 입은 일본은 피해의 치유, 그리고 피해자들에게 희망을 전하겠다는 생각으로 올림픽 유치를 결정했다. 그리고 이번 올림픽을 통해 일본이 더 이상 방사능에 오염되지 않은, 청정한 국가라는 것을 세계에 보여주려하고 있다.

그러나 올림픽을 코앞에 둔 지금도 일본은 여전히 방사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4일 국제 환경운동단체 그린피스 재팬은 올림픽 성화 봉송 출발지점에서 원전 사고 전보다 1,775배나 많은 방사선량이 측정됐다고 밝혔다. 성화의 출발지점은 후쿠시마 원전과 가까운 후쿠시마 J빌리지. '재건의 시작'을 알리는 의미가 있었지만 시작 지점서부터 방사능 투성이라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일본은 성화 봉송로를 후쿠시마 원전 주변을 도는 코스로 만들었고 야구와 축구 예선전을 후쿠시마에서 치르도록 했으며 후쿠시마산 식재료를 선수단에게 공급하는 등 후쿠시마를 '방사능이 완전히 통제된 상태'라고 세계에 알리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후쿠시마의 방사선량이 여전히 높다는 조사 결과와 더불어 식재료를 공급하는 후쿠시마가 일본 여당인 자민당의 텃밭이라는 점에서 정치적인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이 도쿄올림픽을 통해 세계에 알리려하는 것이 또 있다. 바로 '욱일기는 전범기가 아니다'라는 것이다.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정치적 선전물'이 아니라는 이유로 대회 기간 욱일기의 경기장 반입을 허용하고 응원 도구로 활용해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외신 기사가 있다. 3일 BBC가 내보낸 '왜 몇몇 사람들은 욱일기를 금지하길 원하는가?'(Why some people want the rising sun flag banned)라는 제목의 기사다.

기사는 욱일기가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군대에서 사용한 깃발이었고 강제징용, 위안부 등의 피해를 당한 한국과 중국, 대만, 필리핀인들에게 지난 아픔을 상기시키는 상징이며 이들이 욱일기를 바라보는 생각은 유럽인들이 나치의 상징인 '하켄크로이츠'를 보는 것과 같다는 점을 밝혔다.

하지만 기사에 따르면, 일본 외무부는 2차대전 당시 욱일기의 역사에 대한 언급 없이 "욱일기는 어부들이 풍어를 기원하는 의미고, 아이의 태어남과 계절의 축제 등을 기념하는 깃발로 일본 전역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정치적인 주장을 표현하거나 군사주의를 상징한다고 하는 것은 명백한 거짓이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기사는 욱일기가 수세기 동안 일본의 전통적인 상징으로 사용되어 왔고 광고나 제품 디자인으로 사용됐다는 점도 덧붙였다.

외신의 기사를 통해 일본은 욱일기가 전범기가 아니라 '일본의 전통적인 상징'이며 따라서 이를 독일의 나치 문양과 비슷하다고 주장하는 한국의 주장이 틀렸다는 것을 세계에 알리려는 모습이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욱일기에 대한 세계적인 인식을 완전히 바꾸자는 것이 일본의 생각이다. 아무 문제가 없는 내용을 한국이나 중국이 문제삼고 있고 그렇기에 오히려 한국과 중국이 나쁘다는 것을 세계적인 여론으로 구축하기 위해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이 욱일기의 응원 사용에 대해 IOC가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3일 바흐 IOC 위원장은 "스포츠의 정치화는 분열을 심화시킨다. 선수들은 경기장에서 정치적 중립을 지킬 의무가 있다. 동료 선수의 특별한 순간을 자신의 정치적 견해로 방해하지 않는 것도 서로를 존중하는 방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욱일기에 대해 IOC는 '사안별로 판단하겠다'는 대답으로 일관하고 있으며 정치적 견해를 밝히지 말라는 말에도 욱일기 응원에 대한 말은 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IOC가 욱일기를 '정치적 선전물'로 인정하지 않았으며 일본 자본에 IOC가 굴복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방사능 문제, 일본의 수출 규제 등을 거치면서 국내를 떠들썩하게 했던 '도쿄올림픽 보이콧' 주장은 일단 사그라들었지만 '올림픽 참가'에 대한 회의론은 여전히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일본의 '이미지 세탁'에 자칫 한국이 이용당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바로 그 이유인 것이다.

한일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도쿄올림픽을 통해 스포츠 인적 교류는 물론 양국 국민들이 마음을 열 수 있도록 경주하자는 것에 합의했지만 욱일기가 펄럭이는 올림픽에서 과연 국민들의 마음이 열릴 지는 여전히 불투명한 게 사실이다. 우려와 걱정 속에 도쿄올림픽은 7월 개막을 앞두고 있다. SW

ldh@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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